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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오프라인 유통공룡 ‘월마트’의 패배가 주는 교훈
    ▲ 세계적인 유통공룡 월마트가 온라인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4일 월마트주가는 10%나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210억 달러(24조원)가 날아갔다.[사진출처=포브스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에서 모든 소매점을 다 잡아먹으며 유통업계의 ‘T렉스’로 군림해왔던 유통공룡 월마트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온라인 유통회사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떠오른 아마존의 급성장에 밀려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백화점과 소매점을 내쫓고 유통업계를 평정했던 월마트가 이제는 온라인 유통회사들의 선전에 밀려 유통공룡의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은 온라인쇼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무서운 성장세에 가위눌린 오프라인 유통공룡오프라인 유통의 절대강자 월마트는 지난 7월말 온라인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에 첫 굴욕을 맛봤다. 시가총액에서 처음으로 아마존에 밀려 유통업계 2위로 밀려난 것이다. 7월 마지막주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2330억달러(약 279조원)으로 2480억달러(약 297조원)를 기록한 아마존에 18조원 가량 차이로 밀렸다. 1995년 불과 100만달러 매출의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21년만에 처음으로 유통공룡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1위의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월마트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월마트는 투자설명회를 가졌으나 실적악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210억 달러(24조원)나 증발한 것이다. 월마트 주가는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0.04% 폭락한 60.03달러로 마감했다. 이같은 주가폭락은 지난 1988년 1월 이래 27년 만에 최대낙폭으로 기록됐다.이날 투자설명회에서 월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지출확대로 향후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시장은 투매로 응답한 것이다.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매업계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안심시키려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월마트가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어 매출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매출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월마트의 총매출은 2010년 4213억달러에서 2014년 4856억달러로 5년간 15.2%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아마존은 같은 기간 342억달러에서 889억달러로 159%나 늘어났다. 양측의 매출차이는 여전히 월마트가 아마존을 5배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양측의 차이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아마존의 매출액은 월마트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으나 불과 5년만에 그 격차를 5분의 1 수준까지 좁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매출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기의 저주’에 빠진 유통공룡 월마트의 딜레마6500만년전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순식간에 멸망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설 가운데 하나는 공룡이 ‘크기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혜성의 충돌이후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급감한 가운데 거대몸집을 지닌 공룡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지금의 월마트가 공룡이 겪었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월마트의 올해 매출액은 4880억달러(약 5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내 업계2위 코스트코나 프랑스 1위 카르푸, 영국 1위 테스코보다 4배이상 더 많은 규모다. 현재 월마트는 전세계 27개국에 1만13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수만 해도 22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다. 비정규직까지 따지면 미국인구의 0.5%, 그러니까 200명중 1명은 월마트에서 일한다는 통계까지 나올 정도다.문제는 몸집이 너무 커져버린 탓에 생산성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1년이후 월마트의 매출은 연간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은 같은기간 연간 1% 증가에 그쳤다. 월마트 직원 1인당 매출은 22만달러로 2위 코스트코의 59만5000달러에 비하면 37%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몸집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했다. 사진은 아마존닷컴의 홈페이지 하지만 월마트의 진짜 걱정은 판매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최근들어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쇼핑 앱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굳이 차를 몰고 월마트를 찾지 않고도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온라인 쇼핑시장의 급성장은 가격경쟁에서도 월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월마트는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75센트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세금을 제하면 5센트가 남는 꼴이다. 비용에는 점포유지비, 유통비, 임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 이런 비용들이 생략된다. 가격결정에서 월마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에 밀려 최저가 가격경쟁 유지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월마트가 유통업계에서 최고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인 초저가 정책 때문이었다. 월마트는 ‘소비자 지상주의’를 슬로건으로 내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에 서왔다. 값싼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영세 납품업체들을 착취하다시피 가격을 후려치는 것으로 악명이 나있다. 근로자 인건비도 매우 짠 편이다. 제품가격이 낮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쇼핑몰로 큰 인기를 끌었다. ▲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월마트.[그림출처=마이버거360닷컴] 월마트는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수익을 챙겨왔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20년간 해마다 3% 수준의 순익을 기록해왔다. 연간 수익규모는 2014년 기준 161억달러(약 19조3200억원)에 달한다.반면 아마존은 같은기간 가격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대 8.5%에서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다양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작심하고 출혈경쟁을 감수할 경우 가격경쟁력 면에서 아마존 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시장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USA투데이는 아마존이 월마트의 런치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통업계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직 리소스 그룹의 버트 플리킹어 이사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월마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금 추세라면 2023년에 매출에서도 아마존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사업부문을 잘 병행하게 되면 승부는 50대 50이 될 것이란 예상도 없지 않다. 그동안 구축해온 거래선과 유통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월마트는 오프라인 시장 뿐 아니라, 온라인 사업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사진출처=피드블리츠닷컴] 월마트는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주가 안정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준비중이다. 지난 1월이후 지속돼온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이 410억달러(약 49조원)나 감소했기 때문이다.창업자인 샘 월튼 가문은 지주회사인 '월튼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월마트 주식의 44.16%를 갖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2.11%)도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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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16
  • [거꾸로 읽는 경제] 와타나베 부인과 일본계 대부업체의 성형수술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국제 금융가에 유행하는 말 가운데 ‘와타나베 부인’(Ms. Watanabe)이란 용어가 있다. 2000년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가정주부들을 가리켰던 말이다. 요즘에는 일본의 외환 투자가들을 통칭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미국 투자가들을 가리키는 스미스 부인(Ms. Smith), 유럽 투자가들을 지칭하는 소피아 부인(Ms. Sophia)과 비슷하다. 한국으로 따지면 ‘김여사’에 해당한다고 할까.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성씨 중에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그 유래가 확실치 않다.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은 사토다. 2000년초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와타나베는 스즈키, 타카하시, 타나카 다음으로 5위에 위치한 성이다. 중요한 것은 2000년초 값싼 엔화를 무기로 한국을 건너온 와타나베 부인의 아류들이 이제는 한국 소비자금융 시장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그 첨병에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이름에서 왜색 이미지를 빼고,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 등을 통해 무서우리만치 집요하게 한국 금융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성형수술 통해 한국시장 파고드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렛미인’(Let美人)지난주 나온 대부업관련 소식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앞으로 금융당국이 공식 문서에서 '일본계'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보유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지난 7월 회사를 방문한 금융위원회 현장점검반에 '일본계'라는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를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아프로서비스그룹은 재일교포3세인 최윤회장이 설립한 금융회사다. 산하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미즈사랑, 원캐싱 등의 대부업체와 OK저축은행, 아프로캐피탈 등 국내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재일교포3세가 만든 회사라고 해서 일본계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지분구조가 일본 국적의 페이퍼컴퍼니인 J&K캐피탈이 지분 99.97%를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은 J&K캐피탈의 소유주이다.일본계임에도 굳이 일본계라는 꼬리표를 떼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는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혀온 부정적인 회사이미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뿌리가 일본계인 대부업체는 21개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은 4조 9700억원 규모로 전체 대부업 시장의 56.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일본계 4개 대부업체는 국내토종업체 74개 모두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일본계 금융회사들은 각종 이미지광고와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프로배구단을 앞세워 스포츠마케팅으로 한국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에는 산하 OK저축은행에 대한 태권브이 이미지 광고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저축은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영문이름도 ‘오리지널 코리언’이라고 할 정도다.배우 고소영씨의 광고모델 기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J트러스트 역시 일본계다. 이 회사는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지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현재 대부업과 관련된 사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J트러스트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엔터테인먼트, IT시스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JT캐피탈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대부업에 뿌리를 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고 있다.일본계라는 꼬리표는 사업확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J트러스트는 고소영씨에 대한 광고모델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광고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최근 증권사와 지방저축은행 인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붙은 일본계 또는 대부업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일본 J&K캐피탈이 소유한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3개 대부업체의 지분과 사업권을 신설 한국 법인으로 넘기기로 한 것도 이참에 확실하게 뿌리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시앤캐시 소유권 이전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며, 미즈사랑과 원캐싱 지분은 오는 2016년 자회사 아프로파이낸셜로 넘어간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드는 비용은 세금을 포함해 약 6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대부업 평정한 일본계 자금, 저축은행 공략도 광폭 움직임일본계 자금은 이제 대부업을 넘어 2금융권인 저축은행 영역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저축은행, O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 5개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의 총자산은 39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8조3299억원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산규모가 14.5%였던 2013년(5조6395억원)에 비해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 태권브이와 유명연예인을 앞세워 대대적인 이미지광고에 나서고 있는 OK저축은행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는 일본 금융사는 SBI홀딩스다. SBI홀딩스는 일본 최대의 인터넷 전문은행·증권사를 운영하는 금융그룹으로 2013년 영업정지 직전에 놓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후 SBI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조853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 인수 후 SC저축은행, SC캐피탈을 잇달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OSB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오릭스그룹은 저축은행 진출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현재 최종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러시앤캐시의 아프로서비스그룹도 대부업과 저축은행, 캐피털 등을 종합적으로 영위하는 서민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씨티캐피탈, 리딩투자증권, 공평저축은행 등에 대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광고와 금리등 각종 규제움직임 강화로 영업환경은 산넘어 산하지만 일본계 자본이 계속 승승장구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그동안 영업의존율이 높았던 무차별 광고에 제동이 걸린데다, 국회에서 대부업의 대출금리 상한을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근거 없이 ‘최고’ ‘최상’ ‘최저’ ‘우리나라 처음’ ‘당해 금융회사만’ 같은 표현을 앞으로 쓰지 못하도록 했다. 또 ‘보장’ ‘즉시’ ‘확정’ 같은 표현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 금융당국은 앞으로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TV광고에 대한 규제강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광고를 아무 때나 방영하지 못하도록 시간대별 규제를 가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예 TV광고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 이학영(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대부업의 TV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도 대부업 광고를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무엇보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를 긴장시키는 것은 대출금리 상한을 낮추려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출 이자율 상한을 낮추기 위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연 25%)과 신동우(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연 29.9%) 법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신 의원이 낸 법률안은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여신금융기관이 이자율 연 29.9%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고 김 의원은 대부업체의 경우 연 25%, 그 외의 여신금융기관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누구의 법률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출금리 상한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34.9%다. 대부업체의 대출금리 상한은 처음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2002년 연 66%로 처음 상한이 정해진이후 연 49%(2007년), 연 44%(2010년), 연39%(2011년), 연34.9%(2014년) 등으로 줄곧 인하돼 왔다.정부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연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약 270만명의 대출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이자 경감 규모는 대부업 3700억원, 저축은행 900억원, 캐피탈사 15억원 등 총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추산이다.일본계 대부업계와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중요한 밥줄이었던 TV광고 규제에 이어 이자 상한선이 낮아질 경우 좋은 시절을 계속 구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이 각종 이미지 포장을 통해 왜색을 벗어던지고 한국시장에 더 깊숙이 침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형수술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보려는 와타나베 부인의 ‘렛미인’ 전략이 성공할지 귀추가 궁금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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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12
  • [거꾸로 읽는 경제] ‘원조’와 ‘짝퉁’ 검은 금요일(Black Friday)
    ▲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시작과 함께 쇼핑몰 문이 열리자 일제히 매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미국 소비자들. 미국에서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싼 물건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소비자들의 전쟁터다.[사진출처=엔와이포스트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검은금요일)’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해 전통시장,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2만7000여 곳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첫 주말행사에서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30%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되자 유통업계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세일이라는 혹평과 함께 중국 국경절(1~7일)을 맞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힘입은 ‘반짝특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판 ‘검은금요일’ 첫주말 성적은 백화점 활짝, 전통시장 울상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상위 3개 백화점 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3일까지 매출이 전년 기간에 비해 평균 29.3%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6%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27.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매출이 36.7%나 뛰어 신장률이 가장 높았다.품목별로는 여성의류가 54.7% 신장했으며 남성의류 39.8%, 스포츠 35.0%, 아동 21.1%로 매출이 향상됐다. 특히 결혼 시즌을 맞아 대표적인 혼수류인 침구류와 가전제품이 각각 51.9%와 79.5% 신장했다. ▲ 한국판 검은금요일 세일 첫 주말기간,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30% 늘어난 것(위쪽)과 달리 전통시장(아래쪽)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대형마트도 백화점만큼은 아니지만 선방했다. 비교대상인 지난해 같은 기간이 개천절 황금연휴로, 높은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특히 의류·잡화부문 매출이 뛰어났다. 이마트는 1~3일 매출이 전년 대비 2.3% 줄었으나 목표치 대비로는 110% 초과 달성했다. 특히 가전제품(10.2%), 패션(6.9%) 매출이 양호했다.반면 전통시장은 인근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실제로 일요일인 4일 서울 중구의 한 전통시장은 평소보다 오히려 찾는 손님이 적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장상인 김인숙(46·여)씨는 “백화점으로만 사람들이 몰리고 전통시장은 오히려 더 한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수 드라이브에 소비심리 살아나나 조심스러운 기대감꺼져가는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내수진작책을 펼쳐온 정부도 모처럼 내수가 살아나는 듯한 모습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4일 내놓은 ‘최근 내수회복 동향’ 자료에 따르면 추석 3주 전부터 연휴 마지막 날까지(9월 7일~29일) 주요 업종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10.9%와 6.7% 증가했으며 아웃렛 매장은 13.8%나 매출이 늘었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매출액도 각각 14.2%와 5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더불어 8월 14일부터 실시했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소비 활성화 대책, 그리고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등이 어우러져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8월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힘입어 9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5% 늘었고, 주요 가전업체의 대형TV 판매량도 인하 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생산과 투자도 회복세다. 9월 들어 제조업 생산의 가늠자인 산업용 전력사용량(0.7%), 화물차 통행량(6.5%), 자동차 생산량(13.5%)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3분기 성장률이 5분기 만에 1%대에 복귀했을 것이란 낙관적 기대감도 갖고 있다.하지만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최근의 내수회복이 정부의 물량공세에 힘입은 ‘반짝효과’일 가능성이 크고 수출 부진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흥국 불안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아직 하나도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수출액은 435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3% 줄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한국판 검은금요일 세일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야 소비심리가 안정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검은 금요일 세일이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연말까지 진행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딱 2주간만 열려 ‘반짝특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가격결정권을 쥔 제조업체 주도로 이뤄지는데 반해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고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식이어서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 할인율이 낮다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할인공세 앞세운 미국, 영국의 검은금요일 세일미국, 영국등에서 최대규모 세일행사를 가리키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세일을 의미한다. 왜 부정적 의미의 ‘블랙’(black)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1961년 미국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검은금요일 세일을 맞아 쇼핑몰로 몰려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해 도심이 마비되자 이를 가리켜 ‘검은금요일’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세일을 통해 상점들이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록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선진국의 검은금요일 세일에서는 값싼 제품을 사기위해 소비자끼리 거친 몸싸움도 마다않는다.[사진출처=아이비타임즈] 유래야 어찌됐든 미국에서는 사실상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4일간의 연휴세일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재고떨이에 나서 최고 90%까지 할인을 한다. 월마트, JC페니, 토이즈러스,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의 유통업체들도 대거 참여한다. 특히 텔레비전이나 노트북 같은 가전제품은 한정된 수량을 절반가격에 할인해서 파는 바람에 이를 차지하려는 고객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도 흔하게 벌어지곤 한다.지난해 4일간 계속된 미국의 검은금요일 세일기간동안 팔린 매출액은 51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세일에 참여한 미국인수만 2억40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인구가 3억1000만명 정도 되니까 10명중 8명이 쇼핑에 나섰다는 계산이 나온다. 쉽게 말해 걷지 못하는 아기들 빼고 거의 다 쇼핑에 동참했다고 보면 된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4일간 세일을 통해 1년 매출의 5분의1을 올리기도 한다.이처럼 검은금요일 세일에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미끼상품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품목을 대상으로 진짜로 낮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경우 이 기간 전체 품목의 평균할인율은 38%에 달하고, 일부 가전제품은 평균할인율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인해 가장 먼저 물건을 사기 위해 수천명의 소비자들이 상점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 검은금요일 세일 개장을 기다리는 미국 소비자들. 값싼 물건을 사기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서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사진출처=타우후지닷컴]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검은금요일 세일에 참여하는 상점들은 금요일 오전 6시에 일제히 문을 열었지만, 그 시간이 점점 빨라져 2011년에는 오전 5시, 혹은 오전 4시에 첫 세일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등 주요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추수감사절 당일인 11월 넷째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세일을 시작하고 있다.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인 ‘박싱데이’(boxing day)가 최대 세일 대목이었지만 최근에는 검은금요일이 더 큰 세일행사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온타리오 주를 중심으로 캐나다사람들이 검은금요일 세일기간에 미국으로 넘어가 쇼핑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자 2012년부터 같은 시기에 미국 못지않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 검은금요일 세일 기간에는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다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사진출처=엔와이데일리닷컴] ■ 한국판 검은금요일이 성공하려면-유통구조부터 뜯어고쳐야올해 처음 열린 한국판 검은금요일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할인율이다. 주말을 맞아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은 고객들 사이에서는 할인율이 평소 세일과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국의 경우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 90%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극히 제한된 상품을 제외하곤 할인율이 높아야 30% 수준이다.할인율이 차이 나는 근본 원인은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 국내 특유의 유통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백화점·쇼핑몰들은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입,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다. 연말이 가기전에 매입한 상품을 모두 팔아야 다음 계절 신제품을 마련할 수 있어 할인율을 대폭 높여서라도 물건을 팔고자 한다.반면 국내 백화점은 30% 내외인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고 재고 부담은 지지 않는 '특약매입' 구조라서 굳이 대폭적인 할인율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90% 할인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이번 행사에서 가전·패션·뷰티·외식 등 주요 브랜드가 대거 빠진 점도 아쉽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노 세일' 전략을 고집하거나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기존 백화점 정기세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충분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이번 행사가 전시성 내지는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오는 14일까지 계속될 행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서 내년에는 보다 준비된 세일행사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아이디어를 베껴서 시작한 '짝퉁‘이지만 기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한국적인 축제의 한 마당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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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05
  • [거꾸로 읽는 경제] ‘국민차’에서 ‘공공의 적’이 된 폴크스바겐
    ▲ 폴크스바겐 탄생에 기여한 아돌프 히틀러(콧수염 기른이)가 폴크스바겐 창업자 포르쉐 박사(왼쪽)와 함께 비틀 자동차 모형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독일말로 ‘국민차’를 뜻한다. 폴크스바겐의 탄생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아돌프 히틀러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히틀러는 모든 독일국민들이 값싸게 탈 수 있는 대중차를 원했고, 체코계 독일인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박사가 히틀러의 지시를 받들어 만든 차가 바로 폴크스바겐이기 때문이다.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면서 폴크스바겐은 존폐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단일차종으론 세계최다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 이른바 ‘비틀’(딱정벌레)시리즈 신화를 통해 세계 1위(2015년 상반기 기준) 자동차판매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기극을 계기로 졸지에 ‘공공의적’(public enemy)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기극 책임지고 CEO 전격사퇴-수백 조원대 벌금과 소송에 휘말릴 듯폴크스바겐은 23일(현시시간) 마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공식화했다. 형식은 자신사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기극에 따른 문책성 사퇴에 가깝다. 빈터코른 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폴크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사임이 이를 위한 것임을 밝혔다.그는 올해 초 창업주의 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회장과의 권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이달 초 폴크스바겐으로부터 2018년까지 CEO 임기 보장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사기극이 공개된이후 5일사이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쳐 사과성명을 내고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썼던 그였지만 결국 창사이래 최악의 위기를 자초한 책임론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23일 긴급성명을 통해 사임을 발표한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 그는 마지막까지 ‘사퇴는 하지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1981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오른 빈터코른은 올해 폴크스바겐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그룹내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 브랜드를 상반기 504만대나 팔아 도요타를 2만대 차이로 제치고 4년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공로 덕분에 회사내 신망이 절대적이었다.하지만 미국 수출차량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사기극이 밝혀지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기극에 대한 책임으로 과징금과 벌금, 손해배상액이 적게는 수십 조원에서 많게는 수백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사퇴압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미국 환경보호청은 폴크스바겐에 대해 리콜 명령과 함께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리콜명령을 받은 자동차(48만2000대) 1대당 3만75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폴크스바겐그룹이 거둔 전체 세후순익 111억유로(약 14조65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23일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37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집단소송을 대리한 캐나다의 한 로펌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릴 경우 자칫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이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선 벌금과 소송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폴크스바겐은 향후 수년간 이익의 전부를 쏟아 부어도 모자랄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성장동력인 디젤엔진 치명타 초래할까 촉각 ▲ 폴크스바겐은 수년전부터 디젤엔진 자동차를 주력제품으로 밀어왔다. 대규모 소송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과 독일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비롯한 디젤엔진차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도 폴크스바겐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폴크스바겐이 지난해 생산한 자동차 가운데 디젤차량은 25.6%로 4대중 1대꼴이다. 디젤차 비중이 48.7%에 달하는 르노자동차 보다는 낮지만, 디젤차를 향후 주력차종으로 밀기위해 엔진개발 등에 이미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온 폴크스바겐 입장에서 디젤차 규제강화는 성장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다른 유럽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젤차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크스바겐 사태 때문에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세계서 팔린 디젤차량 4대중 3대는 유럽에서 팔렸을 정도로 디젤차량의 유럽시장 의존도는 높다.실제로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오는 2020년까지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영국 런던도 시내에 진입하는 디젤차의 통행료를 10파운드에서 2배인 20파운드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무엇보다 ‘디젤엔진=청정엔진’이라는 그동안의 폴크스바겐 홍보문구가 이번 사태로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동안 유럽 정부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휘발유 차랑에 비해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차량을 권장하면서 세금 감면과 주차비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왔지만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으로 기존정책을 전면수정해야 할 판이다.벌써부터 유럽내 각국 정부가 신규 디젤 차량의 판매 허가와 차량 시험을 더 까다롭게 그리고 비싸게 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디젤엔진 개발에 수백조원을 투입해온 유럽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문제 자동차에 대한 정밀검사 채비 - 올해 6400대 팔려우리정부도 10월초에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 4종에 대해 정밀검사를 할 방침이다. 검사 대상은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골프와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 4종이다. 결과에 따라 폴크스바겐코리아에 대해서는 리콜 명령, 인증 취소,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폴크스바겐그룹은 문제가 터진후 빈터코른 CEO가 디젤차량의 미국시장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시장에서는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미국내 리콜 차량은 모두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제작된 차량이며 국내에서는 골프, 제타, A3등 3개 차종이 판매되고 있다. 해당차량의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골프 789대, 제타 2524대, A3 3074대 등 모두 6387대가 판매됐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면 리콜 및 판매중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최대 4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더 큰 문제는 ‘폴크스바겐=신뢰’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홍보해온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이나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시민사회단체는 조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업윤리를 저버린 소비자 기만 사기 행위"라며 "신차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차량에 대해서도 즉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폴크스바겐은 국내에서도 조작 행위가 밝혀지면 국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정부 조사·제재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리콜을 해야 한다"며 "아니면 피해 소비자를 모집해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보는 폴크스바겐그룹① 13 = 전세계 시장점유율(2015년 상반기)② 12 = 그룹내 자동차 브랜드 개수③ 41,000 = 일 생산대수(주말 제외)④ 10,100,000 = 2014년 전세계 판매대수⑤ 2,020억유로 = 2014년 매출총액⑥ 111억유로 = 2014년 세후순익⑦ 119 = 전세계 공장수⑧ 592,586 = 전세계 종업원 수⑨ 51 = 폴크스바겐에 대한 포르쉐 오토모빌 홀딩스 지분율⑩ 21,529,464 = 비틀시리즈 총 판매대수(단일차종 기네스기록)<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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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24
  • [거꾸로 읽는 경제] ‘국민차의 배신’ 폴크스바겐 사기극 일파만파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78년간 독일의 대표적 ‘국민차’ 이미지를 쌓아온 폴크스바겐이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미국에서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은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미국 법무부는 형사소추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독일정부도 별도 조사에 나섰다. 사기극이 밝혀진후 폴크스바겐의 시가총액은 이틀만에 33조원이 날아갔고, 과징금과 보상금, 리콜 등으로 향후 수십조원을 더 물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도요타와 함께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을 다투던 폴크스바겐은 ‘사기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美환경기준 통과사실 적발-민간단체 2년간 추적폴크스바겐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배기가스재순환) 장치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깔아 배기가스양을 조작, 미국의 환경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 승인 검사 때 엔진과 바퀴만 구동할 때에는 EGR이 정상 작동하다가 조향장치(핸들)까지 움직이는 실외환경에서는 EGR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을 적발한후 48만2000여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EPA는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EGR이 꺼진 후 배기가스 영향을 조사했더니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농도가 미국 환경기준보다 많게는 40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사기극을 추적해온 비영리 단체 ICCT의 로고 이번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은 민간환경단체의 2년여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공개된 것이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유럽 디젤차가 정말로 환경에 무해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제 주행 후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폴크스바겐 차량이 도로 주행에서 기준치보다 40배 많은 오염물질을 뿜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사실을 검찰에 고소했다.미국 연방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폴크스바겐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오다 미국 연방정부가 ‘미국내 폴크스바겐 자동차 판매금지’ 카드를 거론하자 지난달에야 조작사실을 시인하고 마틴 빈터코른 회장이 직접 나서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빈터코른 CEO “한없이 죄송” 사과에도 사태파문 일파만파 ▲ 사퇴위기에 놓인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대해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없이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에 나섰다. 빈터코른 CEO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폴크스바겐의) 브랜드와 기술, 차량을 신뢰하는 전 세계의 수백만 명에게 신뢰를 저버린데 대해 끝없이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 당국, 모든 사람에게 잘못된 일에 대해 모든 방법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CEO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파문이 번지고 있다.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미국 정부와 소비자, 나아가 전세계 소비자들을 속이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가 형사소추를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앙헬 메르헬 독일총리도 별도 조사를 촉구했다. 폴크스바겐의 속임수로 독일차에 대한 전반적 신뢰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독일차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주사인 다임러와 BMW도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유럽 주식시장에서 폴크스바겐 주가는 연이틀 폭락했다. 폴크스바겐 주가는 21일 18.60% 폭락한 데 이어 22일에도 19.82% 내린 106유로에 마감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건으로 이틀 간 주가가 35%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250억 유로(약 33조1200억원)나 증발했다. 다른 독일 자동차 업체인 BMW와 다임러는 22일 각각 6.22%, 7.16% 떨어졌으며 프랑스 자동차 업체인 푸조와 르노도 각각 8.79%, 7.12% 하락했다.폴크스바겐의 피해는 단순히 주가하락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이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적으로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조사 결과에 맞추어 소요될 비용을 고려해 3분기 기준으로 65억 유로(약 8조6108억원)를 유보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미국 환경보호청은 폴크스바겐에 대해 리콜 명령과 함께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폴크스바겐측에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요타자동차가 2009년 8월 미국에서 불거진 리콜 사태로 인해 10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 또는 수리 조치하고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 의 벌금을 냈던 것에 비해 4배이상 되는 금액이다. 폴크스바겐은 또 잇따를 리콜과 소비자들의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향후 물어야할 돈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30년만에 재연된 폴크스바겐의 재앙?-86년에도 미국에서 퇴출위기 겪어폴크스바겐과 미국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6년 미국 CBS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 승용차의 주행 성능과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 외면을 겪으며 폴크스바겐은 한때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폴크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어 전세계 2위(올해 판매량은 세계1위) 자동차그룹임에도 미국내 점유율은 2014년 기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GM(17.8%)이나 2위 포드(14.9%)의 5분의1에 불과하며, 현대·기아차(7.9%)에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폴크스바겐은 세계 최대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디젤차를 앞세워 공략해왔고, 높은 연비와 친환경을 집중 홍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기극’으로 폴크스바겐의 미국시장 공략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폴크스바겐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폴크스바겐 외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폴크스바겐은 경영상 치명타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빈터코른 CEO의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다. 독일 슈피겔은 오는 25일 빈터코른 CEO가 사퇴하고 후임에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가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25일 빈터코른 CEO의 운명을 결정할 이사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그의 사퇴가능성을 점쳤다.빈터코른 CEO는 올해 초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회장과의 권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이달 초 폴크스바겐으로부터 2018년까지 CEO 임기 보장 약속을 받은 상태다. 빈터코른 CEO는 올해 폴크스바겐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 브랜드는 상반기 504만대가 팔려 도요타를 제치고 4년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국내 수입차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 미칠 듯 - 독일차 이미지 추락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폴크스바겐 차들 중 국내에서 유로6 환경인증을 받은 골프 제타 비틀, 같은 그룹인 아우디의 A3를 대상으로 곧 정밀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폴크스바겐의 불법행위가 입증되면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해 소극적 조사를 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 신뢰를 컨셉으로 홍보해온 폴크스바겐 골프차 광고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차량과 동일한 차종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6만745대가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폴크스바겐 골프가 2만6518대, 파사트 1만7919대, 제타 1만393대, 비틀 2841대, 아우디의 A3 3074대다.폴크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면 정부는 리콜과 판매중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최대 4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에서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을 판매하며 10위권에 들어있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신뢰도는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높은 연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해마다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온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1937년 창사이래 78년만에 최대위기에 놓여있다.일각에서는 이번 폴크스바겐의 파문이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다른 독일 자동차 판매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독일차=신뢰’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에 다른 독일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추측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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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23
  • [거꾸로 읽는 경제] 미친 전세와 ‘렌트푸어’의 눈물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친 전세’로 ‘렌트푸어’(rent poor)가 무더기로 생겨나고 있다. 렌트푸어란 급증하는 전세값의 가격 상승폭을 감당하느라 소득의 대부분을 써버리는 바람에 여유 없이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전세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일어나는 이른바 ‘깡통전세’ 현상까지 가세, 렌트푸어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집값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낮아지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살인적으로 오른 전세값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대출을 받은 렌트푸어들은 늘어난 이자부담과 함께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해야하는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벌어들이는 모든 돈을 집에 다 쏟아부을 수 밖에 없는 렌트푸어의 증가는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경기불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삐 풀린 전세값-전세값이 매매값 웃도는 역전현상까지 속출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중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수도권 1291개 주택형 가운데 12%인 155건의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90% 이상에 계약됐다. 지역별로 서울 12%, 경기도 13%, 인천 8%가 각각 전세가율이 90%를 웃돌았다. 특히 이들 전세가율 90% 이상 단지 가운데 전세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주택형도 총 29곳으로 18.7%나 됐다.실제로 인천시 동구 송림동 송림휴먼시아1단지 전용 59.99㎡는 지난달 전세가격이 1억7000만원에 계약된 반면 매매가격은 최저 1억4924만원에 거래돼 전세가율이 114%에 달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은 전세물량이 씨가 마르면서 웃돈을 주고라도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물량이 상당수 월세 전환되면서 전세물량은 시중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수요는 여전한데,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2%를 기록했다. 서울도 70.9%로 1998년 첫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에서도 성북구는 지난달 전세가율이 80.1%로 사상 처음으로 80%를 돌파했고 강서구(77.8%), 동작구(77.4%) 등도 80%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렌트푸어가 쏟아지고 깡통전세에 대한 공포 역시 커지고 있다. 경기가 나빠져 매매·전세가격이 10%만 떨어져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가 오를 때는 하우스푸어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렌트푸어가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향후 금리가 올라간다든지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안전하지 않다”며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실제로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친 전세값 때문에 세입자와 집주인 간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보증금 관련 소송(1심)은 2011년 5712건이었으나, 2012년 6478건, 2013년 7506건, 2014년 8000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인 셈이다. 올 들어서는 전세값이 거의 미친 수준으로 뛰고 있어 전세금을 둘러싼 분쟁은 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전세금 반환소송이 급증했는데, 그때는 집값 폭락과 함께 전세값도 크게 떨어져 빚어진 현상이었다.■ 서민들 많이 찾는 소형평수, 빌라, 다세대 주택 피해 증가 우려과거에도 전세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역전사례는 매매가격이 싼 지방에 국한된 얘기였다. 수도권의 경우 집값 수준이 높다보니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전세값>매매가격’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저소득층이 주로 전세 계약하는 빌라나 다세대 같은 저렴한 주택 쪽에서 역전현상이 더 많이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전세가율이 거의 80%, 90%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그 정도 가격을 감내하고 들어오는 후속 세입자가 없거나, 집값이 조금만 떨어지게 된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다 안전하게 돌려받기 어려운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과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간의 간격이 갈수록 벌어져 전세물량 품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의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36.2%로 4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아파트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월세거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서울부동산정부광장에 따르면 전국에서 평균 전셋값이 가장 높은 강남구의 경우 8월중 월세비중이 44%까지 뛰어 서울평균보다 8.1%포인트가 높았다. 서초는 월세비중이 40.1%, 송파는 36.3%로 집계됐다. 월세전환이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저금리 때문이다. 지금 같은 임대인 우위시장(seller's market)에서는 임대인은 싼 은행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선호하고, 이는 전세물량 품귀를 불러와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월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그 비용은 연리로 따져 7.4%에 달한다. 집주인은 1%대 은행이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떠안아야할 부담이 전세때보다 2~3배 더 늘어나는 셈이 되어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제어하거나, 해결할 묘수 같은 것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친 전세 틈타 ‘무피투자’ ‘전세깡패’ 같은 시장왜곡 현상 기승최근의 전세값 상승은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그 와중에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아파트를 매입하는 ‘무피 투자’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모으는 이른바 ‘전세깡패’ 현상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태원(새누리당) 의원은 전세난을 부추기는 전세값 고공행진 배경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전세가를 최대한 올리려는 조직적 투기세력들이 있다”고 주장했다.무피투자란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매입하는 것’을 말하고, 전세깡패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모은뒤 전세값을 대폭 올려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무피투자와 정치깡패를 부추기는 부동산카페들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김태원 의원은 지적했다. 깡통전세를 이용해 은행대출금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까지 벌어져 피해자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조모씨(48) 등 분양대행업체 임직원 4명과 공인중개사 7명은 가짜 매수인들과 짜고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은행 대출금 230억원과 전세보증금 15억원 등 모두 245억원을 가로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작년까지 정부는 각종 부동산규제를 풀고, 은행대출도 완화해 사실상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것을 권유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태도를 바꿔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전세물량 구하기에 지친 상황에서 싼 대출이자와 정부정책을 믿고 올들어 집을 장만한 2030세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7조 9801억원으로 7월(321조5709억원)보다 6조4292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관련통계를 알 수 있는 2010년 이후 8월 증가분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 가운데 2030세대의 대출증가율이 40%에 육박해 이들 연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3년 4435억원, 2012년 1조6980억원, 2011년 1조795억원에 불과했었다.■ 깡통전세 걱정된다면 대출보증제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집값에 비해 전세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하는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이 제도는 전세 세입자가 한 번의 보증 가입으로 집주인에게서 돌려받을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으면서(전세금 반환보증)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마련(전세금 대출보증)할 수 있는 상품이다.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금 대출을 받을 때 HUG가 대출금 상환을 책임짐으로써 금리 부담을 낮춰 주는 방식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서민들은 물론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가 많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은 현재 0.150%로, 전세보증금이 1억원인 주택의 세입자가 8000만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19만원의 보증료를 내야한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저소득층에는 보증료를 할인해 준다.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이하일 경우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HUG가 보증해 주는 대출액 한도는 3억2000만 원이다. 수도권 외 지역은 전세보증금이 3억 원 이하(보증 대출액 한도 2억4000만 원)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년 이상의 전세를 계약하고, 임대차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전세 주택이 압류나 가압류 등의 상태에 있으면 안되는데 현재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은 우리, 부산, 광주, 국민, 신한, KEB하나, 대구, NH농협은행 등 8곳이다.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전세 물량을 늘리기 위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대신 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깡통전세 우려가 큰 지역의 경우 지자체가 나서 전세주택의 실질 주택담보비율(전세보증금 대출금), 낙찰가율 등을 고려해 전세가율 관리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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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21
  • [거꾸로 읽는 경제] 불확실성만 키운 美연준의 ‘금리동결’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군대에서 ‘줄빠따’를 맞아 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을. 매를 맞을 거면 차라리 빨리 맞는 것이 나은데 결국 기다리는 고통이 더 연장된 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고 18일새벽(한국시간)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연준위원들의 투표결과는 9(동결) 대 1(인상). 동결과 인상 중 동결을 점쳤던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 그대로지만, 수십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스스로의 발언을 부정한 셈이 됐고, 세계경제는 또한번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가게 됐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연준이 회초리 자체를 거둔 것이 아니라서, 언제 또 매를 맞을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옐런은 10월 인상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시장은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예상 깬 9대1의 압도적 동결 결정-안팎 경제불안 요소 반영18일 새벽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에 따르면 연준은 0~0.25%의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투표권이 있는 10명의 위원중 9명이 금리동결을 찬성했고,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만이 인상을 주장했다.옐런 연준 의장은 FOMC 회의를 끝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및 기타 신흥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다"며 "금융시장의 위축이 미국의 성장을 제한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는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으며 이 점이 연준의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동결을 결정했다는 배경설명이다.연준이 계속된 금리인상 예고를 다짐했던 스스로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금리를 동결키로 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해외 불안이 가중돼 자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국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핵심에는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연준은 지난 5월부터 연내에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쳐지면 신흥국은 물론 미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모두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호소한 것도 연준의 금리동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미국 경제사정도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충분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이 경제지표 가운데 핵심은 실업률과 물가수준이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오면서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실업률 6% 이내, 소비자물가지수(CPI) 2% 수준이었다.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말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연준이 애초 정한 6% 이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1.2% 수준에 그쳐 옐런이 기준으로 내건 2%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인상을 뒷받침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인상 연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시기는-12월설 우세한 가운데 내년 연기설도 급부상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위원들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으며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10월이면 불과 한달 뒤인데, 한달만에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12월 FOMC 회의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연준이 12월에 소폭의 금리인상을 결정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강한 경고를 주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는 연준 내 의견 변화를 반영하는데,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17명의 위원 가운데 13명이 올 연말 금리 인상을 예상해 지난 6월 15명보다 감소했다. 금리 중간값 전망치도 올 연말 0.375%, 1.375%, 2.625%로 지난 6월 발표한 0.625%와 1.625%, 2.875%보다 낮아졌다. 장기 금리 전망치도 6월의 3.75%에서 3.5%로 하향 조정됐다. 심지어 이번 회의에서 한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 마이너스(-) 기준금리까지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세계경제 불안이 지속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연준의 신뢰도에 금리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이 늦어도 올해안에는 금리정상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 동결 결정으로 연준, 특히 옐런 의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크게 허물어졌다.■ 신흥시장 시간은 벌었지만-불안한 행보에 대한 근본적 우려 여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번 연준의 금리동결 결정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번 셈이 됐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 예고 때문에 신흥시장에서는 투자자금리 썰물처럼 빠져나갔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중국이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연준의 금리인상 예고와 중국발 쇼크까지 겹치면서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졌다. 브라질은 최근 저유가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이런 상황에서 나온 연준의 금리 동결로 인해 신흥국은 한시름 놓았지만 위기감 자체가 가신 것은 아니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신흥국들은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자체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외변수와 상관없이 파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일부 신흥국들은 금리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빨리 가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를 맞을 거면 차라리 빨리 맞는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 재무장관들이 이번 달에 금리를 올려줄 것을 연준에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시장이 계속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부 신흥국들 사이에선 인상 기대와 달리, 연준이 금리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을 계속 안고가게 됐다는 불평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금리동결로 가계부채 더 늘어날까 걱정연준의 금리동결은 국내시장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나 며칠전부터 달러강세가 한풀 꺾였고, 국내 증시에서 사상 두 번째로 긴 30일간 순매도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이틀간 매수세를 보인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한국은행도 금리인하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내수 진작과 수출 증대를 위해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정책에 대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연내 혹은 내년 초까지 한,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HSBC는 10월과 내년 2월에 두 차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고, 노무라도 10월과 내년 3월에 각각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도 17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명목금리의 하한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 1.5%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문제는 환율의 움직임이다.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입을 결정하는 금리와 환율 중 금리가 변화가 없더라도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의 탈출러시가 이어질 것이 뻔하다.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근본적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은 시간을 벌었지만 연준이 계속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이상, 금리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8월말 현재 1130조 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여기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229조7000억원(8월말 현재)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그렇지만, 당장 개인 차원의 빚 줄이기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7년째 이어져온 저금리 파티가 끝났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12월설, 내년설로 시기만 다를 뿐, 세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한국경제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빚이 많은 개인과 가계는 얘기가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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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18
  • [거꾸로 읽는 경제] 美 금리인상, 3일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시간
    ▲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세계의 이목이 미국 워싱턴DC 20번가 컨스티튜션 에비뉴에 쏠리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에클즈(Eccles) 빌딩에서 16, 17일(미국 현지시간) 연이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12월 금리인상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미국이 전격적으로 9월 금리인상을 결정하면, 세계 각국은 연쇄적인 금리인상 도미노 현상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 투자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9월이 될지, 아니면 10월 혹은 12월이 될지 시기문제일 뿐, 금리인상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상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있는 한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셈이다.■ 9월? 12월?-미국 금리인상 시기 둘러싸고 예측 엇갈려지난 8월만 해도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월가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크게 부각되면서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의 경제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6%만이 “9월 회의에서 올릴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82%에 달했으나 한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9월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 가운데 35%는 인상시기를 올해 12월로 점쳤고 9.5%의 응답자는 올해 10월 인상을 각각 전망했다.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버나드 바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를 악화시키고 전체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켜 미국의 경제까지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이 경제지표 가운데 핵심은 실업률과 물가수준이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오면서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실업률 6% 이내, 소비자물가지수(CPI) 2% 수준이었다.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말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연준이 애초 정한 6% 이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 반면 또다른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0.2%~0.2% 수준에 불과, 2% 수준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9월 인상을 뒷받침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인상시기 연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상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올릴까-3%대까지 순차적 상승할 듯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연방기금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0~0.25%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나 다름없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9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적정금리는 얼마일까.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를 고려한 적정 금리 수준이 3.15%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는 현행 0~0.25% 수준인 연준의 정책금리보다 2.90%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13일 ‘미국 경제회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상 기준이 되는 고용시장을 포함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이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당장 3%대까지 올리지는 않는다. 옐런 연준의장은 수차례 “순차적 인상”을 강조해왔다. 당장은 0.25%포인트 혹은 0.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올리되, 3%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우상향으로 방향이 잡히면 1차 인상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미국의 금리를 시기별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2.09%에서 1981년 14.14%까지 약 35년간 금리가 꾸준히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간중간 약간의 잔파도는 있었다 해도 1981년이후 34년간 금리하락 현상이 이어져온 셈이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가계부채 뇌관이 가장 큰 문제미국의 금리인상은 곧 우리나라 금리정책에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한국에는 외국 투자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미국 금리는 올라가고 우리나라 금리가 그대로라면 외국 투자자본은 높은 금리를 쫓아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인데, 미국이 장기적으로 3%대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나라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뇌관이다.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7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295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과 보험·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의 대출까지 합한 전체 가계신용 규모는 1130조 5000억원에 달한다.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리가 연간 1% 오르면 빚을 진 사람들은 단순계산으로 11조3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더 생긴다. 2% 오르면 22조6000억원, 3% 상승시 33조9000억원을 더 내야한다.가계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가계 빚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출은 8월말 현재 22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돈을 빌릴 때 차용목적을 사업용으로 쓰게되면 중소기업 대출에 잡히지만 돈을 갚는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가계 빚에 포함시켜 생각하는 게 맞다.이 때문에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을 시작으로 가계붕괴 도미노가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무더기로 부실화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는데, 여기서 더 악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도 장담하기 힘들다.실제로 7월중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4%로 6월대비 0.02%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0.68%포인트, 중소기업 연체율은 0.90%로 0.78%포인트 각각 상승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채무 많은 가계, 빚 정리에 빨리 나서야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년여 동안 최하위 소득 가구의 담보대출은 29%나 늘었다. 반면 최상위 소득 가구는 같은 기간 3.1% 느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가 생활비나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금리가 낮을 때는 대출이자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어난 빚이 독이 돼서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갖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처분해서 빚의 총량을 줄이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액이라도 연체는 없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기간이 긴 것부터 상환하는 게 좋다. 연체기간이 길수록 신용등급 산출시 부정요인 반영비중이 높아 가장 오래된 연체 건부터 상환해 연체정보로 인한 불이익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워크아웃, 국민행복기금 등의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7년째 이어져온 저금리 파티가 끝났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9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시기는 엇갈리지만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세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한국경제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빚이 많은 개인과 가계는 얘기가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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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14
  • [거꾸로 읽는 경제] 세계경제 덮친 디플레 쇼크, ‘잃어버릴 10년’ 앞에 처한 한국경제
    ▲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쇼크에 빠진 양상이다. 0%대, 심지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 역시 디플레이션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금리인하를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지만 경기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머물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계속된 금리인하와 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미동조차 없다. 물가상승률은 수개월째 0%대에 머물러 이러다가 자칫 일본판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디플레 위기디플레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주요국가들의 경제성적표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디플레 시대를 여는 서막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엎친데 엎친격으로 최근 중국 중시 폭락을 계기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자 디플레 공포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도미닉 로시는 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가 신흥시장 위기에 따른 3차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2008~2009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와 뒤이은 세계 금융위기(1차), 2011~2012년의 유로존 채무위기(2차)에 이어 이번에는 신흥시장 경기둔화로 인해 3차 디플레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다.실제로 세계 각국이 수년간 엄청난 규모의 돈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0%를 나타냈다. 특히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상반기에 계속 1.3%를 유지했으나 지난 7월에는 1.2%를 기록,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0.3%)과 스웨덴(-0.2%), 스위스(-1.1%) 등이 2분기에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영국의 CPI 상승률도 2분기에 0%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와 1분기의 0.9%, 0.1%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시장에 무제한 돈을 풀겠다는 일본 역시 올들어 벌써 세번째 월별 근원 물가가 사실상 0%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와 태국, 대만, 그리스, 이스라엘 등도 2분기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원자재값 폭락에 베네수엘라 등은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기록주요국가들이 디플레 공포에 휩싸인 반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하루가 다르게 생필품 값이 뛰자 주요 물자가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 시민들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원유값 하락으로 통화가치가 폭락, 물가폭등을 부추기고 있다.지난달 28일에는 국영 마트에 물건을 사러갔던 80대 할머니가 밀려드는 인파에 깔려 압사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서로 물건을 차지하려는 시민들의 아귀다툼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베네수엘라는 공식적으로 물가상승률은 밝히지 않는다. 블룸버그 통신이 예상한 올해 인플레는 72.3%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블룸버그 통신이 예상한 인플레 상위 6개국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기관 케이토 인스티튜트에서는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율이 808%에 이르고 생활비 상승률은 연 722%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추정을 내놨다.세계 주요 도시의 생활물가를 비교하는 사이트 익스파티스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치약은 1만원, 샴푸는 4만1000원, 계란한판은 1만7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그나마 물건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상점에 들른 한 시민이 텅빈 진열장을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아르헨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도 경제 파탄에 이은 물가 급등으로 사회분위기가 흉흉하다.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경제가 급속히 악화돼 물가상승률이 올들어 1분기 16.2%, 2분기 15.8%를 기록했다. 특히 루블화 약세로 터키나 남미에서 수입하는 과일이나 채소 등 수입 식품 가격이 크게 올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물가상승률 9개월째 제로 수준, 그 많은 돈 어디로한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월까지 9개월째 0%대를 나타냈다. 기준금리가 작년 말 2%에서 올해 6월 1.5%까지 낮아지고 가계부채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에 엄청난 돈이 풀렸음에도 현실은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가 실제로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과 주식가치가 하락하고, 민간소비 기업생산 일자리 등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무엇보다 디플레는 투자와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불황의 불씨가 된다. 채무자 입장에선 빚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대공황,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에서 비롯됐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9개월 연속 0%대다. 실질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밑돌면 디플레로 간주한다.문제는 경기를 부양하고자 정부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낮아진 금리를 틈타 담보 및 신용대출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경기진작도, 물가상승률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소비가 늘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호전되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의 상황은 풀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게 큰 차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이나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얘기다.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소득 6000만원 이하 중․저소득 가계의 은행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하였고, 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계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1조원 증가했다. 고소득 가계는 은행의 저리 이자로 대출을 받고 있는 반면, 저소득 가계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고리 이자로 대출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렇게 고리로 조달한 자금은 생활자금으로 쓰이거나 기존의 이자 돌려막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풀려도 소비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 안에서만 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9월 미국 금리인상설에 영향 미칠까, 한국 본격적 디플레 대비해야디플레 우려로 인해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도쿄 소재 미즈호 자산운용의 이코 유스케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정책 담당자들에게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며 이는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은 '섣부른 조처'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9월이나 12월에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다시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일부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이나 유로존, 중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부터 2017년사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디플레가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를 덮칠 것이란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현재 우리 경제를 특징짓는 것은 4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9개월 연속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5분기 연속 0%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잃어버릴 10년’이 한국경제의 당면한 미래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결국 믿을 것은 내수 뿐인데, 지금처럼 가계빚이 많아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낮은 상황에서는 어떤 수를 써도 백약이 무효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가계빚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디플레를 막을 마지막 열쇠일지 모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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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9-07
  • [거꾸로 읽는 경제] 사행산업 뜨고 비싸야 잘 팔리는 ‘불황의 역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카지노, 복권, 경마 등 사행산업이 지난 10년간 8조원 이상 증가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불황에도 5만원대 디저트와 1만원짜리 고급 차(茶)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추석선물 예약 판매는 소비자들이 몰려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고, 각종 경제지표는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수십년간 구인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은 인력이 몰려 모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시그널이라면 좋겠지만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불황의 역설’(paradox of depression) 현상들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이같은 ‘불황의 역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사행산업 사상 첫 20조원 돌파 초읽기-불황에 따른 ‘한방’ 심리 반영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국내 사행산업 규모는 무려 67.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8조원 이상이 늘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박광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는 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 등의 2014년 총 매출액이 19조893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매출액 11조8677억원에 비해 지난 10년간 67.6% 이상 급증한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사행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사행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10년간의 변화를 사행산업 업종별로 보면, 경마매출이 2005년 5조1548억원에서 2014년 7조6895억원으로 49% 증가했으며, 경륜은 1조7555억원에서 2조2019억원으로 25.4% 늘어났다. 경정은 같은기간 65%(2681억원) 증가했다.카지노의 경우 매출액이 2005년 1조2437억원에서 2014년 2조7992억원으로 무려 125%(1조5555억원) 증가했다. 특히 국내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의 경우 2005년 8091억원에서 2014년 1조4220억원으로 매출액이 75.8% 증가했다. 입장객 수도 급증해 2005년 188만2000천명에서 2014년 300만7000명으로 112만5000명 늘었다.로또복권 등 복권산업의 매출은 지난 10년간 2조8438억원에서 3조2827억원으로 16% 증가했으며 스포츠토토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무려 618% (4573억원→3조2813억원)나 폭증했다.일반적으로 사행산업은 경기가 불황일 때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속성을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이 전년대비 9.9%가 증가한 15조9699억원을 기록한 것이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추석선물 예약판매 불티-불황으로 예약할인 상품에 고객 몰린 까닭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추석선물 예약 판매는 불티가 날 정도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추석선물 예약 판매 매출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작년보다 28.6%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약 판매와 본 판매를 통틀어 올해 전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물량도 넉넉하게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1일부터 추석 선물세트 예약을 받는 현대백화점도 30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4%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한우가 35.1% 증가했고, 생선은 33.9%로, 청과는 무려 68.3%나 증가했다. 신세계 역시 18~30일 추석 선물 예약을 접수한 결과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66%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대형마트의 사전예약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17~27일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기점)의 무려 4.3배로 불었다. 주요 품목별 증가율은 한우 32.6%, 수산 25.4%, 청과 29.7%, 건강식품 27% 등의 순이었다.소비경기 침체 속에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최근 일제히 높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을 올린 이면에는 중저가와 예약할인 상품으로 고객이 몰리는 ‘불황형 소비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지난해에도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행사를 통해 매출이 그 전년보다 19.7% 성장해 명절 행사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었다. 특히 사전예약 매출이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 이 비중은 2012년 설에는 1.2%에 불과했으나 2014년 설에는 10.3%로 늘었고, 지난해 추석에는 15%를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예약판매 호황’에 대해 특정 신용카드를 이용해 구매할 경우 큰 할인혜택을 주는 등의 판매 조건 때문에 고객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1만∼3만 원대의 중저가 선물세트에서 발생한 것도 불황형 소비의 증거로 꼽힌다.■ 중소기업들 만성 구인난 해소-일감 줄자 중소기업에 사람 몰려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 덕분에 만성 구인난이 최근 크게 개선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력이 없다"며 정부에 SOS를 쳤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일손이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는 것은 내외수 동반 부진으로 중소기업들의 일감 자체가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고용시장의 고질병인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구인난이 경기침체 덕분에 줄어드는, ‘역설’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 경기침체로 일감 자체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5월 중기(제조업) 인력 경기실사지수(BSI)는 95포인트로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7월(97포인트) 이후 5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지표는 한은이 900여개의 중소기업에 "현재 인력이 부족·적정·충분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인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올 들어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것은 경기악화로 일감이 줄어 일자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황이 중기 구인난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중기 종합 BSI는 2011년 87.3포인트에서 올해 1~5월 평균 71.6포인트로 4년 새 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올 5월에는 68포인트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표상으로는 중기의 만성 구인난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기 악화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비싸야 더 잘 팔린다(?)-불황에 ‘작은 사치’ 즐기려는 소비심리 반영불황 속에 전반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값이 비싼 고급 디저트·커피·초콜릿 등은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팍팍한 사회·경제 환경 탓에 큰 사치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먹을 것만큼은 프리미엄급을 제대로 맛 보겠다는 이른바 '작은 사치' 추세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대표적인 것이 호텔 디저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JW메리어트 호텔 서울·쉐라톤 그랜드 워커힐·르네상스 서울 등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대부분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제철 과일 딸기로 만든 수 십가지의 고급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는 이들 상품의 가격은 4만~5만원대이다. 그런데도 예약을 못받을 정도로 인기가 넘쳐나고 있다.호텔들이 영국 귀족 사교문화를 본 떠 내놓은 '애프터눈 티' 메뉴도 마찬가지다. 고급 수입 차와 간단한 디저트로 구성된 세트의 가격은 3만~9만원대에 달한다. 꽤 비싼 가격임에도 지난해 매출은 2013년보다 2.5배나 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젊은층이 즐겨 찾는 커피 역시 이른바 고급·프리미엄 제품인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가운데 상위 7% 내 프리미엄급만 사용하고, 특수 진공압착 추출기로 커피를 만들어 가격도 최고 1만2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손님이 몰려들어 스타벅스 서울 소공동점의 리저브 커피는 작년 3월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0여잔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판매량이 두 배인 60여잔 이상으로 급증했다.지난해 11월 개장한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세종로점'에서도 전체 매출 가운데 17%를 세 가지 종류의 고급 스페셜티(7000~1만원)가 차지하고 있다.유통업계는 이 같은 고가·고급 식음료 선호 현상에 대해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명품구매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사치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불황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란 지적이다.■ 신설법인 수 월별 최대치 경신-취업난, 조기은퇴에 창업 내몰려신설법인수는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달아 월별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소기업청의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7월중 새로 생긴 법인은 893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807개) 증가했다.업종별로는 제조업(2056개·23.0%)이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1899개·21.3%)과 건설업(964개·10.8%), 부동산임대업(948개·10.6%)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신설법인 대표자 연령대는 40대(37.7%)가 가장 많았고 50대(26.9%)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올해 새로 생긴 법인은 모두 5만535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5740개) 늘었다. 신설법인 수가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경기가 좋아서 늘어났다기 보다는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베이비부머의 은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취업이 잘 안되는 젊은층과 중년층이 ‘먹고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자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더 큰 문제는 새로 진입하는 자영업자 수보다 불황으로 사업을 접는 퇴출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자영업자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퇴출자 수가 진입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과 2012년은 자영업 진입자가 퇴출자보다 많았지만, 2013년 들어 퇴출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진입자를 초과한 것이다. 2013년 자영업자 중 66만명이 퇴출됐고, 58만명이 새롭게 진입했다.연령별로는 40대 퇴출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자영업자는 2000년 779.5만명에서 2014년 688.9만명으로 감소됐다. 총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도 2000년 36.8%에서 2014년 26.9%로 하락했다.이런 가운데 ‘제2의 가계부채’로 알려진 자영업자 대출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계빚(1130조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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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03
  • [거꾸로 읽는 경제] 다시 고개 드는 중국발 ‘황화론’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이쯤되면 ‘쇼크’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단순한 쇼크가 아니라 패닉(공황)에 가깝다.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흥국에서 시작된 공황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 그나마 안전지대로 꼽혔던 미국과 일본, 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00년이후 세게경제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흔들리자 신흥국, 선진국 가릴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말 유럽을 휩쓸었던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는 제국주의 일본이 황화론의 진원지였으나 지금은 중국이 ‘신 황화론’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발 쇼크에 4년만에 가장 큰 낙폭 기록한 뉴욕증시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88.47포인트(3.58%) 떨어진 1만5871.28로 장을 마쳤다. 588포인트가 빠진 것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락이다. 나스닥지수는 179.79포인트(3.82%) 떨어진 4526.2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7.68포인트(3.94%) 하락한 1893.21, 나스닥지수는 179.79포인트(3.82%) 내린 4526.25를 기록했다.이날 뉴욕 증시는 장이 열리자마자 다우지수가 1089포인트까지 폭락, 시장참가자들을 파랗게 질리게 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폭락후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양상을 나타냈다.이같은 뉴욕증시 급락은 전날 중국 상하이 증시가 8.49% 폭락하며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기록한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뉴욕증시는 중국증시 급락에도 비교적 선전했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투자심리를 얼려버린 것이다. ▲ 뉴욕증시는 24일 3.58%가 떨어져 2011년이후 4년만에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중 한때 53.29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지난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이후 다소 진정돼 45.34% 오른 40.7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에도 VIX지수는 46% 급등해 한 주간 120% 가까이 올랐다. 주간 단위로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이 그만큼 중국발 경제쇼크를 심상치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과 유럽증시도 줄줄이 휘청, 세계증시서 6000조원 증발중국발 쇼크로 상하이지수와 함께 전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4~5% 폭락했다. 유럽 증시도 장중 5~7%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연출했다.일본 니케이255지수는 24일 4.61% 하락한 1만8540.68에 장을 닫았다. 이는 올해 2월25일(1만8585.20) 이후 최저치다. 니케이지수는 25일에도 시작과 함께 폭락해 오전 9시30분 한때 1만7896.88로 전일 대비 3.47%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 2만선이 무너진 닛케이지수는 중국발 쇼크로 1만9000선과 1만8000선이 잇딸아 무너진 것이다.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67% 하락한 5898.87,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4.70% 떨어진 9648.43에 장을 마쳤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35% 내린 4383.46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증시는 장중 한때 7% 넘는 폭락세를 보이며 크게 출렁거리는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 유럽증시 역시 중국발 패닉에 못이겨 4~5%대 하락을 기록했고, 파리증시는 장중 한때 7%나 폭락하기도 했다.이날 영국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4.67% 하락한 5,898.87로 마쳤다. 시가총액이 60억파운드(약 11조3000억원) 가량 증발됐다. 이로써 FTSE 100 지수는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FTSE 100 지수가 6천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초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지수는 지난 4월 기록한 연중 고점(7,122) 대비 17% 하락한 수준이다.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4.70% 내린 9,648.43으로 마감되며 1만선을 내줬다. 이로써 지난 4월 연중 고점 대비 22% 빠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전일 종가대비 5.35% 하락한 4,383.46으로 장을 마쳤다. 연중 고점 대비 17% 떨어진 낙폭이다.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전격 인하한 이래 전 세계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5조달러(6000조원)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시장도 쑥대밭, 국제자금 신흥시장서 탈출 러시국제원자재 시장도 쑥대밭이 됐다. 원자재 가격하락은 수출기업에게는 채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어서 결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란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21달러(5.5%)나 떨어진 배럴당 38.2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배럴당 4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10~2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국제유가는 미국 셰일가스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 경쟁이 지속되면서 공급 과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경기침체까지 가세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게리실링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3분의 1토막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원자재 19개의 선물 가격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는 지난달 21일 기준 191.34포인트로 전기 말과 비교해 15.8%나 하락했다. 구리, 니켈, 소맥, 아연 등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전기 말 대비 10% 이상씩 하락했다.국제투자자금의 신흥국 탈출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했고 유가는 40달러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4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유출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총 58억7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총 41억24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 강도가 가장 셌고, 이머징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에서 13억300만달러가 유출됐다. 중남미 지역에선 3억2800만달러,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에선 1억21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국경제, 남북협상 극적 타결에도 시장은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장장 무박3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전격 타결된 25일 국내 증시는 예상과 달리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름세로 시작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국내 증시 폭락이 '북한 리스크'보다는 '중국발 패닉'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0시55분쯤 극적으로 타결 후 참석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제공]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가 과거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2008년 금융위기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코스피 지수는 2007년 10월 2085포인트에서 1년 동안 줄기차게 급락해 2008년 10월 892포인트로 저점을 기록했다. 그 뒤에도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2009년 3월에서야 의미 있는 반등을 시작했다. 급락 및 조정기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거의 1년 6개월에 달했다. 만일 현 상황이 그 정도의 대형위기로 이어진다면 이제 겨우 하락장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4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덕택에 달러는 계속 유입되고 있다. 올해 예상 흑자 규모만 940억 달러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가더라도 ‘국가부도’ 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역시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9월이냐, 12월이냐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정부는 이른바 ‘9월 위기설’에 대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근거 없는 풍문이나 오해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해명하겠다는 것이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개최한 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에서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장들에게 “해외 시장동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적시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하고 우리 자본시장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9월 위기설 등 명확한 근거가 없는 풍문이나 오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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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25
  • [거꾸로 읽는 경제] 북도발, 중국리스크에 ‘블랙 프라이데이’ 재현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한국경제가 파랗게 질렸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3.08포인트(2.77%) 하락한 1,861.47로 장을 시작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8일이래 7개월 만이며, 1860대는 2년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33.90포인트(5.16%) 떨어진 622.81로 장을 열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56.91까지 떨어졌고, 코스닥 역시 619.94까지 폭락했다. 이날이 하필 금요일이라서 시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앞서 장을 마감한 뉴욕 증시 역시 20일(현지시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43.88포인트(2.11%) 급락한 2035.73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58.04포인트(2.06%) 급락한 1만6990.69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역시 141.56포인트(2.82%) 폭락한 4877.49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률은 2014년 4월 이후 최대다. S&P와 다우 지수 모두 2014년 2월 3일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북한도발에 남북한 긴강잠 최고조, 한국 부도위험도 7개월래 최고수준이날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가 겁먹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소식까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기 때문이다. 전일(20일) 오후 3시52분께 북한군은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 우리 군은 155mm 포탄 수십여발을 대응 사격했다.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워치콘이 격상되면 대북 정보감시 자산이 증강 운영되고 정보분석 요원 수도 평시 대비 2∼3배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단계로 발령되는 워치콘은 평시에는 4단계를 유지하지만, 상황이 긴박해지면 점차 3, 2, 1등급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중국 증시 불안에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부도 위험이 7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이날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6.98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3.04bp 상승했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1월 20일(67.63bp)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랐다.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5월 만해도 한국의 부도 위험(46bp대)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12월 31일(45.0bp)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도 상승했지만 한국의 상승폭(20.68%)이 특히 컸다. 아시아 주요 13개국 가운데 한국의 부도 위험 상승률은 태국(34.31%), 인도네시아(24.88%) 다음으로 높았다. 말레이시아(19.56%), 필리핀(15.23%), 카타르(12.12%)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홍콩(6.15%)과 중국(3.66%), 인도(1.65%)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재닛 옐런 의장 [사진출처=FRB] ■ 중국경제 리스크,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악재 줄줄이 대기최근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지난 6월 내수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가 싶더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주가폭락이 한국경제를 덮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지 겹치면서 잠재해있던 불안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경제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북한 리스크에 우리경제가 상당한 내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외 요인까지 불안정해 이전보다 예상외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뉴욕증시가 2% 넘게 급락한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 중국경제 위축으로 인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 3.42%(129.82포인트) 떨어진 3,664.29로 장을 마쳤다.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고 최근 3일간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미국의 금리 인상가능성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9월 인상설이 다소 약화하기는 했지만 연내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 하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시장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뇌관을 터뜨릴 우려도 있다.■ 정부 긴급 대책 마련 나섰지만 시장 불안감 잠재울지는 미지수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는 21일 금융위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주재로 금융시장 동향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시장동향에 과도하게 반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는데 의견을 모았고, 시장의 자제를 당부했다.회의참석자들은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시장 규모 대비 외국인 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기초 지표들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과거 위기상황 등에 비해 안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참석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위험성 지표도 양호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74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금융위는 금감원과 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글로벌 시장 상황과 외국인 자금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는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과 긴장감을 더 가져야 한다"과 관계 기관에 당부했다.문제는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21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VKOSPI는 전날보다 3.61포인트(24.20%) 오른 18.53을 나타냈다. 장중 한때 19.1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거래소가 집계하는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측하는 지표다. 보통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 지수'로 불린다.많은 전문가들이 북한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투자자들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는 듯 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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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21
  • [거꾸로 읽는 경제] 사면초가에 빠진 ‘태권브이와 무대리’
    ▲ 고금리 과잉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특정시간대 TV광고를 할 수 없게 된 저축은행업계와 대부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저축은행과 대부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의 금리인하 추세에 맞춰 최고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요한 밥줄이었던 TV(케이블)광고마저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고금리 인하는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TV광고 규제는 영업방식과 직결되어 업계 전체에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이후 7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현실화하면 좋은 시절을 계속 구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거세지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움직임현재 국회에는 대부업 금리 상한(법정 최고금리)을 현행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인하하는 법률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새누리당과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의 이자율 상한인 34.9%를 29.9%로 낮추는 신동우 의원 대표발의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떠 이자율 상한을 25%로 낮추는 전순옥 의원안과 대부업체의 경우 25%, 다른 여신금융기관은 20%로 차등해서 낮추는 김기식 의원안 등을 발의해 놓고 있다. 29.9%냐 25%냐를 놓고 여야가 의견대립을 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상한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될 전망이다. ▲ 태권브이를 앞세운 OK저축은행의 대출광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상한금리를 낮추려는 명분은 서민에게 금리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잇딴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은 그동안 연 34.9%의 상한금리를 고수해왔다. 저축은행은 상한금리가 연 29.9%로 대부업에 비해 5%포인트 낮지만, 거의 대부분 고객에게 최고금리 수준을 적용, 무늬만 저축은행이란 비판을 받았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1.5%)까지 낮췄으니 조달금리가 낮아질 것이고, 그동안 고금리로 벌어들인 돈도 많으니 상한금리를 낮춰도 무방하다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로 정부 조사에 따르면 대형 대부업체 36개사의 평균 대출 원가는 최근 2년간 4.3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정부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연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약 270만명의 대출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이자 경감 규모는 대부업 3700억원, 저축은행 900억원, 캐피탈사 15억원 등 총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추산이다.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2010년 이후 거듭 인하되고 있다. 2010년 연 49%에서 44%로 낮아졌고, 2011년엔 44%에서 39%로, 2013년엔 39%에서 34.9%로 인하됐다. 이번을 포함하면 5년간 4차례에 걸쳐 19.1%포인트가 내려가는 것이다.■ TV광고에 대해서도 칼 빼들어정부가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TV광고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제에 나서기로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저축은행 TV 방송 광고와 관련해 대부업법 취지에 맞춘 자율 규제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해당하는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와 주말·공휴일의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대출 판촉 광고가 전면금지된다.또 휴대전화·인터넷 등의 이미지를 통해 대출의 신속성·편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위, 후크송(짧은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과 돈다발을 대출 실행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동안 TV만 틀면 쉴새없이 나왔던 태권브이와 무대리 주연(?)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저축은행중앙회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TV광고 규제에 나선 것은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대부업계의 TV 방송 광고를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개정 법의 취지에 맞게 저축은행업계에도 규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율규제안을 준비해 왔다. 규제안이 이번 이사회에서 승인되면 저축은행에 대한 방송 광고 규제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 무대리를 앞세운 러시앤캐시의 대출광고(위)와 JT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론 대출광고광고규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에는 핵폭탄이나 다름없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학영(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성인 500명이 참여한 '금융광고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금융광고는 대출 광고(45.6%)이고, 광고를 통해 실제 상담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31.5%에 달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의 주된 영업루트가 광고이고, 그중에서도 TV광고는 이들 업계에선 ‘밥줄’로 통하고 있다. 이런 밥줄이 거의 끊기게 되었으니 업계로선 비상이 아닐 수 없다.■ 광고폭탄이 불러온 자업자득, 감성광고가 더 큰 문제정부가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TV광고를 규제하게 된 데는 이들 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현재 대부업체의 광고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만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횟수에 제한이 없다보니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학영 의원실의 조사 결과 업계 1위인 A&P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2013년 1~10월중 12만2188회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루 평균 402회의 광고가 TV를 통해 나간 것이다. 업계 2위인 산와대부(산와머니)의 광고는 하루 평균 72번 TV 전파를 탔다.이학영의원은 “케이블TV 시청이 가능한 모든 국민이 광고에 노출돼 있고, 대부업 이용자들의 절반이 TV광고를 보고 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축은행 광고까지 합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야말로 광고폭탄이고, 광고홍수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 의원은 "대부업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문구 규제, 광고노출 횟수 및 빈도의 적정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즈사랑의 여성전용 대출광고 더 큰 문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최근 감성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며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대출이라든가, 국내 토종자본이라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감성광고는 아직 경제관념이나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청년층이나 제도권에서 대출이 어렵게 된 금융 약자들을 쉽게 현혹할 수 있다. 특히 따라하기 쉬운 후크송을 반복해서 내보내 순진한 아이들까지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에 친밀도를 느끼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대부업의 경우 광고비 지출이 당기순이익의 25% 수준까지 치솟은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고객유치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송광고를 집행하는 대부업체는 전체 8800개 업체 중 9개에 불과했다. 이들 9개사의 광고 선전비는 924억에 달하며 평균적으로 당기순이익의 2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3년간 9개 업체의 광고비는 2012년 347억, 2013년 704억, 2014년 924억으로 약 577억원이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대비 비중 역시 2012년 13.0%, 2013년 20.1%, 2014년 24.7%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의 당기순이익 대비 광고선전비가 10% 미만(2014년 기준 하나은행 7.7%, 삼성생명 0.9%, 신한카드 3.0% 등) 수준임을 고려하면 대부업체가 얼마나 광고에 집착하는 지를 알 수 있다.특히 러시앤캐시의 경우 광고 선전비 지출 규모는 2014년 전체 업체 광고 선전비 약 923억 원 중 255억 원(38.4%)을, 2013년 전체 광고 선전비 706억 원 중 380억 원(54.1%)을 차지했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저축은행, 대부업과 차별화 나서야제도권 금융의 최상단에 은행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다음으로 캐피탈 등 여신전문업체와 저축은행이 있고, 그 아래에 대부업체가 위치해 있다. 등록하지 않은 대부업체는 불법 사금융영역으로 분류된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6%임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이 대부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분별한 고금리 대출을 해오다 대부업계와 한데 묶여 광고 규제를 받는 등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신용등급 1~4등급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60%, 5~6등급은 28%, 7등급이하인 저신용자는 12%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위신용등급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고, 중신용등급이 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계층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은 거의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원성이 자자하다. 지역특성에 맞는 상품개발이나, 계층별로 세분화된 전략상품이 빈곤해 은행권과 대부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특히 시중은행과 P2P 대출업체들은 최근 중금리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아 저축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빨리 차별화에 나서지 않으면 저축은행은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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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8-17
  • [거꾸로 읽는 경제] 안하느니만 못한 경제인 ‘특별사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특별사면(특사·Begnadigung)이란 형의 선고를 받은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죄의 종류를 정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령의 형식을 빌려서 하는 일반사면과 대비되는 말이다. 특사는 왕조시절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행하여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행하는 일도 있었다.결국 사면권의 전통은 절대군주의 은사권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법은 법률 제1호로 제정된 정부조직법에 이어 1948년 8월 30일 제2호로 제정된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나라 특사의 특징이다. ▲ 박근혜 대통령 13일 취임이후 두 번째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한 이번 특사에서 최태원 SK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인들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돼 재계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24일 재계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경제위기속 경제인 대거 빠진 광복절 특사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13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취임이후 두 번째 특사이다. 정부는 이번 사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총 6527명을 특별사면했다고 밝혔다. 모범수 588명에 대한 가석방, 서민생계형 보호관찰 대상자 3650명에 대한 보호관찰 임시 해제, 운전면허 취소를 비롯해 행정제재를 받은 이들에 대한 제재 감면 등 총 220만여명이 특사와 별도로 혜택을 받았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은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의 계기로 삼고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관심을 모았던 경제인 사면에는 SK 최태원 회장이 대기업 총수 중엔 유일하게 포함됐다.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 경제인이 포함됐지만 당초 사면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최재원 SK부회장 등은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그나마 유일한 기업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 2013년 1월 말 법정 구속된 이후 대기업 총수로는 역대 최장 수감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량(징역4년)의 3분의 2 가량을 채워 이미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13일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최태원SK회장 ⓒ 뉴스투데이 재계는 이번 특사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상당수 기업인이 특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박 대통령은 3시간에 걸친 간담회와 오찬에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 뛰어 달라고 당부했다.그러면서 그 성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재계 총수들은 “혁신센터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재계총수들과의 만남이후 재계는 정부가 경제인 기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면서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들을 상당수 포함시킬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업 보다 국민여론 선택한 특별사면정부는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경제인을 대거 포함시킬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하여 국민대화합을 사면의 기준으로 내건 만큼, 일부에선 경제인사면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결국 소폭으로 축소됐다. 여기에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대통령선거운동 당시 공약을 통해 사면권 남용을 경계해온 박 대통령의 원칙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박대통령은 경제인 사면의 경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서스 그룹 부회장의 경우 과거에 여러 번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거나 주주에 피해를 입힌 대기업 총수로 분류돼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반재벌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 대거 배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회장의 대국민사과장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최근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부자간 이전투구식 골육상쟁의 다툼을 벌였던 롯데가의 분쟁도 경제인 사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반재벌 여론이 커졌고, 정부가 재벌의 회사지배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확산됐다.하지만 이번 특사의 가장 큰 의미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재계 보다는 국민여론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유력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기성세대와 대기업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양보를 호소했다.박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엄격한 사면권 행사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사면권 행사와 관련해서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를 수차례 강조했는데, 이번 사면을 결정하는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기업투자를 책임지는 총수 부재로 속병 앓는 재계이번 특사가 발표되자 재계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의 몫인데,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S를 치면서도 정작 기업이 원하는 선물보따리는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재계는 그동안 ‘총수 부재’로 인해 심한 가슴앓이를 해왔다.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생활을 해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치료를 이유로 해외를 드나들며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공판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아들 정용진 부회장도 이 회장과 유사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총수 부재’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구속 이후 동부발전당진, 동부하이텍, KT렌탈, ADT캡스, STX에너지,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등 굵직한 M&A건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최 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했던 태양광 사업도 추가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수조원대 투자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대규모 자금을 잃을 수 있는 현안에 대해 월급쟁이 사장이 결정을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 옥죄기 속 투자와 고용 압박하는 정부의 이중플레이재계가 더 열받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잇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압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24일 청와대로 재계 총수 17명을 초청,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재계도 박 대통령의 요청에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기업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최경환 부총리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사내유보금 과세가 대표적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해당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일부를 투자, 배당, 임금 상승분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놓은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현재도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어 ‘투자 증대-일자리 창출-소득 증대-소비 증가-세수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도 깨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경환 부총리의 태도변화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2013년 11월 야당에서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을 때 그는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그가 뜬금없이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들고 나오자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올들어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대기업 사정(司正)도 기업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설’로만 떠돌던 대기업 사정은 올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구체화됐고, 동부그룹과 신세계가 리스트에 오르며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간에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검찰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취임과 맞물려 본격적인 사정 정국이 시작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황 총리는 취임 당시 “반부패 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며 “비리와 적폐를 도려내고 비리가 자생하는 구조를 과감하게 제거하겠다”고 밝혔다.이런 움직임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과도 맞물려 있다. 역대 정부들을 보면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대기업을 겨냥한 대대적 사정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고 조기 레임덕 차단을 시도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한화그룹,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두산그룹을 상대로 대대적 수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정이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쾌감을 안겨줄 수는 있어도 경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란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성장, 고용, 복지 등 오늘날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기업에 그 답이 있으며, 청년일자리 창출의 주체도 기업”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답이 안보이는 경제상황, 기업인 기 살리기 적극 나서야최근 우리경제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갑자기 단행한 환율 평가절하로 사실상 세계는 환율전쟁에 접어들었다.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며 상반기에만 영세자영업자들은 10만 7000명이 폐업을 했다. 이에 따라 영세자영업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995년 상반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연간 기준으로 1994년 이후 400만 명대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30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 중국은 최근 잇딴 증시폭락과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에 대한 환율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결국 믿을 구석은 대기업이다. 우리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대기업들의 기를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사회 통합을 위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08년 8월 15일 실시됐던 대사면이다. ‘건국 60주년’ 명분을 내걸고 단행됐던 당시 사면으로 경제인과 대기업 관련자 74명, 중소기업인 250명이 무더기로 풀려났다.당시 명단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운규 현대건설 대표이사, 이재관 새한그룹 부회장, 장치혁 전 고합 회장, 손길승 전 SK 회장,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현대차그룹은 2009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가 몰락한 사이 국외 공장 투자를 대폭 늘리며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또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9년말 IOC 위원이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단독 사면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3개월 뒤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삼성전자는 2013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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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13
  • [거꾸로 읽는 경제] 폭염이 불러올 나비효과 - 날씨의 경제학
    ▲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온난화현상 때문에 지구가 전례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는 지난 100여 년간 평균 기온이 1.5℃ 오르며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기온 상승을 보이고 있다. 세계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은 민주화에 대한 갈증 보다는 사실 기후변화가 촉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재스민혁명이 민주화혁명이 아닌 식량부족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재스민혁명이 일어나기 한 해전 세계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급격한 식량생산 감소를 겪었다. 식량가격이 폭등하자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이 지역 사람들이 더 이상 못견디고 길거리로 뛰쳐나오면서 혁명이 시작됐다. 알제리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덮쳤다. 혁명의 여파로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 많은 국가의 독재정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기후변화가 인류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좋은 예다.■ 펄펄 끓는 한반도, 124년만에 찾아온 극대 가뭄 향후 20년 지속될 수도우리나라가 연일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절기상 입추(8월8일)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꺾일 줄 모른다. 입추인 지난 8일 서초구의 최고기온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37.1도까지 올라갔고 용산구는 36.2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지역이 35도를 넘어섰다. 수은주가 치솟으면서 서울과 경기지방 곳곳에 올 들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한반도는 실제로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청 일별자료에 따르면 1993년 서울의 8월중 평균기온은 23.2도로 나타났다. 2013년 8월 평균기온은 27.9도였다. 20년새 평균기온이 4.7도 상승한 셈이다. 10년 전인 2003년 8월 평균기온인 24.3도와 비교해도 3.6도 올랐다. 1993년과 2013년의 경우 날짜별로 평균기온이 최고 9.3도 차이 나기도 했다.열대야(밤 최저기운이 25도 이상)의 경우 1973년부터 1993년까지 20년간 평균 6.6일이었던 것이 1994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평균 13.4일로 2배이상 증가했다.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일수 역시 같은 기간 평균 7.9일에서 11.5일로 46%(3.6일) 증가했다. ▲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대야와 폭염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기상청 자료. 열대야는 2배이상 늘었고, 폭염 일수 역시 45%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가 됐다. 소양강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계속되는 가뭄과 폭염은 식탁물가를 자극, 일부 채소류를 중심으로 2~3배이상 가격이 오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제일 큰 가뭄 주기가 124년인데 이를 극대 가뭄기라고 하고, 그 다음 주기가 대 가뭄기인데 38년 주기가 있다”면서 “올해는 38년 주기에 딱 들어가 있고 124년마다 오는 극대 가뭄이 시작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극대 가뭄이 시작되면 그 기간은 20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한반도 가뭄피해액 1조원 육박할 것으로 추산그렇다면 가뭄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꼽히는 것은 1967~68년에 영호남 지역에서 발생한 가뭄이다.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낙동강 유역에 큰 피해를 입히며 가뭄 피해액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2001년과 2008~09년 겨울 가뭄, 2011년 제주·전남 가뭄이 이어졌으며, 2012년과 2014년에도 전국적으로 가뭄이 찾아왔다. 올해의 경우 작년부터 가뭄이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그 피해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지역의 가뭄피해가 극심해 유엔에 긴급구호를 요청했고, 유엔에서는 대략 1억 11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실 가뭄피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12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만성적인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메가(mega) 가뭄의 전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메가 가뭄이란 가뭄이 적어도 11년 이상에서 수 십 년 까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는 역사적인 가뭄 기록과 최신 기후예측 모형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에 미국 남서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메가 가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남미와 동남 아시아, 호주, 인도, 아프리카, 남부 유럽까지 광범위하게 위험 지역에 포함시켰다. 가뭄은 태풍이나 해일등 다른 어떤 자연재해보다 그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즈의 주택가. 당시 미국은 1500명의 사망자와 140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단기간에 큰 피해를 주지만 가뭄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 자연재해로 꼽히고 있다. 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NDM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재해 유형별 피해액 중 가뭄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이 홍수에 비해 2~3배 정도 크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기상이변,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최근들어 자주 목격되는 기상이변도 걱정거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10일 현재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평년 수준(11.2개)보다 많은 14개에 달했다. 이미 5월까지 평년(2.3개)보다 3배 많은 7개가 발생했는데, 이는 1971년(9개) 이후 1~5월 발생 태풍수로는 가장 많다. 기상청은 앞서 “올 여름철에는 엘니뇨 등으로 태풍의 활동기간이 길어지면서 평년보다 강한 태풍이 많을 것”으로 예고했었다.실제로 7월에는 제9호 태풍 ‘찬홈’의 뒤를 이어 10호 태풍 ‘린파’, 11호 태풍 ‘낭카’까지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물론 여러 개 태풍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처럼 한꺼번에 3개 태풍이 생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매월 1~2개 태풍이 발생했는데, 매월 태풍이 발생한 것은 1965년 이후 50년 만이다.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13호 태풍 ‘사우델로르’는 타이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중국 본토에 상륙,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저장성 핑양현은 하루 600㎜가 넘는 비가 내려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9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앞서 타이완은 사우델로르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 1~5월중 태풍 수에서 올해는 이미 7개가 발생, 1971년이후 가장 많은 태풍 빈도를 기록했다. 파란색이 평년수준이고 붉은색이 올해 발생한 태풍을 뜻한다. [자료=기상청] ■ 18년만의 슈퍼 엘니뇨, 슈퍼태풍 등 잇딴 예고에 지구촌 공포호주 기상청은 지난 7월 2010년 이후 5년만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엘니뇨는 1997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엘니뇨(super el nino)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세기 최악의 자연재앙으로 기록된 1997~1998년 슈퍼엘니뇨 때는 전세계적으로 약 2만 2000명이 사망했고, 38조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미 지구촌 곳곳의 가뭄으로 곡물시장엔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수입국인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기상이변이 지속되면서 농산물가격 변동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호주은행(NAB)은 최근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호주가 엘니뇨 영향권에 들면서 호주의 밀 생산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국제 밀가격은 지난 6월에만 28% 급등했고 옥수수는 17% 올랐다. 한국은 옥수수와 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문제는 기상이변이 단순히 농산물가격에만 영향을 주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가 먹을 목초 공급이 줄면 유제품과 육류 생산도 타격을 입는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가뭄은 니켈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상이변이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3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하면서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대규모, 최악의 태풍을 묘사한 영화 퍼펙트스톰(2000년)의 포스터. 18년만의 슈퍼엘니뇨가 올해 발생할 경우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정말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 연평균 200조원으로 불어난 자연재해 피해액, 한국의 대책은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지난 30년간 4배로 증가했다. 2년전 세계은행이 세계 최대 재해 보험사인 독일의 '뮌헨재보험'(Munich Re)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500억달러였던 자연재해 피해 규모는 2003년이후 평균 2000억달러로 4배로 불었다.이를 토대로 1980년부터 2014년까지 총 피해액을 계산해보면 4조달러(4700조원)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 피해규모는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피해가 집중되어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이들 계층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한국 역시 해마다 자연재해로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수 조원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는 5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남겼고, 2003년 태풍 ‘'매미’는 전국에서 130여 명의 인명 피해와 4조 78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안겼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올해 역시 슈퍼엘니뇨 현상과 함께 한반도에 강력한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태풍을 일반적으로 5등급으로 나눌 때 4등급 이상을 슈퍼태풍이라고 하는데, 이는 초속 65미터 이상의 강풍과 하루 1000㎖ 이상의 폭우를 동반한다. 태풍의 강도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면 온도인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한반도 연안 온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슈퍼태풍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아직 우리에게 먼 나라, 먼 미래의 얘기일까. 온도 변화에 둔감해 결국 화를 맞게 되는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이 우리의 미래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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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8-10
  • [거꾸로 읽는 경제] 임기 반환점 앞둔 박근혜 정부, 결국 경제가 화두
    ▲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와 동의를 강하게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임기시작후 4번째이며 지난해 세월호 담화이후 1년2개월만이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 is the economy, stupid)”를 선거구호로 내걸었다. 당시 현직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는 걸프전 승리를 앞세워 선거전에 임했는데, 빌 클린턴 후보는 미국경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음을 정확히 짚어내 대선승리를 이끌어냈다. 2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구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여전히 경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임기 반환점 앞둔 박근혜 정부, 담화에서 경제 37회 언급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3~4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와 동의를 강하게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담화내용 중 경제와 개혁이란 단어를 각각 37회, 33회 사용해 집권 후반기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 중 노동개혁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 일자리 확충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할 뜻을 밝혔다. 그는 “노동개혁은 일자리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고령시대를 앞두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에 큰 문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 각 분야의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공공부문이 앞장서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기관도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솔선수범하겠다. 우선, 금년 중으로 전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중단된 노사정 위원회의 재개를 강조하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도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특히 박 대통령은 근로자의 사회안정망 확충을 위해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임금 현재 평균임금 50% 수준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자유학기제 전면 확대 ▲수능난이도 안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보급 확대 ▲선취업 후진학 제도 발전 ▲사회수요맞춤형 인력양성 등 6개 개혁과제를 강조했다.박 대통령의 담화는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관련 담화를 발표한 뒤 1년 2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말로 임기 절반을 지나게 된다. 집권 후반기에 노동 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의 동력을 되살려 경제 회복 기회를 잡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이번 대국민담화의 핵심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외쪽, 세계적인 캐리커처 작가 얀 옵뜨빅(Jan op de beek‧벨기에)과 아베 日 총리(오른쪽, 김태수 작가) ⓒ 뉴스투데이 ■ 뛰어가는 아베 정부, 기어가는 박근혜 정부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정부는 2012년 12월 출범(제2차 내각)했다. 박근혜 정부는 2개월후인 2013년 2월 들어섰다. 하지만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아베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는 잔칫집 분위기인 반면 한국경제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올 1분기 성장률이 2.4%로 당초 전망치 1.5%를 크게 웃돌았다. 도쿄시장의 주가도 1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반면 한국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췄다. 그나마도 지켜질지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아쉽게도 우세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구조개혁이 지금처럼 계속 지연되다가는 20년 장기침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일본 성장전략 주요내용 및 시사점’과 관련해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규제개혁과 대외개방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암반규제’(덩어리 규제의 일본식 표현)의 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적표는 기업실적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국기업들은 2분기에 수출과 내수 동반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반면 일본기업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2분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반면 일본의 간판기업인 도요타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소니는 순익이 3배가 늘어났다,6일 국제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89개 기업 가운데 주당순이익(EPS)이 시장의 예상을 웃돈(블룸버그 집계 기준) 기업은 45곳으로 50.5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닛케이225지수 편입 종목에서는 124개 기업 가운데 87개(70.16%)의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블룸버그는 일본기업들의 실적이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시게미 요시노리 전략가는 "일본은 (아시아의) 다른 모든 국가를 능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에고 조던 (Diego Jourdan 우루과이) 작품 ⓒ 뉴스투데이 ■ 잇딴 경제회복 처방, 아직까진 백약이 무효박근혜 정부는 최근들어 경제회복을 위해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양적으론 거의 ‘폭탄’ 수준이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부호만 가득하다. 46조원 재정확대 패키지까지 내놓으며 경기부양 시동을 걸었지만, 내수·수출부진이 겹친데다가 난데없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겪어 기대한 만큼 가시효과는 없었다.이에 정부에서는 하반기 중 추가경정예산 11조 8000억원을 포함, 정책금융 등을 동원해 22조원의 돈을 풀기로 했는 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무리수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조30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얼마나 녹일지는 알 수 없다.일각에선 한국이 일본이 1990년대 겪은 ‘잃어버린 10년’ 과정을 답습할지 모른다는 끔찍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병에 처방이 있듯이 경제문제에도 처방은 있다. 문제는 이를 실천할 의지와 실행능력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 등은 이해집단의 반대 등으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증세와 복지 문제를 놓고도 이해집단의 갈등으로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데, 정부출범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으로 이같은 어려운 과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사과도, 최근 논란이 된 국정원 해킹 의혹과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었던 점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25분간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기만 했을 뿐 취재진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대통령이 경제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실적이다.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절치부심하여 얼마나 좋은 경제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가 내세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슬로건이 왜 유권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지, 클린턴 대통령이 실제 8년의 재임기간중 어떤 경제실적을 냈는지 박근혜 정부는 새삼 곱씹어야할 대목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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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06
  • [거꾸로 읽는 경제] ‘종업원 3명의 구멍가게’가 지배해온 롯데그룹
    ▲ 연매출 83조원, 재계서열 5위의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광윤사(光潤社)가 위치한 일본 도쿄 신주쿠 일본롯데홀딩스 본사 건물. 주소지가 이 건물 4층으로 되어있는 광윤사의 실체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종업원규모 3명에 불과한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인쇄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점이 새삼 부각돼 관심을 끌고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株)光潤社:1967年11月 創業、住所:160-0023 東京都 新宿区 西新宿3-20-1ロッテ本社ビル4F、事業内容:包装資材の販売、販促資材の販売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표대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한 광윤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구글사이트에 나와있는 광윤사는 1967년 11월 창업, 주소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있는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빌딩 4층이며 사업내용은 포장자재 및 판촉자재 판매로 소개되어 있다.종업원은 3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 법인이어서 실적을 포함해 지분 구조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출은 주로 일본 롯데상사와 롯데아이스 등 일본쪽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해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종업원 규모만 보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광윤사가 만들어진 시기가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한국 롯데제과의 창업시기(1967년)와 같은 점을 들어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한국진출에 맞춰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매출 83조원, 재계 5위의 롯데를 지배해온 정체불명의 회사이런 광윤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 30%이상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간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광윤사 27.65%, 우리사주 12% 등이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광윤사(33%)와 우리사주(32%)”라고 밝혔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맞다면, 광윤사 지분 확보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정작 누가, 얼마나 광윤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광윤사의 지분구조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2년이다. 광윤사가 갖고 있는 부산은행 지분 내역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대주주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씨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게 유일하다. 시게미츠 다케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이다.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광윤사 지분구조가 그대로인지는 미지수이다. 일부에선 이미 신 총괄회장이 장남과 차남에게 광윤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30%를 갖고있고, 신 회장이 25%,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20%, 신 총괄회장이 10%를 갖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돌고 있다.종업원 3명에 불과한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얼마나 될까. 상장사가 아니라서 관련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롯데재단이 2013년 밝힌 재산 목록에 광윤사 주식가치를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와 있다. 롯데재단이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재산 목록을 보면 광윤사 주식 167주를 공익목적으로 재단이 보유하고 배당수익을 재단의 사업 재원으로 쓴다고 밝히며 이들 주식의 금액이 19억 9194만 7610엔이라고 적혀있다.이 금액을 167주로 나눠보면 주당 금액은 1192만 7830엔이 된다. 광윤사 법인등기부 등본에 나와있는 전체 발행주식이 4만주이므로 전체 금액은 4771억 1320만엔(약 4조44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롯데재단이 광윤사 주식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다. 하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자산규모가 2014년 기준 91조7000억원(재계서열 7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이보다 수배 혹은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암호 같은 미스테리 투성이의 지배구조이번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할 정도로 시장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대부분의 주식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측 투자회사들이 갖고 있다. 특히 주식의 73%를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들’의 경우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일본 국적의 L투자회사는 일종의 특수목적법인 성격으로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회사들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L제1투자회사~L제12투자회사까지(L제3투자회사 제외) 11개사가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를 제외하면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등이 나머지 주식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L제2투자회사를 제외하곤 모두 주소지가 신주쿠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로 되어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직접 혹은 간접으로 관련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L투자회사의 경우 그간 어떤 회사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가 지난해 그룹 순환고리에 있는 롯데알미늄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서 정체가 일부 드러났다. 롯데알미늄은 당시 사업보고서 정정을 통해 그간 주주로 공개되지 않았던 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가 각각 34.92%와 22.84%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L제2투자회사에 대해선 “과자판매업을 영위해 오던 주식회사 롯데상사로부터 분리해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했다. 주소지는 일본 도쿄 시부야의 롯데상사와 같았을 뿐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롯데그룹이 이같은 미스테리한 지배구조를 갖게된 이면에는 전근대적 비공개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신 총괄회장의 폐쇄주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기업공개를 극도로 꺼려 일본 롯데계열사 37개 가운데 상장회사가 하나도 없다. 그나마 한국 롯데계열사 가운데 9개사가 상장되어 있을 뿐이다.■ 폐쇄적인 신 총괄회장의 낯선 여론몰이(?)이처럼 폐쇄적인 성격의 신 총괄회장이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차남 신 회장을 겨냥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경련에서 재벌회장의 일대기를 만화로 만들겠다고 제의했을 때 조차 이를 정중히 사양할 정도로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의 목소리가 공중파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의 TV출연(?)은 낯설다. ▲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방송사와의 인터뷰가 일본어로 진행된 것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진 것을 의식한 듯,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부인과 함께 출연하여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며 사과했다. [사진출처=KBS방송화면 캡처] 물론 신 총괄회장이 직접 여론전쟁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것이 신동빈 회장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일본어로 TV인터뷰를 진행한 것과 관련, 한국네티즌의 질타가 이어진 것을 의식하듯,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출연하여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고 해명하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재벌가 2세가 TV에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얼굴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한국인 부인이 동석한 것도 특이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만큼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신 전 부회장이 폐쇄적인 가족경영의 원칙을 깨고 TV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발언을 잇달아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영향력이 큰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표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계산으로 파악된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차남 신 회장을 롯데회장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려 신 회장의 가신그룹을 견제하고, 중도세력을 최대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인 듯 하다.■ 누가 이기든 땅에 떨어진 기업이미지 회복 쉽지 않아어쨌든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이 TV를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되고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통한 표대결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롯데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신동빈 대 반신동빈 구도를 형성하며 한층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전의 시기는 10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극적인 타협과 화해가 없는 한 누가 이기든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 쪽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긴 쪽도 내상이 간단치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이미 롯데는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고 그동안 진행해온 투자건도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재계서열 5위에 전혀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지배구조와 구멍가게식 가족경영이 낳은 필연적인 비극이라고 하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크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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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03
  • [거꾸로 읽는 경제] ‘시게미츠(重光) 일족의 난’을 보는 불편한 시각
    ▲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주(장남)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차남) 롯데회장의 일본인 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30일 한국을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9일자 보도에서 롯데 경영권 다툼을 가리켜 “시게미츠(重光) 일족의 난(亂)”으로 묘사했다. 시게미츠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일본 성이다. 한국에서는 ‘형제의 난’ ‘왕자의 난’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번 다툼을 신씨, 아니 시게미츠 일가 전체의 피와 살이 터지는 골육상쟁식 싸움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이번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롯데 오너일가의 민낯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롯데기업 정체성에 대한 해묵은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는 과연 일본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 일본이름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를 쓰는 창업주와 일본어로 인터뷰 하는 장남30일 KBS는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단독인터뷰를 내보냈다. 신 전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신동빈 롯데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부친의 지시였다고 주장하며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지시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정작 인터뷰 내용이나 지시서의 내용이 아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로 인터뷰를 진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인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재계서열 5위에 올라있는 롯데그룹 장남이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여론의 반응이다. ▲ 30일 KBS에 공개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지시서. 네티즌들은 신동빈 롯데회장을 해임하는 것이 창업주의 뜻이었다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도 충격이었지만 신 총괄회장이 한국이름이 아닌, 일본이름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를 쓴 것이 더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KBS방송화면 캡처] 언론에 공개된 지시서에 적힌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이 한국이름 신격호가 아니라, 일본이름인 ‘시게미츠 다케오’로 나온 것도 네티즌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했다는 서명 역시 시게미츠 다케오를 뜻하는 한자 重光武雄(중광무웅)으로 적혀있다.사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국적은 한동안 미스테리였다. 결론부터 말해 그는 한국국적과 일본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인이고 일본에서는 일본인인 기묘한 형태이다. 한때는 편법적 이중국적자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지만 그가 이중국적자가 된데는 한일관계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청년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신 총괄회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에 일본으로 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일본이름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외무대신을 맡았던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와 같은 점이 흥미롭다.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 다리를 다쳤던 시게미츠는 일본이 패망할 당시 미주리 함에서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A급 전범'으로 7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그는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정계에 복귀해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둘째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신 총괄회장이 당시 명문가 반열에 오른 처가댁 성을 따서 자신의 성으로 쓴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어찌됐든 당시 일본과 대사급 외교 관계가 없었던 제1공화국 체제에서는 그의 일본 국적 취득을 알지 못했을 것이며 이 때문에 그의 한국 국적이 유지되었을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1985년까지 이중국적을 허용했으므로 일본 내에서도 그의 한국 국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격호는 한국인이고, 시게미츠 다케오는 일본인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수 십년간 지속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1년 대한민국의 국적법 개정으로 그가 합법적인 이중국적 상태가 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적인, 너무도 일본적인 롯데 오너일가의 색깔신 총괄회장은 각각 어머니가 다른 4남매를 슬하에 두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첫째 부인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낳았다. 그리고 첫째부인 노 여사가 임신중이던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만난 둘째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사이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 두 아들을 두었으며 1기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씨와의 사이에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낳았다.주목할 점은 신동빈(일본이름 시게미츠 아키오) 회장의 일본내 혼맥이다. 신 회장은 신동주(일본이름 시게미츠 히로유키) 전 부회장보다 7년 앞서 1985년 6월 결혼했다. 일본 귀족가문 출신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 마나미 씨가 반려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수상이 주례를 하고 나카소네 현직 수상이 축사를 하는 등 그의 결혼식에 일본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당시 신 회장은 100억 엔(937억 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화려한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나미 여사는 일본 왕세자비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일본 출장길에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처가댁 배경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반면 신 전 부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 씨의 차녀 조은주 씨와 연애결혼을 했다. 조은주 씨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UCLA에서 마쳤다. 결혼 직전까지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덕만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규모 무역업을 했다.일본인 아내를 둔 신동빈 회장이 능통하지는 않지만, 한국말을 하는 반면 한국인 아내를 둔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신 회장이 비교적 일찍 한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가진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주로 일본에서 근무해 한국어를 익힐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창업주인 신 총괄회장 역시 일본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배경에는 명문가문 출신인 부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재혼이후 사업에서 승승장구 한 것도, 그의 일본이름이 시게미츠 다케오인 것도 잘 나가던 처가댁의 명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형제싸움이 신동빈 회장 대 일족간 싸움으로 확산형제간 분쟁으로 시작됐던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신동빈 회장 대 나머지 가족간 싸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씨 일가 친척들이 반 신동빈 세력에 속속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 일가친척들이 반대편에 서게 된 배경에는 신동빈 회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스타일에 다른 일가 친척들이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지난 15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임명되며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거느리게 되자, 일부 친척들은 후계구도를 두고 신격호 총괄회장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번 ‘신주쿠발 쿠데타’ 시도 때 신 총괄회장의 동생이자 일본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인 신선호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신선호 사장은 한때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롯데리아를 성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송사에 휘말린 적 없는 유일한 형제다.반 신동빈 세력에는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주·동빈 형제에게는 6촌 형뻘이다. 신동인 대행은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다가 신동빈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좌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사촌인 신병호(2005년 작고) 전 롯데칠성음료 고문의 장남이다. 1968년 롯데제과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그룹기획조정실 사장,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호텔 사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신동빈 본부장’ 체제를 갖추면서 그는 밀려났다. 그뒤 10년 동안 롯데자이언츠 일만 하고 있다.신 회장의 배다른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롯데쇼핑과 함께하다 2006년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2012년부터는 경영에서 물러나 복지재단 관련 활동만 벌이고 있다.신영자 이사장과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 등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지난 2013년 롯데와의 거래가 끊기기도 했다. 팝콘·콜라를 유통하는 시네마푸드·시네마통상은 그전까진 롯데시네마에 매점을 운영하면서 수백억대 매출을 올려왔다. 하지만 2013년 2월 롯데시네마가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하며 문을 닫았다. 이런 점이 신영자 이사장측을 섭섭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대를 이은 형제간 싸움, 2대에 걸친 가족 비극사사실 신씨 일가의 형제간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5남 5녀를 둔 집안의 장남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형제와 크고 작은 분쟁을 겪었다. 신 총괄회장의 남동생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다.우선 바로 아래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사장은 1958년 신 총괄회장이 국내에 없는 틈을 타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롯데를 인수하려다 발각돼 구속된 적이 있다. 이후 신격호 회장과 틀어진 그는 작은 제과 회사를 차려 독립했고, 지금은 고인이 됐다.신격호 총괄회장은 또 3남 신춘호 농심회장과도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1960년대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에도 1965년 롯데공업에서 라면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롯데공업은 회사 이름을 농심으로 바꿨다.막내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롯데제과ㆍ롯데칠성ㆍ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두루 거쳤다. 특히 롯데그룹 운영본부의 부회장을 맡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한국 롯데 경영을 지휘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서울 롯데제과 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을 치르며 감정의 골이 생겼다. 이후 그룹의 주요 자리에서 밀려났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롯데우유는 ‘롯데’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라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신 총괄회장은 24살 차이나는 막내 여동생 부부와도 갈등의 골이 깊다. 막내 매제인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과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부부를 상대로 샤롯데 엠블럼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갈등을 겪었다. 특히 롯데그룹이 2007년 롯데JTB를 설립하면서 관광업에 진출해 양측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청년시절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기업을 일궈 이제는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으로 키워온 신격호 총괄회장. 아들간 분쟁의 여파로 70년만에 자신이 세운 롯데그룹에서 강제적으로 2선으로 밀려난 그의 노년은 쓸슬해 보인다. 그리고 온갖 민낯을 드러내며 형제간에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더 불편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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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31
  • [거꾸로 읽는 경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롯데 ‘형제의 난’
    ▲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가운데 너무도 유명한 베르테르의 자살장면. 젊은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이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로테의 애칭 로테(Lotte)에서 이름을 따서 기업이름으로 정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꼽히는 요한 볼프강 괴테의 첫 번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은 25세의 나이였던 괴테가 불과 7주만에 써내려간 편지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Charlotte)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베르테르의 비극적 삶을 다루고 있다. 그 자신 역시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했다가 실연의 상처를 갖고 있는 괴테의 자전적 소설로 유명하다.뜬금없이 괴테의 소설을 왜 꺼내느냐 하면 요즘 경영권을 놓고 골육상쟁식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의 상황과 소설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롯데라는 기업이름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로테의 애칭 로테(Lotte)에서 따온 것이다.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젊은시절 작가지망생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5남5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40년대초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 실업학교 고등부(지금의 와세다대학 이학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1946년 졸업 후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밀항선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때만 해도 작가지망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문학 대신에 사업가의 길을 걷게된다. 1948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해 일본에서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베르테르가 죽으면서까지 사랑했던 여인 로테가 일본에서 재벌기업의 시초로 재탄생한 것이다. ▲ 위 왼쪽부터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장남) 전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아래쪽 신동빈(차남) 롯데그룹 회장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DB] ■ 절대강자 없는 롯데오너일가 형제의 지분경쟁그런 롯데그룹이 요즘 ‘형제의 난’으로 시끄럽다. 지난 1월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전 부회장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면서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굳어진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 전 부회장이 장녀이자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손잡고 일본에서 경영권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일일천하’로 끝나면서 잠잠하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번에 쿠데타의 무대가 됐던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호텔을 통해 롯데쇼핑을 비롯한 한국롯데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롯데호텔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분 8.8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롯데호텔의 주식은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한 일본의 롯데 관련 투자주식회사들(이른바 L투자회사)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현재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20% 안팎으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율이 두 아들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두 형제간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도 엇비슷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 지분율은 13.45%로 0.01%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복잡하게 얽힌 롯데오너 가계도롯데 오너일가의 형제간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형제들의 가계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신 총괄회장은 총 3명의 부인을 뒀다. 첫째부인 고 노순화 여사를 비롯해, 둘째부인 일본인 시게미츠 하츠코, 셋째부인 미스롯데 출신의 서미경 씨 등이 그들이다.신격호 총괄회장은 1940년 동향(경남) 출신의 고 노순화 여사와 결혼을 하지만 1년만에 그가 일본 유학길에 오르면서 사실상 결혼생활은 파국을 맞게된다. 노 여사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1960년 세상을 떴다. 신 이사장(73)은 신 총괄회장과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 태어난 장녀다. ▲ 한국서 결혼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신격호 총괄회장은 1952년 일본여성과 재혼하는데, 이 여성의 외삼촌이 시게미츠 마모루 전 일본 외무대신이었다. 사진은 시게미츠 마모루(왼쪽 지팡이 짚고 있는 이)가 1945년 9월 2일 미국전함 USS 미주리호에서 있었던 항복문서 조인식에 외무대신 자격으로 참석했을 당시 모습. 그는 이후 A급 전범으로 처벌받았으나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1952년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재혼을 했다.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의 외삼촌은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 전 일본 외무대신이다.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 다리를 다쳤던 그는, 일본이 패망할 당시 미주리 함에서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후에 'A급 전범'으로 처벌받았으나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정계에 복귀해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신 총괄회장이 재혼이후 사업에서 승승장구 한 것도, 그의 일본이름이 시게미츠 타케오(重光武雄)인 것도 잘 나가던 처가댁의 명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사이에서 장남 신동주(61·일본이름 시게미츠 히로유키)부회장과 차남 신동빈(60·일본이름 시게미츠 아키오) 회장이 태어났다. 이번 쿠데타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복누이인 신 이사장과 연합해 같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신동빈 회장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마지막으로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5)씨와의 사이에는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2)이 태어났다. 서씨는 미스 롯데 1기 출신이다.■ 일본과 한국 두 형제 양분체제에서 신동빈 회장 단일체제로신동빈 회장이 지난 1월 그룹회장으로 급부상하기 전까지 일본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맡아 각각 양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신 총괄회장은 그룹 후계구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식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겼다. 두 형제는 일본과 한국롯데를 각각 맡아 경영을 했지만 성과 면에서는 차이가 있었다.한국 롯데는 성격이 외향적인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 체제에서 대체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자연히 힘의 균형이 신동빈 회장 쪽으로 쏠렸다. 지난해 말 신 전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그룹 전체를 신동빈 회장이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실적차이 때문이다.그렇다고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탄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4년 해태제과 인수 실패, 2005년 진로 인수 실패, 2006년 까르푸 인수 실패 등 중요 M&A를 벌였던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잇딴 실패로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란 오명까지 받으면서 그룹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2009년 들어 두산주류BG와 부산의 쌀과자 업체인 기린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신 총괄회장의 '마지막 소원'으로 불리는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의 재착공을 이뤄내기도 했다.이러던 차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일본 롯데의 주요 직책에서 잇따라 해임되면서 형제간 경영권 승계 싸움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을 거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주를 이뤘고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 없이 일선에서 물러서 있었다.■ 본격 막오른 형제의 난, 롯데가(家) 장녀의 선택은그런데 지난 27일 갑자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날아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는, 경영권 회복을 위한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 쿠데타는 신동빈 회장측의 기민한 역공으로 1일천하로 그쳤다. 하지만 형제간 경영권 싸움이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관측은 많지 않다. 오히려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여기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신영자 롯데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후 롯데백화점 설립부터 관여한 롯데의 ‘1등 공신’이다. 총괄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2년부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롯데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등을 이끌며 사회공헌 업무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과 손잡고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의 쿠데타에 동참, 사실상 경영권 다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 이사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 때문이다.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제과의 지분율 2.52%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인 3.95%를 더할 경우 신동빈 회장의 5.34%를 넘는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이사장의 지분은 0.74%로 많지 않지만 신동빈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의 지분 차가 0.01%에 불과한 만큼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신 이사장은 또 롯데칠성음료(2.66%)와 롯데정보통신(3.51%), 롯데푸드(1.09%)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와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왕관수여식의 키를 쥐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애매한 태도중요한 것은 이번 ‘신주쿠발 쿠데타’의 배경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단순히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SOS 지원요청에 자리만 함께 한 것인지, 아니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경영권 쿠데타에 적극 동참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쿠데타가 ‘1일천하’로 끝난 28일 신 총괄회장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지만 기자들의 쇄도하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그 다음날인 29일 역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을 뿐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어찌됐든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까지 신동주 전 부회장을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게 해서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어줬던 신 총괄회장이 이번에는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쿠데타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여 승계권 구상은 한층 복잡해졌다. 신 총괄회장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누구든 후계구도의 최종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종업원 3명에 불과한 일본 광윤사(光潤社)를 정점으로 하는 독특한 롯데의 지배구조 탓이 크다. ▲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있는 일본 광윤사. 종업원 3명에 불과한 포장재회사의 지분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향후 롯데왕국의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기타 롯데계열사 등으로 되어 있다. 특히 비상장법인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광윤사 지분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광윤사 지분 약 50%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결과적으로 광윤사 지분을 상속받는 사람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물려받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여전히 신 총괄회장의 손에 쥐어져 있다. 못이룬 사랑 때문에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괴테의 소설속 주인공 ‘젊은 베르테르’. 제2의 베르테르가 되지 않으려는 롯데가 두 오너형제의 싸움은 당분간 아버지를 향한 러브콜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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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
    2015-07-30
  • [거꾸로 읽는 경제] ‘쉐프 전성시대’가 반갑지 않은 이유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바야흐로 쉐프들의 전성시대다. 일명 ‘백주부’로 불리는 더본 코리아 대표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씨를 필두로 잘 나가는 요리전문가들과 쉐프들이 TV를 점령했다. 이들이 출연하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과거 요리 프로그램들이 접하기 힘든 고급요리를 소재로 했다면 이들은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갖고 가정식 요리를 만든다. 이들이 여성팬 뿐 아니라, 남성 심지어 40~50대 중년팬까지 확보하면서 휴일이면 집에서 간단한 요리로 한 끼를 떼우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 대표적인 요리프로그램인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왼쪽)와 TVN의 집밥 백선생 ■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구조적 침체기 접어든 한국경제전적으로 이런 요리 프로그램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요식업체들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난해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체감경기는 1990대말 IMF사태 때보다 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서비스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하면 더했지,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구조적 침체기에 빠져들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실제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쳐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후퇴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서둘러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생각지도 않았던 메르스 충격이 분명히 컸지만 그 이전부터 조짐을 보였던 내수부문의 침체는 심각한 단계에 이른지 오래다.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인데, 수출부문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우리경제를 압박하는 양대축으로 꼽히고 있다. 건설경기가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으로 지탱해왔는데,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정책으로 향후 건설경기마저 꺾일 경우 한국경제가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잃어버린 10년’ 일본식 장기불황이 현실로 다가올까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을 촉발한 것은 미국이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오일쇼크 등으로 치솟는 원자재값과 그로인한 물가상승을 잡기위해 17%에 달하는 살인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폈다. 금리인상 정책으로 미국 제조업이 휘청거리자 일본기업들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불어났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레이건 정부는 1985년 유럽G5 국가들과 미국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인위적인 달러약세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플라자 합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갑작스런 달러약세(엔화강세)로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에 당황한 일본정부는 긴급처방으로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금리가 내리고 돈이 시중에 풀리면 이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생산설비를 늘리고 일자리가 늘면서 다시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일본정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풀린 돈은 기업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거품)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냐면 일본을 팔면 미국을 4번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올 정도였다. 도쿄 황궁의 가치가 캐나다 전체가치보다 더 비싸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떠돌았다. 니케이지수도 무섭게 올라 4만시대를 코앞에 뒀다.하지만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경제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제는 필연적으로 거품을 낳았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왔다. 부동산값 폭등에 놀란 일본정부는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대출을 규제해 시중자금을 죄기 시작했다. 2.5%였던 금리를 단기간에 6%까지 인상한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을 규제하자 부동산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년이후 집값은 15년간 단 한번의 예외없이 떨어져서 최고가 대비 87%나 폭락했다. 니케이지수는 8000까지 후퇴했다. 이 기간 도산한 금융기관이 수백개에 달했다.■ 과열되는 부동산시장과 빚투자 주식시장우리경제는 어떨까. 지금 우리상황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말도 안되는 거품이 단기간에 꺼지면서 불황이 시작됐고 우리는 주택시장등 부동산경기를 제외하면 여전히 경제 여러 분야가 거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식시장 역시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걱정스런 대목이 눈에 띄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먼저 일본경제의 거품이 인위적인 금리인하와 돈의 힘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에서 시작한 것이나 우리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은 매우 흡사하다. 시중에 풀린 돈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 최근 부동산붐에 힘입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시장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이런 유사점들 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은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수개월새 수 억원이 올랐다. 반포동 삼호가든4차 전용면적 96㎡는 최근 8억6500만원에 거래돼 2007년 호황기 때 최고가(8억4500만원)를 뛰어넘었다. 경남아파트, 신반포23차, 신반포3차 등도 재건축 기대 속에 최고가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경기는 바닥인데, 부동산경기만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금액은 8조286억원에 달했다. 올해 초 5조원에서 7개월 만에 무려 3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며 신용잔고가 8조원을 넘긴 것도 증시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의 신용 잔고는 4조1406억원으로 코스피(3조8880억원)를 추월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코스피(1275조원)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고 투기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도미노 현상증시속언 가운데 ‘폭탄돌리기’란 말이 있다. 퇴출예정기업 주식이 이유없이 오를 때 쓰는 말인데, 내가 투자하는 동안 수익만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위험주식 투자에 나서는 무모한 행위를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폭탄은 언제고 터지게 되어 있고, 거품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은 이제 전망이 아니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리를 얼마로 올린 것이라는 정확한 수치를 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밀자료가 얼마전 노출됐으니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4분기에는 평균 0.35%로 인상되고, 내년과 후년 4분기에는 각각 1.26%, 2.12%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미국시장으로 돌리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리나라 역시 이미 ‘셀(sell)코리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들도 54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여파로 환율이 크게 올라 달러당 1160원선을 넘어섰다. 이는 연초 대비 6.3% 상승한 것이다. ▲ 금리인상을 추진중인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경제에 연쇄적인 도미노현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연쇄적인 도미노효과다. 지난해 빚을 얻어 집을 사라고 부추겼던 정부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는 대출규모에 놀랐는지 최근 입장을 바꿔 대출규제 정책을 내놨다. 여기에 덧붙여 금리까지 인상하게 되면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결국 빚을 얻어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된다.부자들은 원래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설령 빚을 내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 서민들은 다르다. 가진 돈이 없으니까 무리해서 빚을 얻어 투자하는 것이고, 그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는 투자원금은커녕 새로운 빚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정부 말을 믿고 뒤늦게 빚을 얻어 집을 산 ‘하우스푸어’와 주식시장에서 한몫 잡겠다고 빚투자에 뛰어든 ‘개미’들이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도미노현상의 맨 앞줄에 서 있는 셈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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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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