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18) 윤호진의 '2차 가해' 공포에 휩싸인 익명의 제보자

이지우 기자 입력 : 2018.02.27 15:07 |   수정 : 2018.02.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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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윤호진 에이콤 대표, (오른쪽) 뮤지컬 '윈즈데이' 포스터 ⓒ뉴스투데이DB, 에이콤


한국사회의 권력기관들이 벼랑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전직 방송국 PD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슈도 성폭력을 넘어서 채용비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갑질’에 대한 고발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전례없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도미노 사태가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변혁시키는 단초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윤호진 에이콤 대표, "사실관계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중요"하다며 성추행 사실 시인 거부

자신의 성추행 여부 언급 회피 한 채 피해자들의 자발적 연락 제안?

피해자들, “뮤지컬계 권력자에 연락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호소

윤호진 범죄혐의 폭로한 내부고발자,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한 대표적 사례

“뮤지컬계는 ‘침묵의 카르텔’(사회집단이나 이해집단이 불리한 문제나 현상이 있을 경우 조직적으로 침묵하거나 은폐하는 것)을 깨는 자에겐 죽음뿐이다” 미투운동에 동참한 익명의 뮤지컬 업계 종사자는 ‘영웅’, ‘명성황후’ 등 굵직한 뮤지컬 연출가로 알려진 윤호진 대표의 민낯을 고발하면서도 앞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 ‘윈즈데이’가 28일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무기한 연기됐다. ‘윈즈데이’ 연출을 맡은 창작뮤지컬계 대부 윤호진(71) 에이콤 대표가 ‘성추행’을 인정하면서다. 특히 대중들은 ‘윈즈데이’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소재인 뮤지컬인 만큼 윤 대표의 성추행 사실에 받는 충격이 크다.

윤 대표는 ‘명성황후’, ‘영웅’ 등 유명 뮤지컬의 연출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공연 제작사 에이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웬즈데이’를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실명 미공개 및 언론보도 안 된 성폭력 가해자 제보 상황’이라는 제목과 함께 ‘윤호진’ 이름의 초성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글에 따르면 해당 초성의 인물이 상습 성추행을 했다는 것.

익명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윤 대표는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여배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으며 술자리와 이동 중인 차량 안에서 허벅지를 쓰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세간의 의혹이 짙어지자 24일 스스로 수습에 나섰다. 윤 대표는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중요하다"면서 "피해자가 느낀 것이 맞으니 그분들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사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표는 사과문에서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 있다면 피해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제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사과의 형식을 갖추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자신은 '성추행'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실'보다는 '피해자의 감정'을 존중해 사죄하겠다는 논리이다. '관대함'을 표방한 '성추행 부인'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더욱이 윤 대표의 이러한 '어법'을 두고 피해자들은 "보복을 받을 것 같아 두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대표가 무서워서 익명으로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오라는 것은 "네가 누구인지 확인하겠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대표의 태도가 '가해자의 너그러움' 혹은 '가해자의 공갈'처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일부 인터뷰에서 “공연계 권력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두렵다”면서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투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실명을 공개하며 대응하고 있는 피해자들과 달리 윤 대표 관련 피해자들은 수면위로 나서길 주저하고 있다. 아직 신분을 공개한 인물이 없다.

연극계의 한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 뮤지컬계는 좁은 바닥이고 윤호진 대표에게 찍히면 미래가 없다"면서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윤 대표가 부당한 방식으로 사죄해도 스스로 실명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윤대표의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는 또 다른 '2차 가해'를 두려워하며 익명의 어둠속에서 떨고 있는 셈이다.

윤호진의 범죄혐의를 폭로한 인물은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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