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ESG, ‘선행’에서 ‘성과’로 변신하다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5.10 10:21 ㅣ 수정 : 2021.05.17 10:03

기업의 선행을 수익화할 수 있는 도구가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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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ESG가 가진 파괴력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처럼 기업의 향방을 정하는 경영 트렌드는 매년 생산되어 왔다. 하지만 유독 ESG라는 단어는 기존의 경영 트렌드를 넘는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지속 가능’을 위해서 ESG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은 모두 알면서, 정작 SDGs(지속가능발전 목표)보다 강하게 기억하는 단어는 ESG이다. ESG는 정말 인공감미료 MSG처럼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ESG라는 단어도 풀어쓰고 보면 별것 없다. 기업이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자사의 지배구조를 건전한 형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서구 사람들은 워낙 앞 단어만 따서 쓰는 습관이 있어서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첫 글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만 하더라도 작년 7월경부터 급속히 퍼져서,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빅데이터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키워드가 되어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필자는 늘 궁금했다.

 

정답을 알았다. 기업이 하는 옳은 일이 ESG라는 이름으로 재무성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의 선행을 수익화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아낸 것이다. 원래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하는 영리 조직이다. 밀턴 프리드만이 ‘주주 우선주의’를 내세운 것도, 기업의 수탁자 의무가 강조된 것도 기업은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대가로 제공해야 하는 영리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은 기업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회사는 주주의 돈을 벌어주는 객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치는 주체로 보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사주(社主)와 회사를 분리하여 사주에게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시기도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점차 사주와 회사가 동일시되고 심지어 법인격부인론까지 등장하면서 회사는 단순히 돈만 벌어서는 안 되고, 사회적 선행을 겸해야 한다는 압박이 조성되었다.

 

여전히 기업은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야 하는 조직인데, 사회적 선행까지 하라고 하니 처음에는 회사들은 기부를 통해 선행을 펼쳤다. 사주의 재단 설립을 통한 절세효과까지 있어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손해나지 않는 거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업이 책임을 돈으로 때우는 것을 좋게 보지 않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기업이 진정한 친구가 되길 원했고, 기업이 우정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퍼리치’ 기업가들이 탄생하고 이들이 기부하는 어마어마한 금액들에 사람들이 둔감해지기도 하였다.

 

기업은 선행이 제대로 인정받길 원했다. 돈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배임이자 무능이었다. 그러던 중 출구가 보였다. ‘선행’을 ‘성과’로 변신시키는 것이었다. 선행을 베풀면 그 선행이 수익이 될 수 있는 도구를 찾았고, 그 도구가 바로 ESG이다. ESG가 중요해진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든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자각, 코로나로 인한 인류의 자기반성, 공정 세대 MZ세대의 부상 등을 든다.

 

하지만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기업 처지에서 보면 ESG는 선행이자 성과일 필요가 있었고, 그 선행을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으로 인정받아야 했다. 아마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협약이 없었다면, 환경보다 다른 가치가 우선했을 수도 있다. 수많은 경영 가치 중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선택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을 분해하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리더십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리더십도 기업 자산이고 그 리더십은 이미 그 기업의 재무성과로 이미 변신해 있다. 한 기업의 유능한 CEO가 다른 회사로 옮겨가면 이전 회사의 주가는 하락하고, 새로운 회사의 주가는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이 펼치는 경영활동도 분해되었다. 생산, 재무, 마케팅과 같은 전통적 경영 행위가 아니라 기업이 지향하는 경영 가치로 말이다. 지금은 그 경영 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빅 3가 ESG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ESG를 대하는 기업인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미 사람들은 기업을 주체로 인식하였고,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비(非)재무성과였던 경영 가치들이 공식적인 재무성과로 변하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ESG를 실천하면 수익성 높은 기업이 되는지, 수익성이 높아지려면 반드시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은 앞으로도 기업에 많은 숙제와 과제를 요구할 것이다. 디지털 혁명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선택지가 많아졌고, 독점적 기업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이 주는 숙제를 성실히 해내고, 그 동기와 결과가 선하게 유지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그 기업이 영속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언제든 새로운 경영 가치를 내세워 기업의 수명을 결정할 것이다. 그 경영 가치를 계량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일도 아니다. 기업인들은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또 다른 경영 가치가 언제 어떻게 재무성과로 변신할지 모른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기업인들은 아직 재무성과가 아닌, 새로운 경영 가치에 늘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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