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4) ‘숨고’는 소상공인이 대기업 누르는 ‘평판시장’, 소비자 맞춤형 니즈 공략이 승부처

변혜진 입력 : 2020.03.06 11:37 |   수정 : 2020.03.11 09:39

이사, 입주청소, 취업컨설팅, 과외 등 생활서비스 제공하는 ‘만물상’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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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앱 화면[사진제공=숨고]

 

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저...내일 점심시간에 새집증후군 제거 시공 가능할까요?”


이사를 앞두고 있는 회사원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이사 업체 선정부터 장판 시공, 입주 청소, 새집증후군 제거 시공 등 지출 항목이 갈수록 늘어났기 때문이다. 토탈 이사업체에 견적을 문의했더니 예산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나왔다. 인테리어 전문 플랫폼도 알아봤지만 묶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숨고’앱을 통해 바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직장 스케줄에 맞춰서 원하는 시간대에 그리고 예산에 따라 원하는 가격대에 이사부터 입주 청소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총 8군데의 이사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고 합리적인 가격의 업체를 선정했다. 여러 토탈 이사업체에 전화하면서 가격을 협상하고 이사 날짜를 조율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새집증후군을 제거하는 시공도 빠르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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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서비스 요청서 화면[사진출처=숨고앱 화면캡처]

 

‘숨고’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생활 해결사’들을 찾을 수 있다. 마치 금융플랫폼을 이용하면 여러 시중은행 및 보험사들의 금융상품을 한 눈에 살펴보고 최적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숨고는 그 영역이 훨씬 다양하다.  안방 문이 잠겨서 열고 들어갈 수 없을 때, 화장실 변기가 심하게 막혔을 때,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과외 교사를 구하려고 할 때 등처럼 거의 모든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전문가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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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Soomgo)’ 사업모델[표=뉴스투데이]

 

소상공인·프리랜서 ‘고수’ 플랫폼 노동자…‘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수수료 기반 아닌 첫 견적서 전송 시 과금


‘숨고’는 고객과 소상공인을 매칭해주는 B2C(Business-to Customer) 생활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프리랜서와 소상공인의 성공을 돕고, 고객의 생활에 필요한 전문가를 합리적으로 연결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만 중요한 시스템이 아니다. 소상공인 및 전문가들에게도 소중한 시장이다. 실력을 갖춰서 좋은 평판을 얻는데 성공한다면, 지속적으로 일감을 얻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거래처 사장님의 눈치를 보거나 아부를 할 필요도 없다. ‘냉정한 실력의 세계’인 셈이다.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인프라가 부족한 프리랜서 소상공인은 숨고 플랫폼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고객을 찾을 수 있다. 고객은 대기업의 표준화된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의 니즈(needs)에 맞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하게 누릴 수 있다. 현재 숨고는 총 600여 개의 생활 비즈니스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있다. 서비스 종류는 레슨, 홈·리빙, 이벤트,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건강·미용, 알바 등으로 다양하다.

 

숨고에서 활동하는 플랫폼 노동자, ‘고수’는 소상공인이나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다. 고수로 등록하게 되면 고객들의 서비스 요청서를 보고  본인이 어필할 수 있는 고객들한테 견적서를 보낼 수 있다. 숨고 관계자에 따르면, 숨고의 고객 유치 시스템은 일반적인 검색·디스플레이 광고처럼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숨고의 과금 구조는 수수료 기반이 아닌 차감형이다. 잠재 고객들에게 견적서를 처음 전송하는 첫 메세지에 대해서만 과금한다. 과금 비용은 수요·공급에 맞춘 알고리즘에 따라 서비스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차등적이다.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이사, 인테리어, 입주청소 등의 홈·리빙 부문과 취업컨설팅, 과외 등의 자기계발 부문은 한 번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최대 몇 만원씩 차감된다. 다수의 고수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면 과금도 적게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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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수납 컨설팅 상담 화면[사진출처=숨고앱 화면캡처]

 

현재 정리수납 컨설팅 고수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육아 이후 중소기업에서 경리로 몇번 일했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B씨는 ‘숨고’를 통해 자신이 즐기는 ‘정리정돈’이 돈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정리수납 컨설팅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은 총 6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어엿한 중소업체의 대표다. B씨의 주 고객층은 워킹맘, 육아맘, 이사 고객 등으로 다양하며 일주일에 평균 2건 이상의 일을 한다. B씨는 정리수납일을 끝내고 나서 깨끗해진 공간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숨고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숨고 이용 고객들은 서비스별 평균가격, 안전거래 보장 등에 관한 정보나 숨고의 사후관리제를 통해 고수를 고르거나 거를 수 있다. 숨고 사이트에서 지역별·서비스별 평균가격을 확인함으로써 고수들이 보낸 견적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객과 ‘분쟁’을 일으키는 고수는 원 아웃제로 퇴출한다. 다만 서비스 취향 차이로 오는 ‘불만족’에 대해서는 엄격히 관리하기보다 고객들이 작성하는 솔직한 리뷰로 패널티를 받도록 함으로써 자가정제되도록 한다.

 

 

고객들의 우선순위는 ‘가격’보다 ‘맞춤형 니즈 충족’


고수되면 대기업도 탐내는 광대한 시장 소유


숨고는 ‘소상공인 임파워먼트(권한이양)’를 지향한다. 소상공인이 시장의 권력자가 되도록 한다는 게 설립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고수로 등록가능한 기업규모의 기준은 따로 두고있지 않다. 즉 대기업도 고수로 등록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대기업 이사업체는 숨고를 하나의 영업 방편이나 부가적인 수입원으로 활용 중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큰 기업들의 이중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소규모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인프라가 충분한 대기업까지 플랫폼에 들어오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숨고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이용 고객들의 가장 큰 고용 결정요소는 ‘가격’보다 고수에 대한 리뷰와 ‘고수와의 핏(fit)’이다. 즉 고객의 맞춤형 요구에 고수가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소상공인은 세분화된 고객 니즈를 맞춰줌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숨고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비스 가격은 고용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요소라기보다 초반 시장조사 때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유저들은 서비스가 표준화돼있는 큰 업체보다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업체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서비스 관련 전문기술 자격증은 필수이며 어떤 고객층을 겨냥할 것인지에 관한 영업전략 역시 끊임없이 세워야 한다.

 

 

소수의 기득권자에 의한 지배 방지하기 위해 신규 고수 안착제도’ 실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신규 고수들을 위한 ‘신규 고수 안착 제도’도 있다.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숨고에 새로운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는 대단히 현명하다. 숨고와 같은 플랫폼이 소수의 기득권자에 의해 지배당한다면 평판이 악화돼 소비자들이 떠나기 마련이다.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숨고는 신규 고수들을 고용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대금의 10%(최대 25000원) 지원금을 제공해준다. 신규 고수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또한 신규 고수들에게 전담 컨설턴트를 배정하여 고용 컨설팅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프로필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어떤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등에 관한 내용들을 상담해준다. 이러한 안착제도는 신규 고수가 3개월 이상 꾸준히 숨고를 통해 견적서를 보내거나 고용거래를 성사하는 등 숨고 이용 점유율이 80%가 될 때까지 지속된다. 


올해 6년차로 접어드는 숨고의 향후 로드맵은 고수들에게 ‘양질의 비즈니스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숨고는 현재 고수들에게 신청서를 제출한 고객의 정보, 예를 들어 언제 가입했고 몇 번째 숨고를 이용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고수들 입장에서 견적서 보낼 때 비용이 과금되는만큼 숨고 이용 횟수가 많은 고객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숨고 관계자는 향후 이슈와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고수들에게 이머징 마켓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방역 서비스가 증가한다든지, 특정 방송에 소개된 취미생활이 인기를 끈다든지, 가전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수들에게 계절별로 선호되는 청소 종목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정보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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