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에 몸집 줄이는 은행들···‘억대 연봉자들’ 짐 싼다
시중은행 정규직 감소폭 매년 2배씩 확대
희망퇴직도 증가··이달에 수천명 짐 쌀 듯
디지털 전환 흐름 은행권 체질 개선 영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평균 연봉 1억원을 상회하는 은행원들의 퇴직이 가속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선 1년 만에 4000명 이상이 짐을 쌌고, 지난해 연말부터 실시한 희망퇴직은 파격 조건에 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직 슬림화는 디지털 전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업·비용 효율화로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단 구상이다. 반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은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21일 전국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시중은행 정규직 수는 5만7043명으로 전년동월(6만1315명) 대비 4272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직원 감소 흐름은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 6만4711명에서 2020년 6만3593명으로 1118명 줄었는데, 2020년에서 2021년에는 2278명으로 감소폭이 2배 넘게 확대됐다.

은행들이 연말·연초 실시하는 희망퇴직 인기도 뜨겁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희망퇴직으로 2000~3000명에 달하는 퇴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성장으로 은행들이 직원 복지를 늘리고 있는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2021년 처음으로 모두 1억원을 넘었다.
특히 총급여의 중위값(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 값)이 1억원을 상회한 은행이 많아지면서 은행권 전반의 보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값이 평균과 비슷하다는 건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등 소수의 초고액 연봉자가 평균 연봉을 크게 끌어올린 게 아니라는 의미다.
‘억대 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은행에서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건 은행권 전반의 영업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대면 금융 강화다. 은행권은 모바일·인터넷뱅킹에 힘을 주면서 비대면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플랫폼 강화를 제시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 웬만한 여·수신 업무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은행들의 ‘점포 다이어트’도 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891개로 전년동기(3145개) 대비 254개 감소했다.
은행권 사업 구조가 비대면·디지털로 기울면 기존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하다. 효율화 측면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줄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파격 조건을 걸어 희망퇴직 확대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원들 역시 조직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연봉이나 성과급 상승 등 처우가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은행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체질 개선 및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근속 기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시중은행원은 기자에게 “아직 구성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고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영업 방향 회의에서 비대면 상품 비중 확대, 플랫폼 사업 동향, 디지털 환경 적응 등의 주제가 집중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태생이 비대면·디지털 기반인 인뱅들은 직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인뱅의 정규직 수는 1950명으로 1년 전(1184명)보다 766명 증가했다. 2020년(1002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덩치가 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자 증가는) 기존 직원들의 필요도가 낮아졌다기 보다는 체계 변화나 재배치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며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만큼 디지털화를 이끌 인재들이 입행할 기회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조직 성장성이나 확장성 기대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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