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로 한일무역전쟁 이긴다]④ ‘스미토모’는 되고 ‘삼성전자’는 안되는 내부거래 규제개혁이 과제
오세은 기자 | 기사작성 : 2019-07-24 15:47   (기사수정: 2019-07-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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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정청은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로 반도체 핵심 부품 및 소재 기술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사실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대기업의 전면적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한일무역전쟁이 격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산화’를 근본 해법으로 선택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삼아 과거사 문제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더욱이 대일무역 누적적자가 7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왜곡돼있는 한일경제구조를 차제에 혁신하기 위한 신호탄으로도 풀이된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구축, 국민적지지 등을 이끌어내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 및 부품에 대한 ‘국산화’를 이뤄낸다면, 문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뤄낸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다. <편집자 주>



당정청 “이번 위기, 기회로 삼아 반도체 핵심 부품 및 소재 기술 국산화” 한목소리

자본력 취약한 중소기업 중심의 고급기술 상용화는 어려운 과제

대기업이 주도하는 전면적 투자가 해법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당정청은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로 반도체 핵심 부품 및 소재 기술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사실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대기업의 전면적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기업이 지닌 기술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등이 수입해온 반도체 소재 중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지배적 공급자가 일본의 3대 재벌인 스미토모그룹의 자회사인 스미토모화학이라는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 주체가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음을 웅변해주는 사례이다.

24일 반도체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산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기업이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공급자로 선택하는 방안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계열사나 자회사 형태로 소재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전자를 선택해 진행해 온 사례도 있었으나, 결국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선택한 건, 협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산을 뛰어넘는 고순도 불화수소 특허기술을 개발하고도 자본부족과 초기 리스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상용화를 포기한 중소기업의 사례가 알려져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산업기계 제조업체 A사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한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초고순도 불산(HF)의 제조방법’ 특허를 출원하고, 2013년에 특허를 등록했다. 공개된 특허 정보를 보면 이 제조법은 초음파 진동을 가하는 방법으로 불화수소(불산) 중에 수분을 제외한 불순물 성분이 1ppb(10억분의 1)만 남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한 특허 공개전문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는 불순물 농도가 최저 0.1ppb(100억분의 1)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불화수소의 순도는 99.9999999999%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불순물이 100억분의 1 수준만 함유돼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와 국내 A사가 특허 출원한 초고순도 불산을 두고 봤을 때, A사의 기술력이 뒤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A사 ‘초고순도 불화수소’ 특허에도 투자 비용 등 부담 등으로 상용화 포기

공정위 관계자 “대기업이 특허권 매입해 설립한 회사, 총수일가 지분있으면 사익편취 대상 ”


그러나 A사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음에도 생산과 판매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초기 비용과 투자 리스트, 환경오염문제 등이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가 발간한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 방안 검토’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를 한국에서 국산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환경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보고서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면서 불화수소 공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밖에 보고서는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로 높은 건설비와 개발비, 제품 평가 등에서의 어려움, 기술적 어려움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적극적인 기술협력 등을 들었다.

그러나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인·물적 자원 등이 투입됐다면 오너십은 어느 쪽이 갖게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낳게 된다.

이와 관련, 정민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 오너십은 기본적으로 투자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한 형태라면 오너십은 중소기업이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자본 등을 투자해 중소기업의 기술력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은 이 기술력을 갖고 특허를 취득한 중소기업에게 특허권을 매입한 뒤 계열사 혹은 자회사를 만들어 스미토모화학과 같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러 정황들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대기업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매입한 특허권이라면 이를 갖고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새로 설립된 회사가 총수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사익편취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중소기업의 소재및 부품기술이나 특허를 매입해 계열사 등을 설립할 경우,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갖는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인 셈이다.

대일의존도 93.7%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공급사인 스미토모화학은 일본 3대재벌 자회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스미토모 그룹처럼 기술투자에 제약 없어야

스미토모화학(住友化學)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 3개 소재 중 하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일본 3대 재벌이었던 스미토모그룹의 자회사로 1913년에 출범해 올해로 106년이 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석유화학, 플라스틱, IT 관련한 화학제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왔다. 그랬기 때문에 현재 TV 등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편광판(특정 방향으로만 빛을 통과시키는 부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 50년 역사와 비교하면 이 회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걸어온 길의 곱절 이상을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소재’만을 만들어온 회사인 셈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처럼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전문기업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기의 상생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동안 플로오린 폴리이미드의 대일 의존도는 93.7%에 달한다. 스미토모 화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재벌그룹 자회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핵심소재 공급줄을 쥐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등의 규제로 인해 원천적으로 선택의 자유에 제약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국산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국산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향후 한국이 일본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국산화 선택이 옳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처럼 고난도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해소해 나갈 때, 핵심기술 및 소재에 대한 국산화를 이뤄내고 ‘일본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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