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로봇학대 논란, 미래에 벌어질 논쟁의 서막인가?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1.11.17 05:30 ㅣ 수정 : 2021.11.17 05:30

4족 보행 로봇을 넘어뜨리고 발로 차는 것, 학대 논란으로 번져 / 기계에 대한 동정은 윤리적으로 무의미 / 미래에는 로봇 윤리도 법적 규제 영역에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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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장애물을 완벽하게 뛰어넘고 있다. [사진=Boston Dynamics]

 

[뉴스투데이=주재욱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우리나라에서 뜬금없는 ‘로봇 학대’ 논란이 있었다. 로봇 제조 회사를 방문한 한 정치인이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4족 보행 로봇을 손으로 넘어뜨린 것이다.

 

이는 보행 중인 로봇이 충격에 대해 스스로 자세를 복원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사전 협의된 퍼포먼스였으나 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잔인해 보인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사실 이 논란은 이미 6년 전 미국에서 잠시 있었던 해프닝의 복사판이다.

 


• 로봇 학대는 윤리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

 

2015년 2월,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이 기업은 작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했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시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놀랄 만큼 안정적인 보행능력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던 이 동영상은 예상치 못한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영상 28초 부분에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스팟의 허리를 강하게 발로 차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잔인하다’는 댓글이 달리면서부터다.

 

이 댓글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냈고, 미디어에 의해 학자들까지 가담한 논쟁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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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시연 과정에서 나왔던 문제의 장면 [사진=Boston Dynamics]

 

당시 영국 셰필드 대학의 노엘 샤키 교수는 애초에 기계가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져 있는 이상, 단지 우리 눈에 고통받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에 대한 동정은 윤리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다.

 

논쟁은 싱겁게 끝났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 논쟁이 재탕이 된 이유는 하나다.

 


• 사람 닮은 로봇의 등장, 로봇 윤리 법적 규제 고려할 수도...

 

로봇 학대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은 일단락 되었지만 이 사건은 앞으로 로봇이 보편화될 미래에 벌어질 수많은 논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고통받는 로봇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개 본능적으로 학대받는 장면을 불편해한다. 사람 또는 생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은 머리도 달려 있지 않고 누가 봐도 기계로 보이는 로봇인데도 학대 논란이 발생할 정도인데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 로봇이 진짜 사람 또는 진짜 동물을 점점 닮아 간다면 그 땐 어떻게 될까.

 

이 모든 논란이 불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여전히 남는 문제는 만약 사람을 닮은 로봇을 학대하고도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 나중에 진짜 사람을 학대하게 되더라도 무감각해지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리얼돌’을 불법화하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로봇 윤리도 법적 규제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 혁신도 중요한 과제지만, 그 보다 우리에겐 인간성을 잃지 않는 공동체를 지켜 내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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