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55년 바닥나도, 공무원연금과 달리 국가 보전 책무 없다

박희중 기자 입력 : 2023.01.27 15:22 ㅣ 수정 : 2023.01.27 15:22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은 급여부족분 발생하면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국민연금법, 기금 소진 후 국가의 세금 투입 이외에도 보험료율 대폭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
현행 40%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80년 34.9%까지 인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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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가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제5차 결과 국민연금이 개혁 없이 현행 제도대로 유지될 경우 2041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5년엔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국민연금이 보험료율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인하와 같은 개혁 조치없이 현행 유지되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지 적자 발생 시점은 2041년부터이다. 고갈 시기는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경기 둔화로 직전 추계보다도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그러나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이 소진된 이후 국가의 책무는 세금 투입을 통해 연금을 보전해주는 것 이외에도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갈 이후에 국가 지급이 보장돼 있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은 급여부족분 발생하면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어 '역차별'로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제도 유지를 전제로 향후 70년의 재정수지를 추계해 27일 시산(試算·시험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 이후 5년 주기로 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제5차 결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당초 일정보다 2개월 앞당겨 일부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앞으로 약 20년간은 연금 지출보다 수입(보험료+기금투자 수익)이 많은 구조가 유지돼 현재 915조원(2022년 10월말 기준)인 기금이 2040년에 1천75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듬해부터는 지출이 총수입보다 커지면서 기금이 급속히 감소해 2055년에는 소진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 시점엔 47조원의 기금 적자가 예상된다. 직전인 2018년 4차 재정계산 결과와 비교하면 수지적자 시점은 1년, 기금 소진 시점은 2년 앞당겨졌다. 적립기금 최대치 규모도 4차 때의 1천778조원에서 다소 줄었다.

 

이러한 재정추계는 인구와 경제, 제도 변수 등을 고려해 이뤄진 것인데, 5년 전과 비교해 저출산·고령화는 심화하고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여건은 더 악화해 연금 재정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제도 성숙과 고령화로 수급자 수는 늘면서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를 나타내는 제도부양비는 올해 24%에서 2078년 143.8%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을 충당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인 부과방식비용률도 올해 6%에서 2078년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재정계산 때보다 인구구조가 악화해 제도부양비도 높아졌고, 기금 소진 연도의 부과방식비용률도 4차 때의 24.6%에서 26.1%로 1.5%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지출은 2023년 1.7%에서 점차 증가해 70년 후 장기적으론 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4차 추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필요 보험료율도 함께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이나 가입·수급연령 등은 고정한 채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 얼마만큼의 인상이 필요한지를 계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70년 후에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해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 17.86%로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적립배율 1배라는 것은 그해 지출할 연금만큼의 적립금이 연초에 확보됐다는 뜻이다.

 

적립배율 2배와 5배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필요 보험료율은 17∼24%로, 역시 4차 재정계산 때보다 1.66∼1.84%포인트 증가했다.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인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추계 시산결과는 제도 세부내용을 조정하지 않고, 현행 제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전망한 것"이라며 "기금 소진 연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국회 연금개혁 논의와 향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3월 다양한 시나리오별 분석을 포함한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4월 말까지 활동하는 국회 연금특위가 개혁안을 논의하며, 정부도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국민연금 소진시 국가 지급 의무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기금소진에 대비한 국가 지급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2014년 1월 개정된 국민연금법 제3조의2를 보면,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법의 '국가의 책무'를 넓게 해석하면, 정부 대책에 기금소진 후 국가가 세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도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서 가입자한테서 보험료를 더 많이 거두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도 급여 부족분이 발생하면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급보장 명문화 문제는 지금껏 몇 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물거품이 된 해묵은 과제이다.

 

경제부처가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일관되게 반대한 데다, 일부 전문가도 '부담 전가'를 놓고 세대 갈등이 유발되고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으로 연금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등 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기금 고갈시 연금을 지급할 방법은  있다.

 

다른 연금선진국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민연금의 운용방식을 현재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꿔서 세금 등으로 연금 재원을 조달하면 된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운용방식은 적립방식과 부과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거둬서 일정 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과방식은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연금 재원을 당대의 젊은 세대한테서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서 노년 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오래전 연금제도를 도입한 많은 연금 선진국도 과거 제도 초기에는 우리나라처럼 상당 수준의 기금을 쌓아뒀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 급속한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적립기금이 거의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 국가가 연금을 계속 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 재원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혁을 하지 않은 채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40%의 현행 연금체제를 유지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할 때 지금 청년층과 미래 세대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5차 재정계산을 담당한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기금고갈로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 운용방식을 변경해도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지속하려면 보험료율(부과방식 필요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60년 29.8%, 2070년 33.4%, 2080년 34.9%에 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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