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왕희학원 전 이사장의 학교직원 '농사일 편법 동원' 논란, 서울시 교육청 특별감사할 듯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09-27 11:23   (기사수정: 2019-09-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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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희학원 소속 대신고등학교 전경 [사진제공=대신고등학교]

학교 관계자 B씨, "전 이사장이 학교 시설관리 직원들을 수년 동안 '농사일' 등에 동원"

평일 중 시설관리 근무 대신 '왕희동산' 출장 내보내고 '관내 여비' 지급하기도

회계비리 연루됐던 왕희학원 전( 前) 이사장 A씨, 법인 사택 관리인 신분 '지시' 의혹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학교법인 왕희학원 A 전 이사장이 법인 사택 관리인 자격으로 학교 영선실(시설관리실) 직원들에게 수년 동안 농사일 등을 시켜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왕희학원은 서울 종로구 소재 대신중·고등학교의 학교법인이다. 문제의 A씨는 지난 2011년 발생한 법인 내 회계 비리 사건에 연루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5년 동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인사다.

그는 자격정지 기간 중 경기도 고양시 소재 법인 소유지인 ‘왕희동산’에 관리인 신분으로 등재됐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관계자 B씨는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A씨는 최근까지 자신이 관리해야 할 왕희동산에 영선실 직원을 불러 텃밭을 일구게 하거나 벌초를 시켰다”며 “이 같은 부당한 관행은 오랜 세월 동안 학교 이사장을 지냈던 A씨의 위세에 의해 지속돼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선실 직원들이 A씨의 부름을 받아 왕희동산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은 거의 매주 반복됐다”라고 주장했다.

B씨는 “왕희학원 소속인 대신고등학교 교장은 A씨의 부당한 지시에 수차례 항의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대신고 교장은 A씨의 아들이라는 인간적 관계가 아닌 강압적 분위기로 인해 A씨의 행동을 막지 못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B씨 측이 뉴스투데이에게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영선실 직원들은 A씨가 이사장으로 남아있던 시기인 2011년을 비롯해 최근까지 왕희동산 출장을 지속해왔다. 2014년 문건에는 출장지를 '왕희동산'으로 적고 관내 여비를 지급받았다. 올해에도 평일 근무 시간 중 출장이 수 차례 이뤄졌다.

영선실 직원은 학교시설을 정비 및 보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평일에 영선실 직원이 법인 사택 관리인인 A씨의 업무에 사적으로 동원되는 경우 해당 업무를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 25일 대신중학교 측이 공개한 영선실 직원의 ‘왕희동산’ 등 출장 기록 문건. 해당 출장 당사자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제공=대신중학교]

▲ 25일 대신중학교 측이 공개한 영선실 직원들의 ‘왕희동산’ 출장비 지출 내역 문건. [사진=뉴스투데이]

전 이사장 A씨, "영선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반박

50여 년 근속한 영선실 직원 C씨, "지시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 해명

영선실 직원들 '출장 기록' 남기고 여비도 받아 '공무수행' 임을 뒷받침

이날 A씨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영선실 직원들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농사일 등의 업무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근로는 자발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영선실에서 ‘여기다 너희 농사지어서 갖다가 나눠 먹어라’해서 감자와 고구마를 절반씩 심었다”라며 “그들이 나와서 수확을 해서 다 나눠줬는데 ‘영선실 직원을 데려다 농사를 짓는다’? 터무니없는 모함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에는 이 같은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1968년부터 50여년 근속했다는 영선실의 한 직원 C씨는 “우린 지시를 받아서 간 게 아니다.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감자를 심고, 캐 오고, 가져와서 나눠 먹었다. 올해도 추석 전에 둘이서만 가서 법인에서 사놓은 예초기로 (매년 하는) 벌초를 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영선실 직원들은 A씨의 농사일 등을 하기 위해 근무지인 학교를 벗어나면서 '왕희 동산', '법인 업무' 등으로 출장지와 목적을 명시하는 기록을 남겼다. 통상적으로 근무 시간이 아닌 휴일 등에 별다른 기록 없이 이뤄지는 개인의 자발적 봉사보다는 공무 수행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관계자 B씨, "영선실 직원의 왕희동산 출장을 용인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어"

"전 이사장인 A씨가 고함지르면 아들인 교장 등도 힘 못써"

A씨, "나는 자연인이라 법적 권한 없고 잔소리 하는 정도" 해명

현 이사장 D씨는 연락해도 응답없어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 B씨는 “학교 직원이 동원되도록 하는 법인 내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선실 직원의 왕희동산 출장은 학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지만 A씨의 요구에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B씨는 “법인과 학교는 완전히 분리돼 법인에서 업무를 하려면 따로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라며 “교육청에서도 행정실 직원이 법인 회계 업무를 하는 건 어느 정도 용인하지만 사택 관리와 농사일을 시키는 데 학교 직원을 동원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이 지고 있는 직원 관리 책임과 관련해 B씨는 “농사를 짓는다며 자꾸 영선실 직원들을 평일 근무 시간에 오라고 해서 저희가 농사를 짓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라며 “보내지 말라고 수차례 말씀을 드렸는데 거기서 소리를 지르시고 무어라 하시니 교장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자격정지 이래로 이사회에 복귀하지 못한 A씨는 “나는 '자연인' 신분이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법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서 “잔소리하는 정도”라고 일축했다. 반면 B씨를 비롯한 복수의 학교 관계자들은 “A씨가 사실상 최종 결재권자로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 24일과 25일 기자는 왕희학원 이사장 D씨와의 접촉 시도에 실패했다. [사진=뉴스투데이]

한편, 현직 왕희학원 이사장 D씨는 이날 학교로 출근하지 않았고 전화와 단문(SMS) 연락도 응답이 없어 이사장 차원의 해명은 청취하지 못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 "전임 이사장의 학교 직원 업무지시 및 학교-법인 분리 위반은 감사 대상"

서울시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저희는 지원 장학이라서 학사 관련해서만 담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단 문제까지는 담당하지 않는다”라며 “감사팀이 학사 감사와 재무 감사를 맡는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가 아닌 사람이 이사회 결정을 좌지우지하거나 학교 직원이 (법인에) 가서 어떤 것을 해준다면 감사 대상이 된다”라며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서는 증빙 자료를 먼저 요청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현장 감사를 나갈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서류 요구 없이 바로 나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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