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ESG, 워싱(washing)하지 말고 체인징(changing)하라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6.07 10:41 ㅣ 수정 : 2021.06.07 10:41

유럽연합(EU)의 ‘녹색 분류 체계 (Taxonomy)’초안 시행되면 'ESG세탁' 탄로 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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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ESG는 국내외 많은 기업에 아직 준비 안 된 영역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업이 ESG에 위반되는 경영행위, 예를 들면 반환경적이고, 반사회적이며, 전근대적인 기업지배구조 속에서 아직도 수익을 위해 경영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회 시민으로서 책임감도 없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주주와 투자자 때로는 오직 오너만을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가 잔뜩 묻어 있는 지저분하고 이기적인 기업을 말한다.

 

반면, ESG를 십여 년 전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온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어떤가? 각종 평가 기준에서 A등급을 맞으면서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선진적인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로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 덕분에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저리로 받고, 투자도 받고, 기업 평판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경쟁력도 우위를 점하고, 공급망도 자기 회사에 맞도록 재구축하며 사업 기회도 새로이 발견하고 있다. ESG가 중국을 비롯한 ESG 불모 국가 기업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ESG 장벽을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려 만들어진 프레임이라는 비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다 보니 아직 ESG가 준비되지 않거나 국제적인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들은 분장(扮裝, make-up)하거나 세탁(洗濯, washing) 혹은 탈색(脫色)을 시도하고 있다. 마치 ESG를 열심히 하는 기업처럼 이해관계자를 속이고 ESG 적인 사업 활동을 침소봉대하거나 이면의 反 ESG 활동을 숨긴다. 캐나다 환경마케팅 대행사인 TerraChoice는 2010년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4,744개의 "친환경" 제품에 관한 주장을 조사했고, 이러한 제품 중 95% 이상이 다음 중 적어도 하나의 ESG 세탁(green washing)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첫 번째, ‘숨겨진 맞바꾸기(Hidden Trade-Off)이다. 해결되지 않은 하나의 속성은 숨긴 채 다른 속성을 강조해서 마치 친환경제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엄청난 공해를 배출하는 설비로 제품을 재활용기술로 생산하고서는 ’재활용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공해라는 속성은 숨기고 재활용만 강조해서 결국 고객들에게 재활용제품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증거 없음(No Proof)‘이다. 아무런 지원 데이터 없이 그냥 이 제품은 ESG에 부합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구는 늘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쓰여 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무슨 데이터로 그 전구가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주장되는지 증거가 없는 경우이다. 

 

세 번째, ’모호함(Vagueness)’이다.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해서 잘못된 정의나 너무도 광범위한 의미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천연 세제’는 이름은 ‘천연(natural)’인데 여전히 자연에 유해한 성분을 담고 있는 경우다.

 

네 번째, ‘부적절함(Irrelavance)’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을 때 기술적으로는 사실이지만, 특별히 구별할 만하지 않은 요소를 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CFC-free’라고 썼는데 CFC는 법적으로 위반되는 것이 아니므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free(함유하고 있지 않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니까 마치 해로운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섯 번째, ‘차악(次惡) 홍보(Lesser of Two Evils)’이다. 카테고리 전체가 反환경적인데 그중에서 이 제품만은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최악들인데 그중에서 차악을 홍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환경 담배’ 같은 것이다. 어차피 담배는 反환경적인데 그중에서 친환경이라고 해봐야 결국은 최악 속에서 ‘최악 다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사소한 거짓말하기(Fibbing)’이다. 마치 공식적인 인증을 받은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인증받지 않은 경우다. 일곱 번째, ‘거짓 인증 라벨 내세우기(Worshiping False Labels)’이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인증 라벨을 가져다 붙여 마치 제품이 권위 있는 인증 라벨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다. 위의 ‘사소한 거짓말’과 ‘가짜 인증 라벨’은 법적으로는 영미법에서 ‘소비자 사기’에도 해당할 수 있는 중차대한 경우가 될 수 있다. 

 

위의 조사만 해도 10여 년 전 조사였다. 지금은 훨씬 더 ESG 세탁이 정교해졌다. ‘위장 환경주의’라고 해서 아예 고도의 ESG 세탁을 많은 기업이 시도하고 있다. EU는 그린 워싱을 막기 위하여 환경적인 활동을 업종에 따라 정의하고 분류하는 체계로 ‘녹색 분류 체계 (Taxonomy)’초안을 2020년에 제정하였다.

 

이 초안이 시행되는 2022년이 되면 더 많은 ESG 세탁이 탄로 날 것이다. ESG는 긴 시간이 걸린다. 최근 업계나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몰아붙여 기업도 급한 대로 ESG 세탁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는 금방 들통난다. 시민단체와 고객들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기업의 모순이 발견되고,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 홍보로 더욱 공분을 사기 쉽다. 기업은 시간이 걸려도 ‘세탁’하려고 하지 말고, ‘변화’하려고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기업이 변화하려는 모습에서 진정성도 발견하고, 반대로 기업도 신사업의 기회를 찾기도 한다. 세탁은 계속 같은 옷을 입으려고 할 때 하기 마련이다. 이젠 기업들은 새 옷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입은 옷을 버리고,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이할 수 있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새 옷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이다. ESG로 가려면 워싱하지 말고 체인징하라.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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