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은행 참여 부진…금융데이터거래소, 존립 기반 ‘흔들’

윤혜림 입력 : 2020.05.18 05:00 ㅣ 수정 : 2020.05.18 05:00

제공 데이터 선정·가격 책정에 문제/금융당국, 유통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시행착오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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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오는 8월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의 정식 발효를 앞두고 카드사나 은행이 보유한 고객의 행동, 금융정보를 암호화해 사고팔 수 있는 ‘금융데이터거래소(FinDX)’가 지난 11일 출범했으나 판매 데이터의 선정과 가격 책정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카드사와 은행의 참여가 부진,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 등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이용자가 공급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는 거래시스템 개발과 함께 유통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정보 유출의 위험과 기존 데이터를 용도에 맞춰 재가공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보안원은 5월 11일 금융 분야에서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출범하고 데이터 중개시스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보안원은 지난 11일 금융데이터거래소 오픈 행사를 열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데이터의 검색과 계약·결제·분석 등의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데이터의 유통 절차와 기준, 가격 산정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으며, 초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바우처도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잇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판매 데이터를 등록하고 수요자는 데이터를 검색하고 샘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으며 플랫폼 안에서 계약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데이터거래소에서 금융사들이 가진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신·유통 등 일반 상거래 기업도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서로 다른 산업 간에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상품과 연구 개발을 위한 결합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에 많은 기업이 신사업 전개에 필요한 금융권의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은행과 카드사의 데이터 창고가 열리길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카드사와 은행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3곳, 은행 1곳 참여 불과…어떤 데이터 관심 있는지 파악할 방법 없어
 
지난 15일 기준 데이터 제공에 참여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삼성카드 단 3곳뿐이며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은 총 40곳이 있는데, 데이터를 등록한 곳은 20곳에 불과하다. 데이터 거래량은 38건으로, 무료 데이터를 제외하면 15건의 실거래가 이루어졌다. 카드사에서는 유일하게 신한카드에서 총 11건의 데이터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처럼 카드사나 은행이 데이터 제공에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제공할 데이터의 선정과 데이터의 가공, 그리고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데이터를 판매하기 위해선 축적된 데이터가 이용자가 원할만한 주제여야 하며,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사나 은행들은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어떤 데이터에 관심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으며 단지 보유한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카드사나 은행들이 데이터 판매를 위한 투자와 인력 투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더불어 데이터를 판매할 시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카드사가 데이터를 판매하기 위해선 이용자와 데이터를 활용할 범위와 항목, 사용 기간 등을 논의하고 이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데이터 정보의 유출 위험도 문제다. 또한 데이터 구매자가 다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이를 하나하나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카드사들은 자력으로 데이터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쌓인 데이터는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판매할 경우에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한다”며 “게다가 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시 적정 가격 기준이 없어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에 금융위원회는 데이터 이용자가 다수나 특정 공급자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요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카드사나 은행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 책정 문제에 대해서는 데이터 상품 유형 및 활용사례, 데이터 표준화와 가격 산정, 유통 계약 시 고려할 사항을 담은 유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개별 카드사와 데이터 이용자가 데이터를 거래할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를 거래소 내에서만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카드사에게 제공받은 데이터를 거래소 내에서 이용하고 결과만 이용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구매한 이용자가 불법적으로 이를 이용하거나,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제 막 출범해 등록된 상품이 대부분 과거 활용됐던 데이터나 보편적인 수요의 주제지만 추후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 익명과 가명 정보를 이용해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는 만큼, 금융과 타 산업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어 데이터거래소를 통해 산업 간 경계 없이 데이터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 역시 “카드업계는 올 8월부터 시행예정인 데이터 3법 개정안을 토대로 기업의 신사업 컨설팅이나 기업 신용평가 사업 등의 새로운 데이터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이용한 산업이 발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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