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신풍제약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제약사 경영승계 자금 '딜레마' 드러내
영업이익율 낮은 제약사들 경영승계시 증여·상속세 마련에 어려움 겪어
지주사 설립, 증여‧상속 세금 부담 없이 적은 자본 승계 가능한 우회전략
증여‧상속 세금 납부 위해 고배당 전략 선택... 기업 재무구조 위협 내포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제약업계 2·3세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 승계 작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57억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오너의 자금 마련 및 용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상태다.
제약사 2·3세의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는 선대 회장의 증여나 상속이 이루어져야 된다. 문제는 증여·상속에 따른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선대 회장이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제약사를 계열사로 배속시키고 2·3세를 최대주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속·증여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적은 자본으로 제약사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우회 전략이다.
지주회사를 설립 후 제약사를 계열사로 배속시키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상당수의 제약사가 창립자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이는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30일 사법당국에 다르면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납품사인 의약품 원재료 업체 A사의 납품단가 부풀린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약 5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풍제약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있다.
장 전 대표가 무리하게 횡령한 데에는 승계 작업에서 출혈된 재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업계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풍제약은 ‘송암사’라는 지주회사가 27.97%(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송암사는 장 전 대표가 7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송암사 설립 및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장 전 대표의 자금 출혈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문제를 해결을 위해 신풍제약 내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지분 승계한 대표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지주사인 ‘대웅’이 47.71%(최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은 고(故)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의 아들인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가 지분 11.61%(최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대웅제약은 윤 전 명예회장이 지난 2014년 자사주 3.49%와 대웅 주식 9.21%를 모두 석천대웅재단에 기부했다. 윤 전 회장의 지분이 더 이상 오너 일가로 가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4년 이전부터 꾸준히 승계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지주사를 설립하지 않을 경우 선대 회장에게서 제약사 2·3세로 지분이 옮겨지는 과정에는 납부할 세금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의 경우 고 어준선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20.53%를 상속 받아 118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된다. 또 고 이영수 신신제약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26.36%를 상속받은 이병기 대표도 96억원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된다. 하지만 제약사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막대한 지분을 상속 받을 경우 2·3세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전액 감면된다.
경영권 승계에 사용된 자금 출혈을 회복하기에는 제약사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중견 제약사 임원 1인 연봉이 1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 막대한 자금 출혈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제약사들은 매출 실적이 양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배당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제약사 오너 일가의 지분률이 25~30%인데 주당 500원씩 배당할 경우 25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제약사가 배당 성향을 높게 가져갈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는 악화되지만 주주친화에 적극성을 띠기 때문에 단기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재무구조 불안에 따른 유상증자로 현금을 확보할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불안해질 수 있다.
증여·상속의 방법으로 경영 승계를 마무리한 대표 제약사는 일성신약이다. 창업주인 고 윤병강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별세한 후 아들인 윤석근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윤병강 회장은 승계 작업을 위해 지난 2011년 손자인 윤종욱 대표와 윤종호 이사에게 지분 0.23%, 0.22% 씩 각각 증여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석근 회장에게 지분 이전 작업은 2011년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 탄탄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