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언택트인간(5)] 영유아 교육의 양극화와 ‘우울한 주부’가 대세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1.10 07:35 ㅣ 수정 : 2020.11.11 02:16

올 상반기 육아휴직을 한 노동자 6만205명, 전년동기대비 12.5%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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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간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자제돼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업의 직장인들은 출근 아닌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친구를 사귀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생, 캠퍼스의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대학 신입생, 선배와 교류가 적은 직장 초년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의 일시적 소멸, 마스크를 안 쓴 사람과 군중집회에 대한 적대감 같은 사회현상도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언택트 산업’이 흥하는 속도에 맞추어 사람과의 직접적 소통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인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투데이는 이를 ‘언택트 인간’이라고 칭하고 그 현상과 문제점을 심층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원어민 선생님에게 1:1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이 급습한 올해에 영유아를 키우는 주부들은 가혹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자 코로나가 본격화되었던 4월 이미 휴가를 다 쓴 워킹맘들은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 휴직하거나 퇴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부 주부들은 공교육의 부실화를 걱정해 고비용 사교육 지출을 늘렸다. 1:1 과외 혹은 소수 회원제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도움을 요청했다. 반면에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주부들은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할 때마다 집안에 격리되어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했다. 때문에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육 양극화와 우울한 주부는 코로나19가 낳은 언택트 인간의 한 유형으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워킹맘들은 황당 체험 / 올 상반기 육아휴직 6만 건 넘어서 
 
지난 8월 28일 수도권에서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열흘 넘게 200명을 초과했다. 정부는 수도권 방역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9월 4일 이 조치를 1주일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9월 13일까지 수도권에서 2주 동안 시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갑작스럽게 2주간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원 등 영유아의 교육을 담당해주는 곳들이 임시휴원을 했다. 어린이집과 일반유치원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긴급보육을 시행했지만, 영어유치원은 학원으로 분류되어 5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어 긴급보육 없이 말 그대로 2주간 임시휴원에 들어갔다.
 
일부 영어유치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미취학 아동이 어른의 도움 없이 온라인 수업을 혼자 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2.5단계 격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맞벌이하는 워킹맘들은 이러한 2주간의 돌봄 공백으로 퇴사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주부들은 대부분 가정보육에 나섰고,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워킹맘들은 휴직이나 퇴사를 결정했다. 여유가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1:1 과외 및 돌봄 서비스, 고가의 어린이 멤버십 클럽에 손을 내밀었다.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와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돌봄 관련 상담은 51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0건에 비해 17배나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민간 부문에서 육아휴직을 한 노동자는 6만205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2.5% 증가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육아휴직이 늘어난 것은 학교도 학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의 학업 공백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당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독박육아’, ‘육아지옥’, ‘육아감옥’, ‘돌밥(돌아서면 밥)’, ‘육아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3040 엄마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 "24개월에 400만원 자리 멤버십에 주저없이 가입" VS. "고가의 맴버십 사교육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우울"
 
36세 워킹맘 A씨는 “6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당시 금요일에 발표했기 때문에,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아이를 보낼 곳이 없었다”며 “1:1로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 공부와 놀이 활동을 해주는 어린이 영어 멤버십 클럽에 가입해뒀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동안 멤버십 클럽에 보내고, 한글과 수학 등 과외 스케쥴을 잡아서 아이의 교육에 빈틈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해당 멤버십 클럽에 가입비는 24개월 이용권이 400만원이 넘었지만, 영어유치원 한 달 원비가 150만원 정도 나가는데, 24개월에 400만원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소수의 아이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유치원 과제를 함께 봐주는 등 1:1 수업을 진행해 줬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지 못했지만, 육아 부담도 교육에 대한 고민도 크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주부들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과외 선생의 급여를 인상했다. 대신에 아이와의 수업 외에는 개인적인 외출 활동 등을 삼가겠다는 약속을 받아 1:1로 아이 교육을 하기도 했다. 

 

영어유치원과 학원 등이 임시 휴업하자 1:1로 진행되는 어린이 승마 멤버십 클럽 등을 보내기도 했다. 
 
일반유치원에 다니는 6세 아이를 둔 32세 전업주부 B씨는 이렇게 전했다.

 

“사회적 2.5단계 기간 동안 유치원에서 긴급보육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워킹맘이 아니므로 사실상 긴급보육은 신청하지 못했고, 2주 동안 집에서 아이를 보육했다. 코로나로 아이와 외출은 생각도 못 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TV와 유튜브를 자주 보여줬다. 해당 기간 동안 아이를 고가의 멤버십 클럽 등에 보내는 엄마들의 SNS 피드를 보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 주부들은 그동안 본인의 희생으로  코로나 기간을 버텨왔다. 하지만 금전적 여유가 있는 주부들이 회원제로 아이를 돌봐주는 업체의 손을 빌려 여유 있게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우울증에 빠진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