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언택트인간(4)] 예체능 전공자는 직업의 위기, “화상캠으로 악기레슨은 말도 안돼요”

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1.01 08:26 ㅣ 수정 : 2020.11.02 19:44

학생과 교사 모두 성에 차지 않는 ‘반쪽짜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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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간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자제돼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업의 직장인들은 출근 아닌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친구를 사귀지 못한 초등학교 1학년생, 캠퍼스의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대학 신입생, 선배와 교류가 적은 직장 초년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의 일시적 소멸, 마스크를 안 쓴 사람과 군중집회에 대한 적대감 같은 사회현상도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언택트 산업‘이 흥하는 속도에 맞추어 사람과의 직접적 소통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인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뉴스투데이는 이를 ’언택트 인간‘이라고 칭하고 그 현상과 문제점을 심층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바이올린 원격수업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영향으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비대면 수업이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으나 예체능 전공 학생들에게는 ‘불상사’에 가깝다.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예술과목의 특성 상 즉각적 피드백이 필수인데 줌(ZOOM)등을 통한 온라인 강의로는 실기과목 수업을 진행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학생이나 교사 모두 ‘직업적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은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없고, 교사도 후학을 양성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 ‘반쪽짜리 수업’ 받고 있는 음악 전공생들

 

K예술고등학교 바이올린 전공생 J군은 “올해 고3이 됐는데 학교에 간 날을 손에 꼽는다”면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더라도 개인레슨은 당연한 것이고 본인의 연습시간이 더 중요한데 실기 실력을 키울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관현악 파트의 경우 오케스트라 연습도 주 2회는 진행했는데 이제는 거의 진행하지 못한다”면서 “솔로 연주도 중요하지만 협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연주기회를 놓쳐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요즘은 솔직히 학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악기의 경우 미세한 소리의 차이, 주법, 페달링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면 개인레슨이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오케스트라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해 ‘반쪽짜리 수업’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J군은 입시전형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 했다.


“실기곡 연주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녹화해서 보내라는 거예요. 연주자는 무대나 실기시험장 같은 곳에서 얼마나 안 떨고 할 수 있는지 그런 담력도 중요한 건데... 그런 걸로 속이거나(대리연주)할 일은 없겠지만 연주환경이 다 다르잖아요.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그 영상을 찍는데도 형편이 넉넉한 친구들은 스튜디오 빌려서 하더라고요.”


특히 성악전공 학생들은 전공레슨 때 마다 조마조마하다고 전했다.

 

A예술고등학교 K양은 “악기 전공하는 애들은 그나마 낫다”면서 “성악실기는 표정이 중요하고 입모양, 턱의 위치, 눈썹뼈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소리가 달라지는데 마스크를 쓰고 레슨을 받다보면 너무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들 비대면 수업의 단점에 대해서 말하지만 특히 예체능 전공학생들은 너무 힘들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수업이 불편하기는 미술전공생도 마찬가지다.


올해 미대 입시 재수를 앞둔 K양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욕심내어 재수를 했는데 1년만에 이렇게 세상이 바뀔 줄 몰랐다”면서 “대학에 붙은 친구들도 학교에 거의 안나가더라”고 전했다.


K양은 “저처럼 재수하는 학생들은 그래도 마스크 쓰고 조용히 학원에서 그림 그리니까 그나마 낫다”면서 “오히려 대학에 붙은 친구들은 학교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화상캠으로 이론과목만 듣는다”고 말했다.

 
■ “비대면 수업이라도 가능하면 다행이죠”, 체육 전공생들은 수업 취소도 빈번
 
“성에 차지 않더라도 걔네들(음악, 미술 전공생)은 그나마 수업을 들을 수라도 있죠. 저희처럼 농구하는 애들은 수업취소도 진짜 많아요.” 올해 Y대 체대 입시를 앞둔 L군의 말이다.


L군은 “하루라도 쉬면 몸이 굳어 티가 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최대한 입시학원(실내체육관)에 가기는 하지만 코로나 2.5단계였을 때는 아예 수업이 없어 혼자 외진 곳에서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수업이 있으면 다행이다”면서 “한창 뛰고 나면 안 그래도 숨이 찬데 마스크를 벗을 수 없으니 생기지 않던 여드름이 얼굴에 다 생겼다”면서 “애들하고 ‘올해 입시 망했다’는 말도 농담처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 수업진행방식 변경에 당황스럽기는 교수도 마찬가지
 
배우는 학생들도 어려움이 많지만 강의를 진행해야하는 개인 레슨교사, 강사, 교수 등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한 음악대학교 작곡과 교수는 “저는 다른 교수님들보다 나이가 젊기 때문에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캠으로 수업진행 준비하고 하는 것들이 어렵지 않다”며 “이론과목이 많은 작곡수업의 특성 상 오히려 더 편리한 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대면 수업보다는 서로 불편한 점은 있다”며 “제일 불편한 건 학생들이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나이 많은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 준비를 조교나 강사들에게 부탁한다”면서 “고생하는 거(대신 수업준비 하는 것)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첼로 개인 레슨교사인 K양은 “집에 자녀가 있어 자칫하면 코로나를 옮길까봐 학생과 대면수업하기가 너무 겁이나서 한번은 웹캠으로 레슨을 시도해봤다”면서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한번 진행해보니(온라인 수업) 이건 절대 말이 안 되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음질도 말이 안 나올 정도고... 아시잖아요, 미세한 음색이나 활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도 소리가 천차만별인데. 그런 거(미세한 음색차이) 배우려고 몇십 씩 레슨비 내고 하는거잖아요. 수업 시작한지 10분 만에 이건 안되겠다하고 접었죠.”


K양은 “결국 마스크 쓰고 개인레슨을 진행한다”면서 “솔직히 학생들한테는 시험 당일에 전쟁이 나도 흔들리지 말고 연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올해 입시는 변수가 너무 많아 모두에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