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긴 연예인](1) 한현민, 차별받던 피부색→특별한 ‘1호 모델’로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3.11 09:34 ㅣ 수정 : 2020.03.11 09:50

미국 타임지의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선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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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 [사진제공=인스타그램]
 

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요즘 가장 ‘핫한’ 모델로 꼽히는 한현민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는 이제 패션쇼의 런웨이 뿐 아니라 지상파에서도 자주 보이는 당당한 ‘셀럽’이다. 혼혈 모델 1호, 까만 피부에 언 뜻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연상케 하는 외모로 모델계에 입문한 뒤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한국 1호’라는 타이틀로 세계 패션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개성은 패션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강점이다. 하지만 남과 다른 외모로 인한 차별, 가난이 합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이유기도 했다.

 
 
[사진제공=인스타그램]
 
 

한현민은 2001년생,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무역업을 하다가 만나 결혼했다. 많은 아이들을 키우느라 가정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한현민은 어릴 적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포기했다.

 

보통 한국인과 다른 심한 곱슬머리와 까만 피부색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을 서울 용산구 해방촌과 이태원 부근 등 그래도 외국인이 많은 곳에서 보냈지만, 주변의 손가락질은 매서웠다.

 

외모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아 울고 있으면, 어머니는 “너는 특별한 아이다. 기다리면 피부색이 까매서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며 위로하곤 했다. 이런 어머니의 따뜻한 애정이 있었기에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한현민이 모델의 꿈을 처음 꾼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방황하던 사춘기가 끝날 무렵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옷을 좋아했고, 모델 활동을 하는 중학교 선배를 보고 꿈을 품게 됐다.

 

모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델 아카데미의 높은 학원비가 집안 형편상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보려고도 했지만, 나이가 어려 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뜻밖의 장소에서 기회를 잡았다.  자주 가던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형이 친척이 옷 사업을 한다며 룩북 촬영을 해보라고 추천해 준 것이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들을 SNS에 올렸는데, 모델쪽을 주로하는 연예기획사, SF엔터테인먼트의 윤범 대표가 사진을 보고 연락을 했다.

  

윤 대표는 한현민을 금요일 저녁 사람 많은 이태원 길거리로 불러내 테스트를 위한 워킹을 시켰다. 한현민은 한걸음 한걸음 침착하게 걸었고, 합격했다. 모델 아카데미를 못 다녀 워킹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무대에 설 만한 담력과 끼를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한현민은 2주 뒤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패션위크 무대에서 중학교 3학년의 신분으로 나이로 파격적인 데뷔를 했다.

 

“2주 전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내가 지금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걸 앞두고 있다니 꿈만 같았고 너무 떨렸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네가 첫 번째로 나가서 빛을 발해라’는 말을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겨 무대에 올랐다.”

  

한현민이 2016 F/W 서울패션위크의 한상혁 디자이너 브랜드인 에이치 블레이드 무대 오프닝에 선 소감이다. 

  

개성이 중시되는 패션계에 발을 들이면서, 아픔을 주었던 외모는 이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함’이 됐다. 어머니의 말처럼, 남과 다른 피부색이 수많은 비주얼의 모델 속에서 묻히지 않는 보물이 됐다. 

 

한현민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패션쇼, CF, 드라마, 라디오, 예능, 유튜브까지 폭 넓다. 한복 홍보대사, 다문화 홍보대사에, 올해 3.1절 기념식에도 참석해 한국 전통과 다문화 시대를 잇는 아이콘으로서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사진제공=인스타그램]
 


그는 2017년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선정됐고, 포브스에서 진행한 2019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성인이 된 것을 계기로 한현민은 더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다. 

  

한현민은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전혀 못하는 편이었다. 현재는 샘 오취리, 그렉이 출연하는 유튜브 ‘인싸영어’에서 열공중이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목표를 위해서다.

  

한현민은 비비안웨스트우드,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등 유명하고 큰 브랜드쇼에 서는 것을 꿈꾸고 있다.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한계는 없다고 스스로 되뇐다.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잡아줄 수 있는 연상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을 때 저를 잡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다양성과 융합은 더 이상 새로운 물결이 아니라 보편화된 코드이다. 한현민은 이런 문화현상을 보여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델계 뿐 아니라 연예계 전체의 기대가 크다. 

 
 
[사진제공=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