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77)] 상대방을 주도할 히든카드를 준비하라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11.02 06:40 ㅣ 수정 : 2020.11.21 15:52

잘 싸우는 장수는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정하지 상대방에게 조정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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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선전자, 치이이불치어인(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이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허실편(虛實篇)에 나오는 말로 “잘 싸우는 장수는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지 상대방에게 조정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직업군인은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지만 업무나 인간관계 등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평시의 일상 속에서 주도권은 법과 규정의 범주 안에서 발휘될 수 있다. 작금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호 분쟁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 국회에서 발언하는 추미애 법무정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작전장교가 정확하게 점검했으니 이해하고 진정하세요…!


녹음기에 접어 들면서 적들의 침투가 예상되자 상급부대로부터 매복작전이 철저히 시행될 수 있도록 지휘감독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어 사단에서는 매복실태를 확인 점검하게 되었다.


필자는 소대장 시절 매복작전에 투입되었던 소대원들이 대대장의 불시 현장확인에서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기대를 하며 예하부대의 매복작전 시행을 불시에 점검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29)] “취준생들에게 들려주는 '작은 성공담'의 교훈” 참조)


각 연대는 1~2개소씩 대성산 기슭의 접근로에 매복조를 운용했다. 필자는 야간 해트라이트 불빛이 매복작전에 방해되기 때문에 짚차를 인접 부대에 대기시켜 놓고 은밀하게 매복진지에 도착하자, 매복조는 수하 및 검문도 안하고 완전히 기습을 당한 꼴이 되었다.


추정하건데 당시의 매복조는 사단 작전장교가 심야시간 불시에 점검을 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인솔장교를 포함한 모두가 야영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실제로 각 개인의 안면위장, 휴대장비, 진지간 신호줄 및 크레모아 설치, 실탄 휴대량 및 신호규정을 확인한 결과 모두가 엉망이었고, 심지어 인솔자의 상황판에도 매복장소에 대한 도식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도 한심해서 현지에서 모든 것을 직접 교정해주고 아침이 되어 철수할 때까지라도 매복작전을 잘하라고 당부하며 다음 점검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날 아침에 점검 결과를 참모에게 보고했고, 작성된 매복점검 결과와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작전에 임하라는 강조 지시를 예하부대에 하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김관진(육사28기) 작전참모의 인터폰 호출이 있었다. 참모실 앞에 도달하자 문 앞에서 결재를 대기하던 동료 장교가 예하부대 연대장이 참모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는 귀뜸을 해주었다.


작전참모 책상에는 필자가 작성하여 사단장 결재를 득한 점검결과 문서가 놓여 있었고, 그 연대장은 참모에게 이러한 점검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며 얼굴이 불거진 상태였다.


참모는 연대장의 항의에 당황하면서 필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비록 대위 계급의 하급 작전장교였지만 계급이 높다고 참모를 몰아붙이는 대령 계급의 해당 연대장에게 필자의 노트를 보여주며 말문을 열었다.


“연대장님, 작전 중에 점검하는 법이 어디 있으며 너무 심하게 지적한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셨는데, 이 노트를 보십시오…”하며 결재 받은 지적사항 이외에 추가로 지적한 주변 술병 및 과자봉지 등 전장정리와 진지 위장상태 미흡, 음어 미휴대, 신호규정 미숙지, 야간 필터를 미장착한 후레쉬 등 하달 지시문에 미포함된 추가 지적 사항을 나열하며 “차마, 이러한 추가 지적 사항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자 참모는 웃으며 “작전장교가 정확하게 점검했으니 이해하고 진정하세요”라고 연대장을 달랬다. 얼굴이 더 붉어진 연대장은 한숨을 쉬며 참모에게 사정하듯 “매복작전을 내보낸 지원중대장이 이번에 진급해야 하는데 이 지적으로 누락될까 걱정이다”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 야간 매복진지를 투입하는 장병들과 군사경찰(헌병)이 검문하는 모습 [사진제공=국방부]
 

■  둔필승총(鈍筆勝聰)으로 상대방을 주도할 히든카드를 준비하는 것


소・중대장 시절에는 헌병(지금은 군사경찰)들에게 불시 검문 등 필요 이상의 제재를 많이 받았다. 사단 책임지역 내에서도 헌병초소를 통과하려면 휴가증 및 출장증이 반드시 있어야 했고, 병사들뿐만 아니라 장교라도 헌병 병사가 휴대품을 점검하면 아무 소리도 못하며 응해야 하는 등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헌병의 위세는 계급을 초월하여 너무도 당당했다.


사단 작전장교가 되어서는 그동안 당했던 헌병(현 군사경찰)들의 무리한 제재와 호가호위(狐假虎威)를 고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따라서 예하부대 확인 점검을 할 때마다 그 주변 헌병초소와 막사를 들러 작전태세의 미비점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의식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러한 필자의 활동은 헌병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에게 소문이 났고 그 보고를 받은 헌병대장  역시 작전참모를 찾아와 항의를 했다.


손자가 ‘선전자, 치이이불치어인(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이란 말의 의미같이 필자는 모든 일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법과 규정의 범주 안에서 히든카드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점검 결과를 기록하고 보고는 안했지만 필자의 노트 속에는 각 초소별로 확인 점검하여 지적했던 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필자는 참모보다 선임이었던 헌병대장에게 초소별로 총기 및 실탄관리 부실, 초소내 음식물 비치 및 부착물 미준수, 두발 및 복장불량, 암구호 미숙지, 막사주변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 미흡 등의 지적사항들을 설명하면서 “본부의 식구이기 때문에 위로는 보고를 안하고 현지에서 시정시켜 작전에 기여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냐?”고 되려 반문하여 참모의 위신을 높히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손자의 “잘 싸우는 장수는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지 상대방에게 조정 당하지 않는다”는 병법을 은연중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다산 정약용이 강조했던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하고 부족한 "붓"이 총명한 머리보다 더 낫다)을 실천해 기록을 유지했던 결과였다. 


또한 직업군인으로서 주도권을 갖고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주도할 히든카드를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