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워라밸] 세종문화회관 '필립 콜버트전'에 넘쳐나는 '영감'과 '해석'의 기쁨

용은혜 인턴기자 입력 : 2021.03.27 07:47 ㅣ 수정 : 2021.03.27 07:47

랍스터랜드를 통해 정보 홍수라는 우리시대의 현주소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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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든 트렌드인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준말)로 인해 가치있는 삶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가시간을 중시하는 개개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회사-집-회사-집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의 따분한 일상을 채워줄 볼거리, 즐길 거리들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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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필립 콜버트전에 다녀와서 찍은 사진[사진=용은혜 인턴기자]

 

[뉴스투데이=용은혜 인턴기자] 지난 26일 세종미술관에서 열린 필립 콜버트전에 다녀왔다.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한 천재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이었다. 

 

전시회는 지난 13일 시작돼 5월 2일까지 진행된다. 전시회의 테마는 '넥스트 아트: 팝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이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최고의 팝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Philip Cobert, 1979~)의 회화, 조형,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트의 시초,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아티스트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은 필립 콜버트의 헌정작품을 전세계 최초로 공개한 전시다. 

 

■ 필립콜버트가 정의한 랍스터 랜드, 메가팝의 세계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평가되는 필립 콜버트는 자신의 세계를 랍스터 랜드로 결정했다. 대중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 도중 살라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랍스터는 그의 작품을 더 친숙하고 유쾌하게 만든다. 

 

그의 또 다른 예술적 자아이자 창작 세계 속의 주인공인 랍스터를 통해 예술적 가상 공간에서 몽상가가 되기도 하고, 위대한 명화 속을 거닐기도 하며 팝아트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메가팝아트의 세계를 개척했다. 

 

그가 말하는 메가팝아트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시대의 현주소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기존의 팝아트의 경우에는 기존에 있었던 물체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만,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가상세계인 랍스터랜드를 제시한다. 

 

그의 작품들은 커다란 의미나 알레고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가 과포화된 메가팝 세계 속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이모티콘이나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대중적인 것들을 배치하며 더 쉽고, 더 간결하고, 더 재미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담아낸다.

 

■ 필립 콜버트 전에서 눈 여겨 봐야할 두가지...백남준 헌정작품과 코로나 이후 작품 세계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미디어 아트의 신화 백남준을 가장 존경한다. 백남준의 원작 컬렉션 4가지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필립 콜버트의 헌정작품을 눈여겨봐야한다. 

 

또한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바뀐 그의 예술관에 주목해야한다. 코로나로 인해 그가 사는 영국은 심각한 팬데믹 사태와 기나긴 락다운 기간을 겪었다. 그는 이를 통해 동시대 중요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에게 예술가로서 예술을 통해서 즐거운 힘을 전달하려고 했다. 

 

백남준 컬렉션 및 헌정작품과 더불어 자신의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주고자한 그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찾거나, 2019년도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전시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주목해야할 작품 

 

- BOAR H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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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 HUNT[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멧돼지 사냥은 서양미술의 고전적인 소재 중 하나다. 과거의 영웅들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현대적인 소재들로 재해석했다. 

 

그는 작품마다 미술사의 중요한 인물들, 소재들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배치한다. 이 작품 역시 자신의 랍스터랜드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캠버스 안에 펼쳤다. 

 

-  Lobster C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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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ster Cactus[사진=용은혜 인턴기자]

 

전시를 보며 가장 귀엽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랍스터가 선인장에 잡아먹혀있는지 궁금증이 들어 큐레이터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작품에 배치된 선인장은 작가의 예술 세계를 상징한다. 선인장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의 이유는 작가가 만들어낸 랍스터 세계의 배경이 사막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미국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갔을 때 배경의 초현실성에 주목했다.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랍스터 랜드의 배경이 사막이 되었고 사막의 배경 요소인 선인장을 뒤집어 쓴 랍스터 조형물이 탄생되었다. 

 

겉은 가시로 덮여있지만 속은 수분을 머금은 선인장 안 랍스터의 모습은 처음에는 잡아먹힌 것으로 보였지만 계속 보다보니 사막이란 곳에 살아남기 위해 선인장을 뒤집어쓴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직해보이기도 하고 공허해보이기도 하는 랍스터의 모습이 묘했다. 

 

- 전시의 하이라이트 백남준 컬렉션과 필립 콜버트의 헌정 작품 <TV Robot Lob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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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사진=용은혜 인턴기자]

 

전시를 보기 위해 더 깊숙히 움직였을 때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은 작품이 바로 백남준과 필립콜버트가 조우한 컬렉션이었다. 거대한 비디오 아트 작품 <걸리버>는 처음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가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오래된 TV가 작품 제목대로 걸리버가 되고 작은 모니터들은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 사람들이 되어 걸리버를 전선으로 묶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그저 조형물 같다가도 모니터에서는 영상이 나와 작품에 매료되었다. 

 

무질서하게 뒤엉켜있는 전선은 작품의 모든 것을 연결시켰다. 전선의 무질서함을 계속 보고있으니 그것이 작품의 매력이 되었다. 오래된 TV에서 나오는 영상물들은 계속 보고 있으면 빠져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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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ROBOT LOBSTER[사진=용은혜 인턴기자]

 

그리고 그 앞엔 필립 콜버트의 백남준 헌정작품인 <TV ROBOT LOBSTER> 가 있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작품들은 과거에 전시가 되었던 작품인데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최초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백남준이 발견했던 미디어라는 요소에 랍스터가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으로 재해석한 메가팝아트 작품이다.

 

이 밖에도 총 10가지의 백남준 비디오 샹들리에 작품중 가장 규모가 거대하고 모니터 수도 많은 5번째 작품이 전시가 되어있다. 

 

- Dark Hunt Tript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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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Hunt Triptych [사진=용은혜 인턴기자]

 

캠버스 세군데에 나눠서 그린 작품으로 거대한 캠버스에서 웅장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통적으로 삼면화는 교회의 재단을 장식하는데 쓰여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그러한 형태를 빌어서 '팝의 전쟁'의 단면을 드러냈다.  

 

많은 이미지들이 섞여 한데 모여있지만 하나하나 해석할 필요없이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모티콘들과 컴퓨터의 에러메세지, 페이스북의 좋아요, 인스타그램의 하트, 랍스터와 유명 미술작품의 요소들까지 전부 얽혀있어 말그대로 ‘팝의 전쟁’이었다. 

 

- Lobster Gr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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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ster Grater[사진= 용은혜 인턴기자]

 

그레이터를 랍스터로 표현해 대형 조형물로 만든 작품이다. 일상적인 것들이 제일 팝적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그레이터를 업스케일해 사람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정말 큰 그레이터가 랍스터로 표현되어있었다. 조형물 자체가 가장자리에 배치되었지만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다. 

 

왜 그레이터로 작품을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작품의 해석을 부탁드렸다. 큐레이터분이 설명하시길 그레이터는 조리시 흔히 사용되는 도구지만 방심했다가는 손을 다칠 수 있는 물건이다.

 

즉 일상적인 물건이지만 숨겨진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었다. 작품 해설을 듣고 난 후 랍스터 그레이터가 다르게 보였다. 해석을 듣고 난 후에 머리 속을 맴도는 작품이다.

 

- Lobster 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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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ster Army[사진=용은혜 인턴기자]

 

그의 작품이 전시가 될 때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토이 시장이 커져있는 만큼 작가도 토이 시장에 관심이 많아 랍스터 토이 상품이 곳곳에 보였다. 이 랍스터 군단의 경우 필립 콜버트의 모든 전시의 시그니처로 보여진다고 한다.  

 

실제로 전시를 보는 내내 랍스터 아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고 전시를 보는 어린아이도 랍스터 군단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가졌다. 토이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이 주는 즐거움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한 손에 든 콜라가 포인트다. 

 

- Lobster F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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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ster Fountain ​​​​​​[사진= 용은혜 인턴기자]

 

전시 공간 가운데에 변기통을 걸치고 있는 랍스터가 있었다. 이 작품을 볼 때는 계속해서 물음표가 생겼다. 이번에도 왜 변기통을 걸치고 있을까 했는데 마르세 뒤샹의 '샘(fountain)'이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었다. 

 

뒤샹의 샘은 팝아트를 포함해서 현대 미술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이것이 과연 미술인가’라는 논란과 함께 완성품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논란의 작품 그리고 현대 미술계의 슈퍼스타의 작품을 필립콜버트가 재해석했다. 

 

문제적인 작품을 걸치고 멍하니 앉아있는 랍스터의 모습은 오히려 관람객과의 관계가 역전되어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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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공간[사진=용은혜 인턴기자]

 

그의 작품은 작품마다 영감받은 작품들이 뚜렷해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미술사에 무지한 기자도 콜버트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 무엇인지 유추가 가능했다. 또한 아예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결국 대중문화 속에 사는만큼 익숙한 요소들을 그의 작품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볼 때 가장 강하게 남았던 느낌은 바로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영감받은 작품을 영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고 그의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에 매료되는 것은 '자신감에 찬 해석력' 때문인 것 같다.  

 

총 60여종이 넘는 작품들을 보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고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으니 예상한 관람시간을 훌쩍 넘겼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만큼 아이를 데리고 가족단위로 오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커플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었다. 관심이 간다면 5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 꼭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은 전시 중 무휴로 운영되며 관람 시간은 5월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특별 전시투어는 주말을 제외한 매주 월~금 오후 5시 30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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