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⑩ 이윤택의 '무차별적 18년 성폭력' 폭로한 이승비

박혜원 기자 입력 : 2018.02.21 18:10 |   수정 : 2018.02.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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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권력기관들이 벼랑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전직 방송국 PD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슈도 성폭력을 넘어서 채용비리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갑질'에 대한 고발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전례없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도미노 사태가 한국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뿌리부터 변혁시키는 단초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이승비 대표, "발성연습 시켜놓고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어" 폭로
 
김수희 대표, 연희단거리패 내의 성폭력 첫 증언...이승비, 연희단거리패 밖의 여배우에 대한 성폭력 첫 고발
 
연극계 관계자, "연희단거리패, 재계내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수준의 연극계 권력집단" 증언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극단 미인의 대표 김지현에 이어 극단 나비꿈의 대표인 이승비가 이윤택(76) 연극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이승비의 추가 폭로가 갖는 의미는 이윤택의 범죄행각에 대한 첫 내부고발자인 김수희 극단 미인대표에 이어서 미투운동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수희 대표의 증언은 연희단거리패 내의 '관습'이었던 이윤택의 성폭력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승비의 추가폭로는 이윤택의 성폭력이 자신이 왕으로 군림해온 연희단거리패에 소속되지 않은 여배우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행해졌음을 확인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이승비 대표는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에 출연하여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연극배우 겸 극단의 대표로 활동해왔다.

 

한편 이윤택 연출가는 연출가 이전에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이밖에도 문화평론가, 시인, 극작가, 연출가, 무대감독 등 문화계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 같은’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005년에는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연극계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윤택 연출가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극계에서 연희단 거리패라고 한다면 반도체 사업의 삼성전자, 자동차 사업의 현대기아차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고 그가 행사해온 영향력의 크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내 다른 관계자들 또한 그의 악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며 “이윤택 연출가의 말 한마디면 배우의 배역이 바뀌었으며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우가 자신의 발성마저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성추행 직후 행정실로 찾아갔으나 오히려 '마녀사냥' 당하고 남자친구도 '묵살'  

 

이승비 대표는 지난 19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국립극단에서 객원단원으로 ‘떼도적’이라는 작품의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을 당시 국립극단 극장장이었던 이윤택 연출가가 이승비 대표를 연습 후에 따로 남게 해 성추행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이 대표는 “CCTV도 없는 곳에서 그가 대사를 치게 하며 온몸을 만졌다”며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승비 대표는 행정실로 찾아가 모든 이야기를 전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공연 횟수가 줄어드는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한 것이다. 또 성추행을 당한 당일 공연을 하지 못해 “최초로 국립극단 공연을 빵꾸낸 이승비 배우”라는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승비가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했으나 '묵살'당했다는 사실이다. 남자친구 또한 이윤택이 왕으로 군림해온 '연희단패거리' 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해자를 이윤택 연출가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당 글이 앞서 연극계 내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진 이윤택 연출가가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 15분 전에 게시되었다는 점, 가해자가 당시 국립극단 극장장이라고 설명했다는 점을 통해 가해자가 이윤택 연출가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이윤택, 기자회견서 '관습적 행동'이라고 미화시키며 '피해자 수'에 대해선 '오리발'
  
이윤택 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잘못을 인정한다며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은 오히려 논란을 걷잡을 수 없게 증폭시키는 추세다. 

 

그는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폭로되었던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 “성행위는 있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피해자는 '성폭행'이라고 호소하는 데 가해자인 이윤택은 사실상 '상호합의'라고 우기는 모양새를 연출해낸 것이다. 
 
또 이윤택은 피해자를 몇 명으로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18년 가까이 관습적으로 저질러 왔다”고 태연하게 답변했다.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자신의 '범죄 행각'을 관습이라는 용어로 미화시키는 태도에서 반성의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또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윤택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대답했으나 구체적 사죄 방식은 거론하지 않았다. 최근에 폭로된 자신의 범죄행각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면피용 답변'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성폭행은 형법제 297조 등에 의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성추행도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윤택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은 모두 사건 발생 시점이 10년 이상이 지났다. 실정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안들이다.  

 

이에 대해 김지예 변호사는 20일 채널A ‘신문이야기-돌직구쇼’에 출연해 “사과의 내용을 이전에 피해자들과 논의했어야 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이윤택씨는 피해자에 대한 개인적 사과 및 사후 보상 등은 언급하지 않고 ‘관행이었다’, ‘잘못인지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다’는 등의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희단거리패와 김소희 대표,  조직적인 '성폭력 방조'의혹에 휩쓸려 
  
현재 이윤택 연출가는 한국극작가협의회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서울연극협회에서 제명된 상태다. 

 

또한 이윤택 연출가가 예술감독으로 소속되어 있던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19일 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 직후 해체를 선언했다. 연희단거리패는 페이스북과 극단 홈페이지 등 공식적인 창구를 모두 닫은 상태다. 

 

그러나 이윤택 연출가로 인해 촉발된 연극계 내 성폭력 사건은 이윤택 연출가 한 명을 단죄하고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하는 것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JTBC ‘뉴스룸’에서는 익명 피해자가 전화 연결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연희단패거리에 소속되어 있었던 2000년 중반부터 2010년까지 “기수가 높았던 선배가 이윤택에게 안마할 여자 배우를 초이스하는 역할을 했다”며 “옆에서 이윤택을 부추기고, (요구를) 거부하면 면박을 주는 여자 선배님들이 더 원망스러운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비단 이윤택 연출가뿐만 아니라 연희단거리패 조직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지난 19일 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에서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날 JTBC 뉴스룸이 방영된 직후에는 SNS 계정을 통해 “JTBC 뉴스에 나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방송국 측에 정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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