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55)]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켜낸 ‘부와 일자리 간 결혼’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2.15 07:24 ㅣ 수정 : 2021.02.15 10:28

블룸버그 500인 부호는 ‘절망의 명단“/‘부와 일자리간 결혼(marriage)’은 소멸되고 ‘부와 일자리간 결별(divorce)’이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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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 정몽구(왼쪽)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블룸버그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집계했다는 세계 부자 순위 500위 명단을 보면 ‘부와 일자리간 결별(divorce)’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돈을 많이 번 부호일수록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본인만 풍요를 누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먹여 살렸다. 재산이 많은 순서대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와 일자리간 결혼(marriage)’은 만연한 현상이었다. 때문에 모름지기 부란 국가경제적으로 유의미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21세기형 부호는 독하다. 부를 스스로에게 집중시킨다. ‘부와 일자리 간 결별’을 주도한다. 부호 명단 상단에 위치할수록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물론 당사자가 못되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산업구조 자체가 그렇다. 인간을 최소한으로 고용할수록 그 기업의 가치는 고평가돼 대주주의 자산가치는 높아진다.

 

반면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돈을 풀수록 그 기업의 가치는 저평가돼 대주주의 자산가치는 떨어진다. 더 많은 타인에게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을 제공하는 사람이 ‘선한 기업인’이라고 가정한다면, ‘선한 기업인’은 치명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블룸버그가 작성한 500인 부호명단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입장한 한국인 부호 6명의 서열만 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9년도 각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블룸버그 명단 상단의 부호가 그 밑의 부호보다 일자리 창출 면에서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부와 일자리 간 결혼’ 유지/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부와 일자리 간 결별’로 이동   

 

56위를 차지해 국내 1위 부호가 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부와 일자리 간 결혼’을 유지시키고 있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의 재산은 31조원(280억 달러)이다. 삼성전자 직원은 10만 5257명이다. 평균 근속연수도 12.1년에 달한다. 1인평균 연봉은 1억 800만원이다. 연간 급여총액은 무려 10조 9224억 1500만원에 달한다. 

 

177위를 차지해 국내 2위 부호가 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으로 접어들면서 ‘부와 일자리 간 결별’ 조짐이 생긴다. 서 회장 재산은 14조5000억원(131억 달러)이다. 재산 규모가 이 부회장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하지만 직원수는 2019명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50분의 1 수준이다. 이 부회장의 부가 삼성전자 이외의 다양한 계열사를 토대로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셀트리온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4.2년에 불과하다. 1인 평균 연봉은 9600만원으로 삼성전자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직원 수가 적어 연간 급여총액은1319억 960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90분의 1 수준이다. 

 

330위(국내 4위)에 오른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서정진 회장보다는 ‘부와 일자리 간 결별’현상을 지연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김 의장의 재산은 8조8000억원(80억 2000만 달러)으로 서 회장보다 6조원이나 적지만 일자리 기여도는 더 크다. 

 

카카오의 직원 수는 2701명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4.9년이다. 1인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고, 연간 급여총액은 2217억 4800만원이다.   

 

그래도 서정진 회장의 일자리 기여도는 다른 부호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넥슨 김정주,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등은 ‘부와 일자리 간 결별’ 주도?

 

12조 4000억원(112억 달러)로 201위를 차지해 국내 3위 부호가 된 게임기업 넥슨 김정주 회장의 경우는 일자리 기여도를 알 수가 없다.  

 

7조4000억원(67억2000만 달러)로 401위(국내부호 5위)에 오른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창업자의 일자리 기여도 역시 베일에 쌓여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아서 고용한 직원 수, 평균 연봉, 연간 급여총액 등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게임기업의 특성상 고용창출 기여도가 셀트리온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 ‘부와 일자리 간 결혼’에 대한 강력한 수호자

 

가장 ‘놀라운 부호’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7조2000억원(65억1000만 달러)로 411위(국내 부호 6위)에 그쳤다. 이 수치는 우리를 두 번 놀라게 한다. 우선 한국의 산업화를 견인해온 대표적 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바이오기업, IT기업, 게임기업 등의 창업자보다 부의 서열 면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더 놀라운 현상은 정 명예회장이 가장 강력하게 ‘부와 일자리 간 결혼’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주가 키우기 경쟁에서는 패배했지만 일자리 지키기에서는 발군의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직원 수는 17만 32명이다. 6명 중 고용창출 순위는 1위이다. 정 회장의 재산가치는 이재용 부회장보다 23조원이나 적지만 고용규모 면에서는 7만명이 많다. 

 

1인 평균 급여는 9600만원으로 셀트리온과 같다. 그러나 연간 총급여액은 6조 7048억 5300만원이다. 셀트리온의 50배에 달한다. 

 

따라서 블룸버그 500인 부호명단은 무의미하기 그지없는 자료이다. 수많은 빈자와 중산층에게 박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 명단에는 교훈은 소멸된 채 절망만 살아 숨쉰다. 

 

‘부와 일자리 간 결혼’이라는 미덕을 지켜낸 기업인 500인 명단이 새로 작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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