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30조원’ 넘었지만···금리 매력은 “글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액이 30조원을 넘어섰지만 증가 속도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락으로 정책금융 상품으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누적 신청·접수액은 3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금 용도별로는 신규 주택 구입이 15조1575억원으로 전체의 49.0%를 차지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제한 없이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기존 보금자리론에 적격대출과 안심전환대출을 통합한 형태다. 만기는 최장 50년까지 가능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올 1월 30일 출시 이후 9일 만에 신청액이 10조원을 돌파하며 흥행했지만 증가 속도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출시 한 달째인 2월 30일 17조5000억원을 기록한 뒤 3월 30일 25조6000억원으로 8조1000억원 늘었는데, 지난달에는 증가폭이 5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는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따라 은행권은 가계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는데, 특례보금리론과 경쟁하는 주담대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특례보금리론의 경우 일반형은 최저 연 4.25%(10년)에서 최고 연 4.55%(50년)이 적용된다. 주택 가격 6억원 이하와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가 대상인 우대형은 연 4.15%(10년)~연 4.45%(50년)로 형성돼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30일 취급한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76%~5.91% 수준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하단이 연 4%대 초중반인데, 시중은행은 아예 3%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담보대출 확대를 꾀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공습도 특례보금자리론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혼합형(고정형) 주담대를 연 3.96%로 5년 고정하고 이후 연 3.56%가 적용된다.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다.
물론 특례보금자리론도 최저 3%대 금리 적용이 가능하다. 사회적 배려층과 저소득 청년, 신혼 가구 등이 요건을 충족하면 최저 연 3.25%(10년)~연 3.55%(50년)가 적용된다. 다만 우대금리 적용 대상자 비중이 크게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금공은 이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또 동결했다. 주금공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긴축 경계감이 재부각되는 가운데 재원 조달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고공행진하던 시장금리가 하락 전환하고, 은행권 경쟁 촉진까지 겹치면서 시중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에 차주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주담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금이 크기 때문에 작은 금리 차이라도 매달 이자 규모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보다는 소득 제한 같은 조건 완화에 힘을 준 느낌이고, 실제 이를 필요로 하는 차주들도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억 단위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금리다. 은행들 대출금리가 점진적으로 내려가면 특례보금자리론 소외 현상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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