[코로나19 언택트인간(3)] 대학은 A학점 40%로 배려하고, 학생들은 '답안 공유'하는 도덕적 해이도

이채원 기자 입력 : 2020.10.29 08:07 ㅣ 수정 : 2020.10.30 07:07

대학가, 불가피한 비대면 수업으로 ‘절대평가’ 혹은 ‘A비중 높인 상대평가’ 도입 / 학생들은 노력 덜해도 4점대 학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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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간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자제돼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업의 직장인들은 출근 아닌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친구를 사귀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생, 캠퍼스의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대학 신입생, 선배와 교류가 적은 직장 초년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의 일시적 소멸, 마스크를 안 쓴 사람과 군중집회에 대한 적대감 같은 사회현상도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언택트 산업‘이 흥하는 속도에 맞추어 사람과의 직접적 소통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인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투데이는 이를 ’언택트 인간‘이라고 칭하고 그 현상과 문제점을 심층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주요 대학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절대평가’ 혹은 ‘A비중 높인 상대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한 학점 인플레가 예상된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화로 대학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업 당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원이 모이기 때문에 올해 1학기 수업부터 비대면 수업을 전격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도입한 비대면 수업에 대학은 우왕좌왕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퀄리티는 떨어졌으며 비대면 시험으로 인해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절대평가’ 혹은 ‘A학점 범위를 기존의 35%에서 40%로 늘린 상대평가’ 등 새로운 평가제도의 도입으로 너도나도 4점대의 학점을 받는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대 수업조교, "전체적으로 학점 잘 주는 분위기, 배려의 산물" / 이대 재학생, "A비율이 높아져 A받기 쉬워져"


뉴스투데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책 차원에서 비대면 수업이 불가피했던 대학들은 시험점수 산출 방법으로 절대평가 혹은 A학점 비중을 높인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전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하게 된 학생들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비슷한 점수를 받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수업조교 E씨(25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학점을 잘 주고 있는 분위기는 맞다”며 “무조건적으로 학점을 잘 주자는 건 아니고 과목마다 상이하기도 하지만 비대면 수업 자체가 학생들을 평가하기 어려울뿐더러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게 된 거니까 배려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J씨(24세)는 “비대면 수업이 상대평가로 진행되었는데 A비율이 전보다 훨씬 높아서 A점수를 받기가 쉬웠다”고 밝혔다.


충북소재 국립대학교에 다니는 S씨(23세)는 “처음엔 시험방법에도 말이 많았어서 우리는 화상캠을 켜두고 시험을 보기로 했는데 그것도 철저하게 검사를 못할거라는 우려가 생겼다”며 “결국엔 오픈북으로 봤지만 이것도 시험에 변별력이 없어서 대부분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답안 공유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나기도해 / K대 국문과 재학생, "교수님이 비슷한 답안지 보고 화내기도"


시험을 절대평가로 진행하거나 오픈북으로 진행할 때 학생들끼리 답안을 공유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친한 친구들이 많을수록 비대면 수업이 시험에서 유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학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K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L씨(22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르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저번 학기에는 비대면 수업을 전부 절대평가로 진행했기 때문에 시험을 볼 때 수업에서 친한 친구들이 많은 경우에 더 유리한 경우도 있었다. 몰래몰래 답을 공유하면서 돌려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이야 교수님들이 비대면 수업에 대해 노하우가 생기셔서 오픈북 문제를 어렵게 낸다거나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며 이런 현상을 예방하지만 지난 학기는 정말 정신 없었지 않았나. 그래서 절대평가라는 기준도 작용을 하니까 답을 돌려가며 시험을 본 사람들은 공부를 안하고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생각해보니 이번 학기 중간고사 때도 이랬던 경우가 있었다”며 “교수님이 학생들의 비슷하게 써낸 답안지를 보더니 화를 내신적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H씨(20세)는 “신입생들도 벌써 친해진 친구들이 있는 경우에는 시험을 볼 때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며 “카톡으로 몰래 답을 공유하거나 카페에 모여서 서로 상의하며 시험을 치고 점수를 챙겨가는 학생들을 봤다”고 밝혔다.


경영학과에 다니는 M씨(22세)는 “비대면 수업이 대면수업에 비해 확실히 퀄리티가 떨어져서 아쉬운 감이 있는데 부정적인 방법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을 보면 공부를 열심히 한 입장에서는 정말 맥이 빠진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