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노동시장, ICT 강국의 명암 드러내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02.01 00:30 ㅣ 수정 : 2023.02.01 00:30

[기사요약]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국 ICT 산업의 약점인가...
소프트웨어 산업, 하드웨어만큼 글로벌 경쟁력 못 갖추어
SI 중심의 기형적 시장구조, 최근 들어 변화 조짐
심화하는 개발자 양극화,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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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rustradius] 

 

[뉴스투데이=주재욱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ICT 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당장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TV...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드웨어다.

 


• 한국의 ICT 산업, 하드웨어만 강하고 소프트웨어는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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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의 폼팩터 디자인은 더 큰 하드웨어 장치에 들어가는 구성 요소의 폼팩터 디자인에 따라 달라지며 영향을 받는다. 구성 요소의 크기와 모양은 연결 및 전원 사양과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는다. [출처=crucial]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제조업이 견인했고, ICT 산업의 약진은 이러한 제조업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세계의 IC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덕분에 ICT 제조 강국인 한국의 경제는 많은 혜택을 누렸다.

 

ICT 산업에서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소프트웨어다. 개인용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의 폼팩터(form factor)가 정형화되면서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라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히 경쟁력을 갖춰야 하거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하드웨어만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SI 위주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기술 혁신 어려운 환경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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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iz-techservices]

 

과거 개인용 컴퓨터가 기업에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컴퓨터 붐이 일어나던 1980년대에 기업들은 ‘전산화’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내에 전산실을 만들고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내의 전산 부서 인원을 해고하고 대부분의 서비스를 외주화하게 된다.

 

산업의 특성상 승자 독식이 세계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외국산이 시장을 석권했다.

 

그 결과 주문형 소프트웨어인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만 비대하게 커진 국내 시장에서 하청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독특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SI 시장은 반복적 재하도급이 발생하고 개발자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비자발적 프리랜서화된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조가 소프트웨어 전성시대에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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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imparixit]

 


• 분화하는 소프트웨어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다

 

최근 통계는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은 약 54만명에 달하며, 2년 전에 비해 연평균 1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로 대표되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중심으로 ICT 기업들이 개발자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일부 개발자들의 몸값이 많이 뛰었다.

 

프로그래머는 이제 더 이상 3D 직종이 아니며, 대기업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개발자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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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김영주]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II - 소프트웨어 개발자’, 2019)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는 특성상 기업이 기술을 내부화하기 어렵고 개발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의 평판을 바탕으로 이직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다른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노동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SI 부문에서 종사하는 대부분의 개발자는 숙련을 축적할 기회가, 그리고 평판을 통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할 기회가 너무도 제한적이어서 대기업이나 고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종사하는 개발자들과의 격차가 과거보다 더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됨으로써 누구든지 성장할 수 있는 개발자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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