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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끝나지 않는 ‘최저임금’ 전쟁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1% 인상한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한지 10여일이 지났는데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조정안에 반발하며 전체회의를 박차고 나왔던 노동계는 최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절차와 내용상 심각한 위법성을 지니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했다.노동계만 반발하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제에 가장 예민한 영세업체 대표,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울상이다. 양측의 반발에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안을 고시한 뒤, 이의신청 기간(10일)을 거쳐 오는 8월5일 최저임금을 고시하게 된다.민주노총이 지난 15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 재심의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노정갈등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공산이 커졌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 ▲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앞세워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가 됐던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 광고. 소상공인들은 “악덕 고용주로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식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알바몬과 혜리 등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의 최저임금은 462.50원이었고 1989년에는 600원으로 올랐다. 이후 ▲1990년 690원 ▲1991년 820원 ▲1992년 925원 ▲1993년 1005원으로 해마다 8~18%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등 연간인상률이 5~7% 수준에 그쳤다. 이번 인상률(8.1%)은 2008년(8.3%)이후 최대상승률이다.우리나라보다 앞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시행한 국가는 많다. 1894년 세계최초로 시행한 뉴질랜드를 비롯해 미국은 1938년, 프랑스는 1950년에 각각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이보다 늦은 1999년에, 독일은 올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뉴질랜드 약 1만2240원 ▲미국 약 8200원 ▲프랑스 약 1만3000원 ▲영국 약 1만1300원 ▲일본 약 7300원 ▲독일 약 1만2700원 ▲호주 약 1만40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단순 금액으로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총 회원국은 34개국) 중에서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는 얘기다.경영자 측에서는 해마다 7%이상 오르는 최저임금제가 큰 부담이라고 호소한다. 대기업과 달리, 최저임금제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영세업체 대표, 소상인공인 등은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부담까지 늘어나 사업 자체를 운영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울상이다.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3월 429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5.5%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29.9%는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임금이 오르는 만큼, 일자리 자체를 줄여 수지타산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 올해초 최저임금 인상론에 불을 지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 노동계는 노동계 대로 불만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립서비스’가 큰 몫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해 3월부터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을 40%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때마침 미국, 일본 등에서도 임금을 인상해 경제를 살리자는 바람이 불었고 노동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인상률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일으킨 최저임금 인상 바람 전세계로 확산최경환 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의 불을 지핀 것은 사실 미국과 일본에서 불고있는 최저임금 인상 바람의 영향이 컸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기업들이 앞장서 임금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불경기 타계를 위해선 소득 상승을 통한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월마트의 경우 이미 지난 2월 올해 4월까지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부터는 10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미국의 거대 유통업체인 TJ맥스와 마샬도 미국 내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올해 상반기 중에 9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춘 미국의 소매·유통업체인 타겟도 최근 미국내 직원 34만7000명의 시간당 임금을 최소 9달러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혀 최저임금 인상 레이스에 동참했다.특히 미국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는 현재 9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내년1월1일을 기해 10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 가운데서도 LA는 2020년까지 15달러로 끌어올리고, 샌프란시스코는 한술 더떠 시급 15달러 달성을 2018년 7월까지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을 주장하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과 ‘버니’를 외치며 환호하는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내년도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미국 대권후보도 가세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73·무소속)은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빈곤에 처해서는 안된다”며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를 15달러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의 구호에 학생등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은 환호했고, “최저임금 15달러 실현을 위해 7월 15일, 15달러 이상을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에게 기부하자”며 모금 운동을 벌였다.그 결과 15일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 '선더클랩'(thunderclap)을 통해 진행한 모금 운동에는 총 2050명이 참여, 애초 목표 인원 500명을 410% 초과 달성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려야 한다며 대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인상을 발표한 토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통해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에 호응하여 임금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월 기본급을 4000엔(약 3만70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는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닛산 자동차는 5000엔(약 4만7000원), 혼다는 3400엔(약 3만2000원)씩 월 기본급을 인상키로 했다. 여기에 히타치(日立)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三菱), 후지쓰(富士通), NEC 등 전자기기 분야 6개 대기업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중국의 베이징도 지난 2월 최저임금을 1560위안에서 1720위안으로 10.3% 올렸고, 뒤이어 하이난, 텐진, 후난 등도 최저임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당장의 손실과 미래의 이득,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산업계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고용이 확대되는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임금 계층은 늘어난 소득을 저축하는 대신 소비하는 비중이 커 내수 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동 소득(실질임금)이 1%p 오르면 0.68~1.09%p의 GDP가 증가하고, 실질노동생산성은 0.45~0.5%p 상승하는 동시에 고용 역시 0.22~0.58%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업체이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가 늘어나고, 일부 사업장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할 것이란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외국의 경우 영세 상공인이 많지 않고,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대다수 사업장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영세업체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경영계가 선뜻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안전망 확충의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고용을 크게 줄여 오히려 근로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세계적 인상러시에 힘을 얻어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지금 수준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는 경영계의 갈등은 오는 8월5일 2016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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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20
  • [거꾸로 읽는 경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성사, 이재용의 삼성시대 개막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투데이(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국내외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삼성측의 승리로 끝났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금) 각각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와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양 사는 지난 5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날 주총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했다.이로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합병반대로 두 달여를 끌어온 삼성과 엘리엇의 표 대결은 삼성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북새통된 삼성물산 주총장, 차분한 제일모직 주총장 대조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aT센터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삼성물산 관계자와 주주,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5층 대회의실에는 40~50여명의 주주들이 이미 입장을 마쳤다. 4층에는 대량위임주주 대리인 접수처가 별도로 마련됐다.이날 일부 주주들은 입장이 시작되는 오전 7시 이전부터 일찍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600석 규모의 5층 주총장 외에도 4층 중회의실에도 약 400석 가량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총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은 4층에서 실시간중계 방송을 통해 주총장 진행 상황을 볼 수 있었다.소액주주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주총은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를 훌쩍 넘겨 9시 33분에야 시작됐다.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려는 주주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주주 명부와 주주 위임장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주총개최가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합병에 반대한다”는 고함과 “조용히 해”라는 맞고함이 오가는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aT 센터 건물 앞에서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한편 이에앞서 열린 제일모직의 주총은 85.8%의 참석율을 기록했고,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가결했다. 안건처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일모직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올라있고 합병 시 소액주주들이나 외국 주주들에게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어 이전부터 합병안 승인이 수월할 것으로 전망돼 왔기 때문이다. ▲ 서초동 삼성타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시대 공식 개막양사의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친다. 합병 후 회사는 삼성의 얼굴인 지주회사가 된다.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쓸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지배권이 사실상 확실해졌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를 보유하게 돼 합병 후 회사 1대 주주로 삼성전자 등 그룹에 대한 지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지분 4.1%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 이건희·재용 부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를 더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합한 8.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총액이 200조원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되는 지분 4%는 8조원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8조 원을 투자해서 주식을 4% 더 확보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무엇보다 이번 합병 성사로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한결 단순해졌다. 기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물산·삼성SDI → 제일모직 순으로 고리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는 삼성물산(합병)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2013년부터 진행돼 온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파고든 삼성의 애국심 마케팅이날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까지 삼성은 말 그대로 총력전을 폈다. 특히 ‘삼성=한국경제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엘리엇을 먹튀 헤지펀드로 몰아붙이는 등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워 소액주주들의 표를 공략하는데 힘을 모았다. 거의 모든 매체에 광고를 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다.표 대결에 앞서 나온 판세분석에서도 이미 삼성측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었다. 삼성은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13.82%)과 삼성물산의 ‘백기사’로 나선 KCC(5.96%), 국민연금(11.21%) 이외에도 국내 기관투자가(11.05%) 표심 대부분을 확보했다. 엘리엇(7.12%)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26.41%)와 소액주주(24.43%) 중 상당수도 삼성에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이날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항고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이 1심과 같이 모두 기각돼 우호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폴 싱어 엘리엇 회장도 이에 맞서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직접 출연해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반대표 결집에 나섰다. 그는 “기업을 적정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도로 반대에 나섰던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운 삼성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삼성과 엘리엇의 표대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차분한 분위기의 서초동 삼성타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1라운드 싸움은 삼성의 승리, 2라운드 향방은삼성과 엘리엇의 표대결 싸움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싸움으로 양측의 갈등이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엘리엇은 주총에서의 표대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이슈를 ISD(투자-국가간 소송)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ISD에서 삼성이 이기더라도 삼성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 비용이나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이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엘리엇측의 계산이다. 엘리엇이 계속 이 문제를 소송전으로 끌고갈 경우 삼성으로선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될 전망이다. 소송 과정에서 그룹내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공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삼성이 이제 비로소 1차 관문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엘리엇의 대응방향에 따라 제2, 제3의 라운드가 삼성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재계에서는 삼성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그룹승계방안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아 보이는게 현실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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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17
  • [거꾸로 읽는 경제] 이재용의 그룹승계 운명을 가를 삼성물산 임시주총 ‘D-4’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회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여부가 결정될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17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예정대로 합병을 추진하려는 삼성그룹측과 이에 반대하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간에 주주 확보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어느 쪽도 확실하게 안정적인 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마지막까지 부동표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삼성은 일단 11%의 지분률을 보유중인 국민연금의 가세로 우호지분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국 승부는 소액주주들이 어느 편에 설 것이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실패한다면 삼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승계 전략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대로 성공한다고 해도 엘리엇 쪽에서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당장 국제소송을 통해 싸움을 계속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의 마음을 잡아라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11일 기준 삼성물산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이건희 회장, 삼성화재, 삼성SDS등 계열사 그리고 KCC에 넘긴 자사주 등을 모두 합쳐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국민연금 보유지분 11.21%를 합쳐도 3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행 상법 제522조 제3항, 제434조 특별결의 사항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여기에 대항하는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갖고 있으며 메이슨캐피탈(2.2%), 일성신약(2.20%), 캐나다연기금(0.15%) 등이 공식적으로 합병반대 입장을 보여 총 11.67%가 엘리엇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표 분포를 보면 삼성그룹측이 현재로선 유리해 보이지만, 엘리엇을 제외하고 24.43%에 달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동향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을 제1의 가치로 따지는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성패는 삼성물산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찬반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측은 현재 확보한 우호지분 외에 소액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비로소 합병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이 합병발표 이후 주주친화정책 실행계획을 발표한 것도 소액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엘리엇도 이에 맞서 12일 ‘주주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통해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맞불을 놨다.삼성물산 소액주주의 움직임은 아직 일정한 방향성은 없어 보인다.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상에 ‘소액주주연대’를 만들고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 업체 ‘네버스탁’을 통해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나섰지만 이들의 지분율은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총 당일 날 얼마나 많은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을 올 것이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주주들의 참석률이 높을수록 삼성물산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참석률이 80%를 넘으면 적어도 53%, 참석률이 70%를 넘으면 적어도 4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확보한 우호지분 31%를 고려하면 적어도 16%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6월에 있었던 SK - SK C&C의 주주 참석률이 81.5%였음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은 22%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그룹승계 운명이 걸린 합병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고성장 기회 확보이다. 삼성물산 홈페이지에는 양사간의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의 글로벌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통하여 패션, 식음등 제일모직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고, 고성장사업으로 구성된 제일모직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건설, 상사의 성장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홍보문구 이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승계 전략이 숨어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지분 4.1%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 이건희·재용 부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를 더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합한 8.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총액이 200조원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되는 지분 4%는 8조원에 해당한다.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8조원을 투자해서 주식을 4% 더 확보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합병 이전까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7.2%)이었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결국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은 작년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2014년 11월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상장했다. 2014년 11월 기준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의 11.2%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는 공모가 기준 1조6583억원으로 평가됐다. 제일모직의 경우 상장 당일 지분가치만 3조원에 달했고, 현재는 5조원을 넘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추가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평가됐다.무엇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한결 단순하고 명쾌해질 것으로 삼성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물산·삼성SDI → 제일모직 순으로 고리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는 삼성물산(합병)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단순화될 전망이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결국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노린 그룹승계전략과 맞물려있다. ◆ 엘리엇의 노림수와 주총이후의 변수엘리엇은 합병비율에서 현저하게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됐다며 합병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발표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0.35주다. 단순히 주가수준을 고려하여 양사의 합병비율을 결정한 것이다. 국내법상 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중인 각종 계열사 주식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삼성물산은 8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비롯하여 삼성증권, 삼성SDS, 제일모직,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등 계열사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식 가치만 해도 16조원이 훌쩍 넘는다. 엘리엇은 이 같은 보유주식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주가수준만 계산하여 삼성물산의 가치를 8조 7117억원으로 정한 것은 헐값세일에 해당하며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측의 논리에 동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문제는 향후 엘리엇의 행동방향이다. 엘리엇은 설령 17일 주총에서 표대결에서 패배하더라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일각에서 엘리엇이 주총이후 이번 이슈를 ISD(투자-국가간 소송)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ISD에서 삼성이 이기더라도 삼성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 비용이나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이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엘리엇측의 계산이다.그룹승계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온 삼성그룹으로서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그룹승계방안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여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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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7-13
  • [거꾸로 읽는 경제] 삼각파고(三角波高)에 위협받는 한국 경제의 오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비가 오면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 한국경제가 딱 그짝이다. 원래 경제에 관해선 기분 좋은 얘기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숙제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스 위기, 중국증시폭락,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소비심리위축, 미국금리인상 가능성 등등. 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정부가 꺼져가는 내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 2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내놓았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책만으로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관한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위기탈출 넘버원으로 작용할 22조 원 추경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추경안은 크게 ▲메르스 대응과 피해업종 지원 ▲가뭄 피해 극복 ▲서민 생활 안정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정부는 메르스로 얼어붙은 경제로 피해를 본 업종을 지원하고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2조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와 수출기업 등에 지원하는 규모만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또 생필품 가격 등과 밀접한 가뭄 및 장마 대책에 8000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서민생활 안정에 1조 2000억 원을 배정했다. 여기에는 6만 6000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 노인을 위한 일자리 3만 3000개의 창출방안이 포함되어 있다.정부는 추경 외에 각종 정부 내 기금에서 3조 1000억 원을 가져와  주택구입, 전세자금 확대, 공공임대 지원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요약하면 당겨쓸 수 있는 돈은 모두 동원해서라도 내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물론 이런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주변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심상치 않은 주가폭락, 메르스 사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3대 변수가 큰 충격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가능한 시나리오란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변수로 꼽히는 그리스 사태는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세계 경제에 제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보증권은 그리스가 설령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한다고 해도 실제 유로존 탈퇴확률은 높지 않고 오히려 금융지원에 관한 재협상 가능성이 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최근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금요일만 되면 폭락하는 중국증시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과 증시 긴급자금 수혈을 골자로 하는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달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신용거래 규제 완화에 이은 두 번째 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특히 중국증권사들이 주가급락에 맞서 총 21조 원 이상의 증시 안정화 펀드를 직접 조성하겠다고 나선 점이 고무적이다.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주가폭락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고 시장이 서서히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중국정부와 증권사들은 기대하고 있다.여기에 덧붙여 확산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메르스가 조만간 공식 종결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역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 추가확진자로 확인되었지만,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수일째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늦어도 8월 말에는 메르스가 공식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우리 경제를 둘러싼 이러한 3대 악재가 큰 충격 없이 넘어갈 경우 정부의 22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예상외의 소비 진작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정부가 이번에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 3%대 고수방침을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이런 낙관론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사태, 중국증시폭락, 메르스 사태 삼각파도에 휩쓸려갈 한국 경제이와는 반대로 주변 악재들이 더 악화해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놓일 것이란 비관론도 비등하다. 지금의 악재들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먼저 그리스사태는 이번 국민투표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졌고, 그 후폭풍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유럽 쪽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수차례 태도를 바꿔 혼란을 일으켰고 국민도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채무협상을 어렵게 해온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그리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유럽연합(EU)의 긴축재정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정부 역시 국민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지난 5년간 채무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권이 3번이나 바뀐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긴축재정에 가장 세게 반발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반대표가 많이 나온 데 힘입어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선택할 경우 그리스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높다. 최상의 방안은 긴축재정안에 찬성해온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그리스 3대 야당인 중도우파 신민당, 중도좌파 파속, 친유럽연합 성향의 중도좌파 포타미와 손잡고 연정을 꾸려 속전속결로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국민투표로 이 시나리오는 물 건너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유럽연합과 치프라스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도했다.이 경우 그리스는 2400억 유로, 우리 돈 300조 원에 달하는 총 채무에 대한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하고 과거의 자국화폐를 다시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의미한다. 그렉시트까지 이어지게 되면 새로운 유럽발 금융위기가 시작됨을 뜻하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당장 선박 신규 발주가 끊겨 조선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선박의 신규발주물량은 그리스가 20%, 프랑스를 비롯한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이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그리스가 선례가 될 경우 세계 경제는 유사한 사례들이 잇달아 가히 아마겟돈 같은 충격에 빠질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끝 모를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경제도 한국경제에는 심각한 근심거리다. 중국경제에 대한 경보음은 증시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주 4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난 4월 9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미 고점 대비 20% 이상 폭락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잇단 개입에도 시장의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중국 정부는 최근 주가하락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인 개입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고 다음 달 1일부터는 거래세마저 30% 인하하기로 했다. 덧붙여 신용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셈이다. 그런데도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멈추지 않은 것은 과도한 신용거래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다.집 담보대출을 비롯해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계속되는 주가하락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몰락을 가져오고 부동산시장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안에 중국판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 사태가 발발할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증시폭락은 아직 한국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에 그치고 있지만,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태풍급 악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진정 기미를 보이는 메르스 사태 역시 아직은 안심할 단계로 볼 수 없다. 추가 사망자 수는 나흘째 0을 나타내고 있지만, 확진자가 멈추지 않아 종료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추가확진자가 간헐적으로나마 이어질 경우 자칫하면 메르스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를 공산이 높다. 이는 메르스의 공식 종료선언을 학수고대해온 정부와 산업계를 패닉에 빠뜨리고 소비심리 불안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메르스사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22조 원의 추경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대규모 추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그리스사태의 전개방향, 중국경제에 대한 추이, 그리고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위기탈출이냐 더 깊은 수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곡점은 그리스사태와 중국증시, 메르스 사태의 윤곽이 드러날 앞으로 한 달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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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06
  • [거꾸로 읽는 경제] ‘쩐의 전쟁’ 한중일 삼국지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중국이 또다시 금리인하에 나섰다.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는 올들어 3번째이다.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역설한다. 문제는 일본에 이어 중국이 사실상 무제한적인 통화량 방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이후 일관되게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언해왔고 이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정부마저 이번 조치를 통해 사실상 무제한 통화공급 전쟁에 뛰어들었음을 대내외에 선언했다. 한국도 최근 메르스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데 이어 ‘15조원 ∝’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공포속에 한중일 3국이 이른바 ‘쩐(錢)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증시폭락, 경기침체 시그널에 다급해진 중국정부 126조원 풀어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부터 금융기관의 1년 정기예금과 대출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내리고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지준율도 0.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후 올들어 3차례를 추가해 모두 4번째나 인하했고 지준율 인하도 3번째나 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의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인한 중국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연간 기준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들어 1분기에는 7.0%로 더 낮아졌으며 2분기에는 7%를 밑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률 7%는 정국정부가 인내심의 한계를 잡고 있는 마지노선에 해당한다.더욱이 중국증시는 최근 대폭락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192.87로 7.40%나 폭락했다. 25일에도 3.46% 급락했고 지난주에는 13%나 수직 하락했었다. 특히 자산신탁제도를 이용한 개인(개미투자자)들의 미수투자(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가 대종을 이룬 상황에서 개인들이 대거 손실을 떠안고 파산할 경우 중국경제 전반에까지 쇼크를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최근 불룸버그가 중국증시의 경우 3640억달러(약 40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신용폭탄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게다가 중국 개미들은 집담보 대출을 받거나 다른 용처의 자금까지 모두 끌어다 주식에 올인 하다시피한 상황이어서 주가폭락이 계속될 경우 부동산폭락,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중국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주가폭락과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 마저 위협받게 되자 중국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이 금리인하와 지준율인하라는 경기부양카드를 꺼낸 것이다.중국정부는 이번 조치로 시중에 꽉 막힌 ‘돈맥 경화’가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과 서민대출이 늘어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번 기준금리인하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 7000억 위안(약 126조 원)이 풀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일본 아베노믹스가 촉발한 ‘쩐의 전쟁’아베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26일 취임이후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압축된다. 특히 대담한 금융정책과 기동적인 재정정책이 주목할 부분인데,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 시중에 돈을 무제한 풀겠다는 것이다. 아베총리 취임이후 정부가 시중에 푼 자금은 지금까지 20조엔(약 1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통화공급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목표 인플레이션인 연 2%를 달성할 때까지 그야말로 무제한 실탄(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013년 4월 취임직후 “지금까지 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금융 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로 자신의 공언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은 20년간 이어져온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넘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닛케이 평균주가는 아베총리 취임당시 1만230엔이었는데, 약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2만800엔을 넘어서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환율하락에 힘입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어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3.9%로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일자리가 늘었고, 이는 실업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무제한 통화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쩐의 전쟁’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정부 수백조원을 시중에 풀어대는 일본과 중국의 대담한 통화정책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 역시 뒤늦게 통화공급 정책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에 카운터펀치를 맞은 게 직접적인 발단이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정부는 추경카드를 꺼내들었다. 언제, 얼마나 푸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추경이 집행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문제는 우리도 일본과 중국에 맞서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무제한 통화공급에 따른 엔저로 인해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세계시장 곳곳에서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앞세운 일본차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단순히 엔저효과만 고려하면 일본차는 현대차에 비해 3년전 보다 가격이 30%가량 떨어진 셈이다.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과 처한 상황이 달라서 무제한 양적 완화가 어렵다고 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의 금리 정책은 제로 금리 상황에서 추진된 것이라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금리 부분에서 조금 여력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적완화의 핵심은 소비심리를 살려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물가를 인위적으로 인상시키면 가계의 실질소득을 축소시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메르스 사태 계기로 근혜노믹스 다시 재정비해야이유야 어찌됐든 한국정부 역시 일본과 중국의 무제한적인 통화공급 정책을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일본이 시작하고 중국이 가세한 ‘쩐의 전쟁’은 결국 환율과 직결되어 수출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출에 모든 것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환율변동은 경제성장과 직결되어 통화정책을 통해 사실상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 맞서 한국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자세가 필요해진 셈이다.무엇보다 유명무실해진 박근혜정부의 ‘근혜노믹스’를 다시 손봐야할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할 때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경제 부흥’을 내세우고 창조경제·경제민주화·민생경제의 3대 전략과 42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어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모호하다”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대통령은 최근 국회법을 놓고 정치권, 특히 여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제에 올인해도 ‘쩐의 전쟁’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데 정작 경제정책을 챙겨야할 아까운 시간을 정쟁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종화 고려대교수(경제학)는 최근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다시 한번 창조경제라는 큰 틀과 개혁조치들을 중심으로 재정비되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챙겨서 업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3년 후에 뿌듯하게 저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아베총리로부터 촉발된 ‘쩐의 전쟁’은 이제 중국의 가세로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상대는 무제한 실탄공급이라는 무지막지한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다. 단위도 수백조원에 달한다. 턱없이 빈약한 실탄을 갖고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박근혜정부가 어떤 출기제승(出奇制勝·기묘한 계략을 써서 승리함)을 내놓을지 기대해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 경제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6-29
  • [거꾸로 읽는 경제] 삼성 이재용의 사과, 정부가 답변할 차례다
    ▲ 메리스사태와 관련하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삼성이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의 사과는 사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진앙지가 삼성서울병원으로 밝혀진 직후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6월18일자 거꾸로 읽는 경제-정부실패보다 더 뼈아픈 삼성의 실패, 참조> 누가, 어떤 형태로 사과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을 깨고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하자 일각에선 삼성이 메르스사태 해결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삼성이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예상을 깬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사과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삼성그룹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그룹 총수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전례가 드물지만, 이 부회장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 입사이후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룹 내부에선 적지않은 진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삼성이 먼저 나서면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룹총수가 나설 경우 향후 유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예정되어 있던 해외출장도 연기한채 직접 사과문을 손보고 발표도 직접 하겠다고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직후 연기했던 미국출장길에 곧바로 올랐다. ▲ 메르스사태와 관련하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삼성이 메르스사태와 관련하여 단순히 대국민 사과에만 그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선 만큼,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려놓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안팎에선 삼성이 메르스치료를 위해 초대형 민간재단을 만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모델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이 될 것이란 추측이다.빌&멜린다 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 재단이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에 의해 2000년에 설립된 이 재단은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그리고 미국 내에서는 교육 기회 확대와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운영되고 있다.시애틀에 본부를 둔 이 재단의 운영에 대한 주요 결정은 빌 게이츠, 멀린다 게이츠, 그리고 워런 버핏 이 세 명의 이사에 의해 내려진다. 재단의 기금은 351억 달러(약 38조9000억원)에 달한다. 재단을 설립한 게이츠 부부는 2007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자선가 50인 중 두 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날,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게이츠재단 같은 곳에서 말라리아나 에이즈 같은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은 삼성이 유사한 형태의 민간재단을 설립할 것임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빌게이츠 재단 같은 삼성식 초대형 민간재단 설립 가능성에 촉각삼성은 이와 별도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월18일자 <거꾸로 읽는 경제>에서도 언급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의 미래전략사업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1년 당시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대대적인 경영감사를 실시하고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 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을 미래전략사업의 교두보로 삼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실제로 윤 사장은 경제연구소에 있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혁신을 이론으로 정립한 인물이고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임명된 이후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사장 부임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지난해 11월에는 개원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삼성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면 본격적인 후속대책 착수에 나설 전망이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같은 초대형 민간재단을 출범시키겠다는 구상도 단순히 여론무마용이 아니라, 삼성이 책임있는 자세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질병치료나 예방에 나설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룹 내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여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사례등을 집중해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의 전격적인 사과, 공은 이제 정부의 손으로삼성의 사과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답변에 나설 차례이다. 여당내에서도 이미 이런 지적이 오가고 있다. 비박근혜계 중진인 심재철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초기 실패부터 다시 되짚어보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해 우리사회 모든 부분이 각자 철저히 반성문을 써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중도개혁 성향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메르스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사과는 당연히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삼성의 책임이 2, 3정도라고 하면 정부의 책임은 7, 8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의원이 대통령의 사과를 직접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정치권 내에서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다. ▲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정부의 사과는 단순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말로만 하는 ‘립서비스’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메르스 사태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한 정부의 대응실패로 인해 지금 한국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때보다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한국의 해외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미세하나마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소비심리는 바닥을 기고 있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여당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보다 더한 충격에 빠져있다”고 긴급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할 정도였다.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중이다. 추경규모는 항간의 예상을 뛰어넘을 대규모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돌아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은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메르스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돌려놓을 묘책을 구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는 시계(視界) 제로에 돌입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할 단초를 메르스가 제공했고, 그 책임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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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4
  • [거꾸로 읽는 경제] 베일벗은 인터넷은행, 태풍일까 미풍일까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영업점포없이 온라인상에서 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방안이 공개됐다. 자본금을 대폭 낮추고 영업범위도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시장에선 예상외의 규제완화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특히 그동안 산업자본의 은행진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정부가 이번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부분의 족쇄를 풀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르면 연내 설립될 인터넷은행. 금융업계는 물론 일상생활에 대변화를 가져올 태풍일까, 아니면 일부의 예상대로 찻잔속 미풍에 그칠까.예상을 뛰어넘은 규제완화, 은산분리원칙 깨지나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공개한 인터넷은행 설립방안을 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해주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만 따로 떼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50%로 상향조정했다.(단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일정 한도 내에서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도 500억원으로 시중은행(1000억원) 대비 절반수준까지 낮춰 사실상 진입장벽을 대폭 허물어트렸다. ▲ 지난 19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 소비자국장이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영업범위에서도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라이선스를 포함시켰다. 정부가 허용한 인터넷은행의 업무를 보면 △고유업무: 예·적금의 수입, 자금의 대출, 내·외국환 △겸영업무: 신용카드업, 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업 등 △부수업무: 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급대행 등 현재 시중은행들의 업무가 모두 허용된다. 특이한 점은 신용카드업 영위까지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기존에는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점포, 300명 이상의 임직원 등 요건충족이 필요하지만 영업점포가 없는 특수성을 지닌 인터넷은행에 한해 신용카드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물적, 인적요건의 예외도 인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금자보호도 적용되고, 지급결제도 금융결제원을 이용하는 등 일반시중은행과 똑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인터넷전문은행 연내 출범 예고-관련업계 반응 엇갈려인터넷은행 설립에 관한 뚜껑이 열리자 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증권업계는 쌍손을 들고 환영하고 은행은 기존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도 우리, IBK기업은행 등 일부은행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중이다. 다음카카오, 인터파크등 일부 기업들은 금융회사와 손잡고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시큰둥하다.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증권업계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에 관심있는 증권사는 8개 정도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키움과 미래에셋, 대신 등이 손꼽힌다. 키움금융그룹은 키움증권, 키움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키움인베스트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갖춰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고,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증권,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자산운용, 대신저축은행 등 다각적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키움증권은 권용원 사장이 올초부터 “신성장동력발굴을 위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강한 도전의지를 밝혀온 터라 이번 설립방안 공개를 계기로 본격 진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은행쪽에서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진출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 중에는 부산은행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은 유통쪽에 강점을 갖고있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동반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실익을 저울질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많은 영업부문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또다른 경쟁자를 만나게되는 셈이어서 차별적인 전략을 새로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기업에서는 롯데가 부산은행으로부터 콜을 받고 있고, 다음카카오와 인터파크 등도 금융회사와의 동반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금융위의 발표 전 열린 한 핀테크 관련 학술행사에서 "저희가 가진 이용자 기반과 모바일 노하우에 금융인프라와 보안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정부가 내심 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1위인 SBI저축은행은 “진출계획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고, OK저축은행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진출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져 나쁠게 없다어느 쪽이 제1호 인터넷은행이 될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되는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선 점포 방문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은행 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PC나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부터 입출금까지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점포가 필요없게 되어 값비싼 점포유지에 들어갈 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실제로 은행의 국내영업점은 지난해 말 7433개나 된다. 이같은 점포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할 수 밖에 없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지점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져 수수료인하나 여수신금리에 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은행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외국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헬로뱅크(Hello Bank)는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모바일기기에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전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지분뱅크는 일본의 2위 이동통신사와 최대 은행이 합작해 모바일 전용 통장으로 은행업무를 돕고 은행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번호로 송금하는 서비스로 성공했다. 미국의 찰스 슈왑 은행은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특화해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일본의 라쿠텐은행은 온라인쇼핑몰 등 계열사 구매의 지급결제 업무 쪽으로 특화해 송금수수료를 무료화했다고 금융위는 소개했다.일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또한 IT와 금융이 융합하는 신시장이 개척되어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일부선 부작용 우려도 제기이런 낙관적인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은행법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1년,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특히 2008년의 경우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논의가 중단됐었다.비대면거래 확대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증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수법이 활개를 치는 마당에 비대면거래를 확대하게 되면 보안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자본의 참여로 자칫하면 인터넷은행이 사금고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이런저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을 허용했고, 중국도 최근 이에 가세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설립허용이 무한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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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2
  • [거꾸로 읽는 경제] 정부실패보다 더 뼈아픈 삼성의 실패
    ▲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정부의 엉성하고 허술한 대응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고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앙지였다는 것이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야 원체 많은 정책실패로 사람들이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삼성그룹에 속해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메르스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은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먹칠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사장 이재용)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 3900명을 비롯해 8000명에 달하는 의료인력이 근무하는 곳이다.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만 각각 연간 190만명, 64만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병원이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병원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신뢰가 컸던 곳이다. 그런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확산의 진원지였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함께 또다른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관리의 삼성’이 실패했다면, 이것은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니냐는 인식이 빠르게 번진 것이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로 삼성그룹이 삼성서울병원을 그동안 제대로 관리했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체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의 시작부터 확산까지의 전 과정에서 절반이상의 책임이 있는 핵심 진앙지로 지목됐다. 오죽하면 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17일(수) 서울발 기사로 "한국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35세 남성 환자를 폐렴으로 오진한 것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가중시킨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을까. 실제 지금까지 확인된 확진환자 162명의 절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되었고 혼자서 78명을 감염시킨 ‘수퍼전파자’ 14번 환자는 3일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안팎을 돌아다니며 병균을 확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삼성 하면 ‘관리’를 떠올릴 정도로 삼성그룹은 관리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나라 최고기업이다. 조직관리, 인사관리, 재무관리 등에서 보여준 톱니바퀴식 시스템 관리는 일부 대학 경영학과에서 연구사례로 꼽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치밀한 관리 노력 덕분에 삼성은 그동안 업계에서 ‘임원 사관학교’로 불려왔고, 실제로 많은 삼성출신들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임원으로 스카웃되어 갔다. 이런 삼성이 왜 삼성서울병원 관리에는 실패했던 것일까. ▲ 메르스 감염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관계자 [사진=방송화면 캡처] 바이오·헬스케어, 삼성의 미래전략사업과 밀접히 연관된 삼성서울병원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대대적인 경영감사를 실시했다. 개원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당시 삼성그룹은 병원 경영과 신사업 육성에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 단장으로 임명했다.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 윤 사장은 '혁신전도사'로 불리며 경영혁신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왔고, 이재용 부회장의 대표적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11년 부임할 당시 비의료인이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올라서 화제가 됐는데, 그 이면에는 삼성의 미래사업 전략과 밀접히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윤 사장은 경제연구소에 있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혁신을 이론으로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삼성 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쳐 삼성 석유화학 대표에 이어 삼성병원 사장이 됐고, 그동안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윤순봉사장 부임직후인 2012년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바이오제약사업과 헬스케어사업인데,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두 핵심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윤 사장 부임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에는 개원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15일 윤순봉사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추대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5월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이건희 이사장의 후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고, 이사장을 보필할 중요한 자리에 윤 사장을 올린 것이다.삼성, 이재용 이사장 책임론으로 번질까 촉각 곤두세워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게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과 함께 대표적인 삼성의 비영리재단 중 하나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과 삼성서울병원, 노인복지시설인 삼성노블카운티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단순한 복지재단이 아니다.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관심을 쏟고있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인식되고 있다.이재용 부회장의 인맥이면서도 그룹내 대표적 전략가로 알려진 윤 사장을 일찌감치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앉힌 것이나, 그를 다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초대 대표로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는 삼성의 기본전략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진원지로 지목된데다,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충북 오송시 보건의료행정타운 소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대응을 직접 질책하기도 했다.삼성은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의 지위가 흔들릴 경우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사업이라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실제로 17일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병원에만 맡길 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지원해야한다”며 “병원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이 초기의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자칫 이번 메르스 사태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사업에 암초가 될 수 있는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은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첫 직함이라는 상징성을 갖고있다. ▲ 메르스 감염환자가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대대적인 쇄신작업 예고한 삼성, 문제는 메르스 추가확산 여부가 관건어찌됐든 일은 벌어졌고, 이제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수습에 나서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이 진원지가 된 이면에는 수익과 효율을 우선으로 하는 삼성식 경영시스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한다. 삼성그룹은 이 때문에 사태 수습이 끝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쇄신작업에 착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과 시스템, 위기대처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되돌아 보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에 사태수습을 완벽하게 마친 다음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병원개선 방안과 새로운 비전 등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하지만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이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메르스가 계속될 경우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난은 그 강도가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야 어차피 희생양을 찾을 수 밖에 없고, 현재로선 삼성서울병원이 구미에 딱맞는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자수와 감염자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자칫 삼성그룹 전체와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처음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공식 직함을 물려받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메르스 사태가 지도력의 첫 시험무대가 된 셈이다.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룹경영권을 계승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두가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두고볼 일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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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18
  •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같은 듯 다른 ‘세월호와 메르스’의 충격파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한국은행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 얼어붙은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라는 칼을 빼들었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보다는 당장의 경기침체를 막는게 다급했던 모양이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메르스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메르스 초기대응에 미숙했던 정부가 경기부양에는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자도 낮추고, 돈도 풀고, 규제도 풀고. 정부로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셈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년전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보다 지금의 메르스 공포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세월호가 낳은 사회적 불안감, 메르스가 기름을 부운 꼴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웃음을 잃었다. 술자리는 사라지고, 꽃놀이며 봄나들이도 자취를 감췄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 체육행사나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됐다. 백화점, 상점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참사로 지난해 1조 8000억원의 소비감소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승인액 분석을 통해 "여가 오락과 음식 숙박, 도소매 부문 등에서 대략 5%p의 소비감소 효과가 있었고 이는 전체 민간소비를 1%p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 메르스로 인해 내외국인의 발길이 뚝 끈긴 시내중심 지하상가 모습 [사진=이동환 기자]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는 작년 3분기에서야 비로소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정부는 돈을 풀고, 부동산 규제도 대폭 풀어 소비심리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에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로 둔화됐고, 설비투자도 부진해지면서 내수회복세는 고꾸라졌다. 돈도 풀고, 규제도 풀었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은 좀체로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이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세월호 1주년을 맞이하여 온라인설문조사기관인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적 불안감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7.7%를 차지했다. 가장 불안감이 높은 분야는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난해 69.9%가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한 것이 이번에는 79.7%로 치솟았다. 또 국가기관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도 45.9%에서 58%로 급등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특히나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절반은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외식과 각종 여가활동, 여행 등에서 소비가 줄어든 것이 세월호 참사로 증가한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충격까지 가세했으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세월호때 보다 훨씬 더 커졌음은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같은 듯 다른 세월호와 메르스의 충격파세월호 참사가 1조 8000억원의 소비감소를 불러왔다면 메르스의 소비감소 효과는 얼마나 될까. 메르스가 현재진행형인 관계로 아직은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어렵지 않다. 6월 첫째주 음식점 카드 사용액은 지난 5월 첫째주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영향이 있었다. 6월 첫째주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 5월 첫째주 대비 25%, 대형마트 매출액도 7.2% 감소했다. 외식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4개 회원사들은 매출감소가 30%에 달한다고 응답했다.특히 대부분이 메르스가 장기화될 경우 세월호때보다 메르스로 인한 여파가 더 클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을 내놨다. 세월호의 경우 소비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메르스는 감염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이나 야외활동을 아예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그 여파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월호 참사때는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지갑을 닫은 반면, 이번 메르스는 해외관광객들까지 가세해 그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 외국인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거리던 광화문에 외국인들이 확연히 줄어들어 한산하다. [사진=이동환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5월 인천공항 평균 출입국자수는 전년 대비 17.2% 증가했지만 6월(1~10일) 들어서는 1.09% 증가에 그쳤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국인 출입국자 수와 외국인 수가 동시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국내 여행을 포기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달들어 8만445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들이 집중 취소했다.관광업계에서는 메르스가 조기에 잡히지 않을 경우 올해 전체적으로 작년 대비 약 15% 정도의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입이 181억달러(약 20조1400억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3조원 가량의 손실이 나올 것이란 추산이다. 관광업계 손실만 따져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감소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전반적 경기침체 속에 부동산만 꿈틀메르스 충격으로 인한 소비심리를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이자를 내리고 돈도 풀고,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소비심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만 특수를 누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리인하로 금융권에서 있던 돈들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조사에 따르면 청약경쟁률은 올 상반기 평균 8.73대 1로 지난 상반기보다 2배 가량 높아졌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고 이자까지 낮아졌으니 청약 수요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 뻔하다. 특히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던 퇴직자들이 은행이자로는 더 이상 수익을 올릴 수가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어 부동산 수요는 지금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인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거리던 시내 중심가에 외국인 발길이 뚝 끝겨 한산하다. [사진=이동환 기자] 문제는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한 점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역시 금리를 따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빚을 얻어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미 자본시장에서는 이달들어 중국, 인도, 동남아등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93억달러(10조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는 최근 15년만의 최고치로 향후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자금이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정부가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주변 경제여건이 급변한다면 이같은 조치들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 우리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며, 시중에 풀린 돈이 선순환되지 않고 부동산쪽으로만 흐를 경우 또다른 버블경제 현상을 일으킬지 모른다. 과거 부동산거품이 우리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을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음은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도 부동산 거품 때문인데, 우리라고 그같은 가시밭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경제는 심리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지 1년도 안되어 또다시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는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불안감 해소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주말 청량리 전통시장을 방문해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소비생활을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당국자의 호소만으로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이 열릴 것으로 본다면 이는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같은 일들이 결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리고 설령 그런 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대응을 잘 할 것이란 믿음이 없는 한, 이미 꽁꽁 닫혀버린 국민의 마음은 열리지 않을 것이며 소비심리 역시 살아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진짜 시험대에 올라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예비고사였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는 본고사에 해당한다. 이미 시험시간은 상당부분 흘러갔다. 1, 2 고시를 망쳤다면, 남은 3, 4 고시 만이라도 제대로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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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15
  •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메르스 공포’에 얼어붙은 대한민국 경제
    ▲ 병상에 누워있는 메르스 환자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엉성한 대처가 경제 혼란 키워(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평소 잘 들어보지도 못했던 전염병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전염병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가 경제활동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알려진 메르스(MERS) 얘기다. 메르스로 인해 소비활동이 멈추고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모처럼 살아나고 있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메르스 사태에 답변하고 있는 문형표 장관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엉성한 초기 대처가 국민들 불신 키우면서 경제활동도 위축시켜메르스의 첫 확진자가 나왔던 것은 지난 5월 20일. 그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메르스로 인한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초기진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민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당장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다중 밀집지역 노출을 꺼리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메르스의 확산으로 화장품, 면세점, 항공운송, 호텔 및 레저업종이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무엇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게 문제다.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못이겨 스스로 바깥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휴일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30%이상 고객이 감소한 상태이다. 특히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평택 등은 절반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그 피해가 더 커질 전망이다. 소비심리가 이렇게 얼어붙게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엉성한 초기대응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라 병원내 감염이기 때문에 대유행의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갈수록 3차 감염자와 발생지역이 불어나면서 국민들의 반응은 공포로 바뀌고 있다. 실제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지금까지 사망자는 5명, 확진 환자는 64명으로 늘어났다. 지역도 수도권을 벗어나 지금은 충남과 대전, 순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 인천공항으로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메르스가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조차 어려워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내경제가 얼마나 악영향을 받을지 현재로선 가늠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메르스 때문에 한국입국을 포기한 해외관광객수가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 1인당 한국에서 1백만원 정도를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광객 수입만 200억원을 날렸다는 계산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관광객 소비가 10% 감소하면 국내 수요는 약 1조5000억원이 줄어든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경우 시민들의 외출자제로 벌써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이마트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최근 한달간 매출감소가 20~3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메르스의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과거 유사한 전염병의 사례를 보면 어느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던 전염병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알려졌다. 2002~2003년 중국과 홍콩을 덮쳤던 사스는 당시 7082명의 감염자수와 648명에 달하는 사망자수를 기록, 엄청난 공포를 몰고왔다. 경제성장률은 5분의 1토막이 났고 홍콩 관광업계는 도산위기에 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인 관광객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세계은행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500억달러(55조원) 정도로 추정했다.2001년 영국의 구제역 파동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구제역이 단순 가축 전염병이 아니라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역을 휩쓴 9개월간의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된 가축은 모두 600만~700만 마리에 이른다. 축산업이 붕괴된 것은 물론 관광산업의 피해도 막중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각 지역정부는 관광객들의 진입을 차단했고 소각.매장 등 살처분 장면과 살처분을 기다리는 가축들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광객 유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살처분 등에 투입된 정부의 직접 비용 지출은 30억 파운드가 넘었고 민간부문의 비용 지출은 50억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이밖에 1998년 영국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일명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은 130억달러의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됐고, 지난해 서아프리카 지역을 휩쓸었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대 10억달러의 지역경제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경환 장관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정부 추가적인 경기부양 나서야 할 판최근 수년째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메르스라는 폭탄까지 떠안게된 정부로선 추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할 입장이다. 당장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대치인 가계부채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은 어렵겠지만 메르스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최근의 수출부진을 고려하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연구소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예측했으나 메르스 사태로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게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당장 추경편성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우선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될 경우 정부로서는 추경편성이라는 대응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경외에 메르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 등 경기부양책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메르스관련 해외 연지동향’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루에만 8800명이 방한 예약을 취소했다. 최근 한국관광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인이 4400명, 대만인이 2900명, 홍콩인이 200명 등 중화권 국적자가 7500명에 달하는 것이 더 우려스런 대목이다.메르스로 인해 한국의 대외이미지에 먹칠을 가한 점도 문제다. 중국 네티즌들이 많이 이용하는 바이두에는 메르스와 연계지어 한국을 폄훼하는 내용들이 심심치않게 목격되고 있다. 자칫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한류수출과 공산품 수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화권 최대 미이어사이트인 홍콩 봉황망(鳳凰網)이 실시한 네티즌 대상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93.37%(11만 7438명)가 “자신의 질병 상태를 숨기고 중국에 입국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고 ‘한국인 감염자가 방중을 강행하고 또 감염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한국인들이 격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점이 한국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9.11%가 “그렇다. 한국 국민의 전체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 한국이 자칫 왕따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우려케 했다.최근 수년간 한류 등으로 애써 쌓아온 한국의 긍정적 국가이미지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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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08
  •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빚 권하는 사회가 가져올 대재앙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시계의 태엽을 아주 오래전인 1920년대로 돌려보자. 현진건이 쓴 ‘술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주인공 ‘남편’은 매일 술을 마신다. 주인공의 아내는 동경유학까지 갔다온 지식인 남편이 돈벌이는 안하고 술에 절어 사는 이유를 모른다. 남편은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해 삶을 살아간다. 소설 말미에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집을 나가버리는 남편을 향해 아내는 절망적인 어조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며 탄식한다.술이 아니라 빚을 권하는 사회현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은 어떨까. 술보다 더 무서운,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나서 안심전환대출이다 뭐다 해서 이자가 싼 빚을 권한다. 한편에선 부동산규제가 풀리고, 은행이자는 싸지고, 여기에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린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가계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가계빚은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포함한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1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도 문제지만,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오죽했으면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한국을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과 함께 가계부채 잠재적 취약국가로 분류했을까.그런데도 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이틀전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5월 기준금리 결정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가계부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면서 “다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아직 견딜 만 하지만, 그 속도는 우려스럽다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가계빚 속도 너무 가파르다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79조1000억원으로 한달전보다 무려 8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관련통계가 작성된 2008년이후 최대규모 증가액이고 작년 같은달 증가분(2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거래와 맞물려 일시적으로 가계빚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1만3900건으로 평소 4월 거래량인 7200건의 2배 정도 늘어났다.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구들문제는 가계빚의 질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빚이 감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상환능력에 있다. 빚이 많아도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다면 양질의 빚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불량빚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기 힘든 한계가구는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인 137만 가구에 달한다.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도 이를 포기한 가구가 80만을 넘는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본적으로 분할상환을 촉진하는 대출제도이다. 이자만 갚다가 한꺼번에 상환이 몰려 다수의 차입자가 원금상환을 못하게 되면 은행부실로 이어지고 그로인해 금융중개 기능이 악화될 것에 대비, 싼 이자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신 원금을 분할해서 상환하는 상품으로 유도해 점진적인 부채축소를 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하지만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부합함에도 이를 신청조차 못한 계층이 있다는 것은 이들 가구가 분할상환 여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자를 내기도 빠듯한데, 어느 순간 원금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게되면 이들은 그야말로 나락에 빠지게 된다. 은행대출이 막히면 제2금융권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고, 연이자 34%에 달하는 고금리를 쓰는 순간, 이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들은 그야말로 수미터 높이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를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가계빚이 몰고올 재앙가계빚은 비단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계빚으로 인해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로 연결되어 경제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빚이 있는 가구가 1년간 갚은 원리금은 1174만원에 달한다. 연봉 4000만원을 버는 가구의 경우 원리금을 빼면 실제로는 2900만원이 안되는 돈을 벌었다는 의미다.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 역시 작년말 기준 138%에 달한다.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년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1년간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다.부동산거품 꺼지면 중산층까지 몰락가능성부채상환능력이 어느정도 있는 중산층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상환용 대출은 전체의 30%를 넘지 않고 있다. 제2금융권으로 가면 이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싼 이자만 내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뿐, 원금상환 압박을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매매가 활기를 띄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또다른 부동산거품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우리경제는 이미 수차례의 부동산거품을 겪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는 것을 경험법칙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부동산거품이 일어나게 되면 이미 한계수위에 다다른 가계빚 폭탄과 맞물려 그 후유증은 짐작하기 어려운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집은 더 이상 재산증식의 투자대상이 아니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집사기를 포기했고, 인구감소로 머지않은 미래에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빚을 내 주택을 사라고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적을 낼 수 있는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1920년대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탄식했던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 아내가 지금 살고 있다면 정부를 향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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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19
  •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가짜백수오 파동과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기업은 끝장(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인간은 누구나 위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위기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흔치않다. 자동차사고가 그렇듯이 자기만 조심한다고 돌발상황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인력과 조직으로 엮여있는 회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위기가 닥칠지 몰라 경영자는 늘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위기는 곧 소비자의 신뢰와 연결돼 수 십년간 쌓아온 기업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조직 내에 위기관리 부서를 두고 불시에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백수오 사건은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때 불같이 일었던 백수오 열풍에 힘입어 관련업계는 백수오 특수를 누리기 바빴다. 헬스케어 전문 바이오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특수로 주가가 2013년10월 2만3000원대에서 2015년3월말 한때 9만1200원까지 치솟았다. 백수오를 판매한 홈쇼핑업체들도 최근 3년간 백수오 판매만으로 최대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홈쇼핑업체들의 판매수수료가 판매금액의 30% 정도임을 고려하면, 백수오 제품 하나만으로 9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문제가 터지자 백수오 원료를 공급했던 내츄럴엔도텍은 물론, 백수오를 판매했던 홈쇼핑업체들도 좌불안석이다. 성난 소비자들의 환불요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직격탄을 맞았고, 홈쇼핑업체들도 환불방식과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일부업체는 전액환불을 해주겠다는 입장인 반면, 어떤 업체들은 보유제품에 대해서만 환불해주겠다는 꼼수를 부려 소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홈쇼핑업체 입장에선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판매액 기준으로 물어줄 경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 금액은 제조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제조업체가 물어줄 여력이 없다면 고스란히 홈쇼핑업체가 손실로 떠안을 수 밖에 없게된다.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란 말이 있듯이 홈쇼핑업체 입장에선 소비자의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과거 해외사례를 보면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반전된 경우도 있는 반면, 아예 기업이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전화위복의 대표적인 사례가 존슨앤존슨(J&J)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 캡슐에 고의로 청산가리를 주입, 이 캡슐을 먹은 7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했다. 존슨앤존슨은 자신들도 범죄의 억울한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으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 3100만병(1억달러 상당)을 전량 회수한후 폐기했다.그것도 모자라 회사측은 모든 생산과 판매는 물론이고 일체의 영업활동을 중지시켜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감수했다. 사건 직후 진통제 시장에서 존슨앤존슨의 시장점유율은 35.3%에서 7% 이하로 급락했다. 그러나 신속한 대처에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내면서 그 이듬해,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거의 회복했고, 1986년에는 37%까지 치솟았다.일본 최대의 유제품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유키지루시(雪印)유업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가 망한 케이스다. 한때 일본의 국민브랜드로까지 불렸던 이 회사는 2000년 6월 자사의 저지방 우유를 먹고 1만명이 넘는 식중독환자가 발생했음에도 경영진은 잘못을 계속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 소비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그러다가 2001년 10월에 본사에서 수입산을 자국산으로 위장하여 판매한 것이 적발됐는데, 경영진은 이 때도 마찬가지로 사과보다는 변명과 회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고, 급기야 성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여 결국 2002년 회사가 파산하고 말았다.한때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로 통했던 미쓰비시 역시 2000년 차량 결함을 발견한 소비자들의 강력한 불만 제기에도 이를 쉬쉬하다가 적발돼 60만대 가량을 강제로 리콜하는 조처를 당했다. 2004년에는 주력차종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또다시 들통나 소비자들의 믿음을 잃어버려 한동안 시장점유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결국, 위기가 닥쳤을 때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에 신뢰를 보내기도, 혹은 분노하기도 한다. 당장은 손실을 보겠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면 언제고 그 열매는 달콤한 박씨가 되어 돌아온다. 반대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 대가는 가혹하다. “명성을 얻는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이라는 워런 버핏의 말은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떡해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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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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