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23) ‘침묵의 문단’에 분노해 고은의 ‘성 유희’ 기고한 최영미 시인

박혜원 기자 입력 : 2018.03.02 15:00 |   수정 : 2018.03.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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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해 전시한 '만인의 방'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뉴스투데이
 
한국사회의 권력기관들이 벼랑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전직 방송국 PD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슈도 성폭력을 넘어서 채용비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갑질’에 대한 고발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전례없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도미노 사태가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변혁시키는 단초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고은의 '성추행 관습'에 도종환 문화부 장관 침묵하고 문학과 지성사 설립자 김병익은 옹호론 개진

한국문단 권력층의 
문단의 침묵과 비호에 분노해 고은 관련 '최악의 추태' 추가 고발

최영미 시인은 지난 2017년 12월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등의 구절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최 씨는 1992년에 등단해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4년에 발표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52쇄를 기록하며 시집으로서는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 있는 시인이다.
 
<황해문화>를 통해 시를 발표한 이후 최영미 시인은 2월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폭력 가해자는 고은 시인뿐만이 아니며 문단 내에 수십 명 이상이 더 있다고 추가 폭로하는 등 ‘미투’ 운동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최영미는 지난 2월 27일 최영미 시인은 3차 추가폭로에 나섰다. ‘동아일보’에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며 자필 고발문을 기고했다.
 
최 시인에 따르면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서울 탑골공원 인근의 한 술집에서 선후배 문인들과 술을 마시다 고은 시인과 동석했다.
 
최 시인은 “천정을 보고 누운 그가 바지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며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를 향해 명령하듯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말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 행동을 제어하지 않았으며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최 씨는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시인이 발언으로 미루어보아 이와 같은 추가 폭로의 배경에는 문단계 권력층의 침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고글을 마치며 최 시인은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은 무시되어도 좋으냐”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얌전한 한국 시단에서 돌출적인 존재이고 시의 역사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며 고은 시인을 옹호한 바 있는,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과지성사의 설립자인 김병익 씨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편 유명 시인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 ‘미투’가 일어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뒷처리에 진땀… 영화계·문단계 등 곳곳에 '쇼크' 일어나
 
현재 고은 시인의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 1편, 고등학교 교과서에 10편 등, 총 11편이 실려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2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삭제 여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도서관은 지난 28일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해 전시한 서울도서관 내 ‘만인의 방’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인의 방’은 임시 조치로 가림막이 쳐져 있는 상태다.
 
한편 가해 당사자인 고은 시인은 지난 2013년부터 거주해왔던 수원시 광교산의 ‘문화 향수의 집’에서도 자리를 비우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수원시에서 추진할 예정이었던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 기념 행사와 고은문학관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이와 같이 문화계 곳곳에서는 ‘고은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고은 시인 뿐만 아니라 내부고발자들의 폭로에 의해 과거 성범죄 이력이 밝혀진 가해자들로 인해 문화계 전반에 ‘쇼크’가 일어나고 있다.
 
오달수 배우의 경우 이미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영화가 4편에 달한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오 씨의 출연 장면을 전부 편집하거나 배우를 교체하여 재촬영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조재현 배우의 경우에는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크로스’에서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발생해 급하게 대본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 운동에 의해 문화계에서 현재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사들이 연이어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됨에 따라 이에 따른 여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최영미 시인과 서지현 검사는 앞서 자신이 고발한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현재까지 ‘미투’운동으로 인해 폭로된 사건들이 평균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두고 폭로되었음을 미루어볼 때, 현재 수면 위로 올라온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투’ 운동이 계속되는 한 문화계 전반의 필연적인 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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