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 컨트롤타워 부활 '뜨거운 감자'된 배경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30 05:00 ㅣ 수정 : 2022.11.30 05:00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삼성만 컨트롤타워가 없어
수십여개 계열사 지닌 글로벌그룹이 컨트롤타워 없이 조직운영 어려워
그룹 중장기 전략 마련하려면 '집단지성' 발휘할 컨트롤타워 부활 '필수'
기업이 정치권 압박 벗어나 글로벌경영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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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재용(54·사진) 삼성전자 회장 취임과 동시에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7년 공식 해체돼 현재는 주요 계열사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룹 내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각 계열사 내 전문경영인이나 오너 한 사람 능력에 의지해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꾸려나가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부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재계 의견이다. 

 

다만 삼성에게는 미전실이라는 실패 선례가 있는 만큼 만약 부활하더라도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뉴삼성 비전'에 걸맞은 컨트롤타워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임원임사가 임박한 가운데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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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김신 삼성물산 사장, 이 부회장, 김종중 삼성전자미래전략실 사장 [사진=연합뉴스]

 

■ 삼성 컨트롤타워의 부끄러운 변천사

 

미래전략실의 시초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1959년 조직된 삼성물산 비서실이다. 1959년부터 1998년까지는 '비서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구조조정본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전략기획실'이란 이름으로 변천해 왔다.

 

이들 조직은 삼성 계열사(관계사)들을 수직적으로 지배해 왔다. 그룹 미래를 결정지을 주요 사업 지원과 신사업 발굴 등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권이나 실행 권한을 가지고 진두지휘하는 것이 이들 조직의 핵심 역할이다.

 

그룹 권력의 핵심 축이니 만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비서실은 ‘IMF(국제통화기금) 환란’, 구조조정본부는 ‘X파일’, 전략기획실 ‘비자금 특검’ 등 파문으로 조직 해체와 부활을 반복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2010년 조직된 미전실도 10년도 채 유지되지 못한 채 역사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전실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에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2017년 2월 28일 미전실은 공식 해체됐다.

 

이후 삼성은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열사별 각자 경영 체제를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조직 체계는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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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사진은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그럼에도 컨트롤타워 부활은 '선택 아닌 필수'

 

그간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 컨트롤타워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그룹사에서 컨트롤타워 없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삼성만 컨트롤타워가 없다.

 

SK그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각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기획조정실'에서 LG그룹은 지주회사 ㈜LG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이 지금처럼 컨트롤타워 없이 각자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경우 각 계열사별 자율 경영이 보장된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그룹 전체 청사진을 그려볼 때 사업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나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삼성은 2016년 11월 미국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래로 이렇다 할 대형 M&A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유의미한 대규모 M&A 이른바 ‘대형 빅딜’을 추진한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2년여가 흐름 지금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전 세계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불황으로 흔들리고 있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는 현시점에서 대규모 M&A와 계열사 간 사업 점검을 통한 발 빠른 위기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또한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제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혼자 고심하고 결단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계열사 전체 사업을 들여다보고 점검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집단이 반드시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그룹 차원에서 사업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어야만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고 일어나면 사업 판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오너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한계는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컨트롤타워가 부활하지 않더라도 결국 언젠가 필요성은 분명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이재용 회장과 미전실이 얽힌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부활이 삼성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해 분명한 명분과 계획이 동반돼야만 한다. 

 

컨트롤타워 부활이 현실화 된다면 기존 미전실이 재가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 컨트롤타워가 또 다시 붕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이전 조직의 아킬레스건인 ‘준법경영’을 바로잡은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정치권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보니 과거 컨트롤타워는 정경유착 논란으로 결국 해체 수순까지 밟았다”며 “새 컨트롤타워가 조직됐을 때 이 같은 부작용 예방을 위한 대안을 세우고 동시에 컨트롤타워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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