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봉 변호사의 법률분쟁 리뷰 (1)] 요양병원 간병인은 근로자인가요?

안호봉 변호사 입력 : 2021.02.22 20:03 ㅣ 수정 : 2021.02.22 20:03

대구요양병원 간병인의 퇴직금 소송, 1심 판결 2심서 뒤집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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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안호봉 변호사] 근로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근로종사자가 퇴직금 지급대상인지는 법률적 분쟁의 대상이 되기 쉽다. 구체적 계약 조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구 소재 요양병원의 다인(多人)병실에서 약 1년 3개월 간 근무하던 간병인 A는 간병인 일을 그만두면서 본인이 일하던 요양병원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 병원에서는 A가 병원 소속의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위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이에 A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으로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청은 A의 주장에 따라 위 병원의 운영자인 B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역시 A를 병원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고 B를 상대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B가 약식명령에 이의를 제기해 진행된 정식재판절차에서도 1심 법원은 B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B의 변호인을 맡은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 간병인의 근로자 여부는 병원과의 개별적 법률관계에 따라 달라져

 

B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1심 법원은, 다수의 환자들로부터 A에게로 간병비로 입금되는 A 명의의 통장을 병원 측에서 관리하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B는 일단 환자들로 하여금 위 통장에 간병비를 입금하도록 한 다음, 다시 그 금액을 다시 A의 다른 통장으로 입금하는 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사실상 병원에서 A에게 급여를 지급하였다고 보았다.

 

무릇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이 병원에 소속된 근로자의 신분인지 여부는 간병인과 병원과의 개별적인 법률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A를 병원의 근로자로 보기 위해서는, A가 임금을 목적으로 병원으로부터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야 하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A를 병원의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많았다.

 

■ 간병인 A씨, 근로계약서 작성·업무지시 수행·근로소득세 납부 등의 이력 없어

 

B의 변호인인 필자는 재판부에 아래와 같은 사정을 중점적으로 강조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A는 처음부터 병원과 근로계약서의 작성은 물론 구두로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단지 간병인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A로 하여금 근무할 병실을 안내하고, 간병비는 병원과 관계없이 환자들로부터 직접 입금될 것이라는 안내를 한 것이 전부이다(통상 간병인은 간병협회를 통하여 근무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알아보는데, A의 경우 간병협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병원으로 찾아왔다). 실제 병원은 환자들로부터 입원비를 수납받았는데, 입원비에는 간병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A가 근무할 당시 본인이 받을 간병비 총액은 130만 원으로 정해졌고, 이는 A의 간병을 받는 복수의 환자들 또는 그 가족들이 1/n의 금액으로 나누어서 입금하는 방법으로 지급되는 것이었다. 단 병원에서는 매달 환자들이 제대로 된 금액을 간병비로 입금하는지 여부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간병비가 입금되는 A의 통장을 편의상 병원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1심에서 유죄의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병비 입금 총액이 130만 원인지, 혹시 부족분 또는 초과분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A의 동의를 얻어 보관한 것일 뿐이었다. 병원에서는 위 통장의 신고인감까지 보관한 사실도 없고, 비밀번호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A는 환자들 세안, 목욕, 체위변경, 침상정리, 대소변 처리 등의 단순 육체적인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이 외에 병원으로부터 어떠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인사, 승진, 보수, 징계 등에 관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전혀 적용되지 아니하였다. 심지어 A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근을 하거나 휴가를 갈 때에도 본인이 직접 대체 간병인을 구하여 간병업무를 대신 하도록 하면 충분했다. 그 과정에서 병원의 결제를 받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나아가 A가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만약 간병비가 병원으로부터 지급받는 임금에 해당한다면 병원에서는 당연히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야 할 것이나, 이러한 세법적인 절차가 이루어진 바는 전혀 없이 환자들이 입금하는 간병비 전액이 고스란히 A에게 귀속되었다. 즉 A가 수령하는 간병비는 평소에는 근로소득으로 취급되지 않아 A는 한 푼도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는데, 퇴직할 때에만 근로소득으로 둔갑된 셈이었다.

 

항소심은 이러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A를 병원과의 관계에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던 것이다.

 

■ 근로자 관계를 강제한 1심 판결을 취소시켜

 

기본적으로 병원과 간병인의 관계는 병원이 간병인을 근로자로 고용하여 환자들의 거동을 보조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간병인을 환자와의 관계에서 간병용역계약을 체결한 독립한 개인사업자의 지위에서 협업을 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이는 법률행위에 있어서의 사적자치(私的自治, 개인의 신분이나 재산에 관한 사법 관계를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규율하는 일)의 원칙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근로자를 사회적인 약자인 보호대상으로 보아 그 내부적인 고용관계가 애매한 경우에는 근로자의 지위로 추정함으로써 근로자 신분의 외연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없지 않다. 본 건의 경우에도 그러한 분위기가 1심 법원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물론 악덕 사업주로 인하여 재산상·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근로자의 경우라면 당연히 두터운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어 근로자의 신분에 있지도 아니함에도 근로자의 지위를 빙자하면서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하여 사업주를 괴롭히고, 불이익을 우려한 사업주로부터 지급의무가 없는 금전을 받아내려고 하는 부당한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근로자 지위의 존부는 이를 주장하는 측의 말만 듣고 쉽게 추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 본건의 항소심에서는 A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의 의사 내지 인식과 동떨어지게 근로계약관계를 사실상 강제한 것과 다름없는 1심의 판결을 취소했다. 이를 통해 근로계약관계의 존부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결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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