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⑦ 김현 시인, 문단 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

박혜원 기자 입력 : 2018.02.08 13:25 |   수정 : 2018.02.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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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작가회의가 지난 2016년 10월 24일 문단 내 성폭력 논란에 대해 밝혔던 입장 전문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 박혜원 기자)
  
'미투'운동의 기폭제였던 김현 시인, 최영미 시인 '지지 의사' 밝혀 
    
김현 시인이 지난 7일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 폭로에 동참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김현 시인은 2009년에 등단해 세 권의 시집을 냈으며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질문 있습니다’라는 산문을 발표하며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에 기폭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김현 시인은 ‘질문 있습니다’에서 “어디서 뭘 배웠기에 문단에도 이렇게 XX새끼들이 많을까요?”, “한 출간기념회에서 남자1은 ‘너의 오늘 목표는 저 누나들을 이 자리로 끌고 오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여자 후배 시인을 이름을 열거하며 꼴리는 순으로, 따먹고 싶은 순으로 점수를 매겨보자고 한 남자 3,4,5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글에서 김현 시인은 ‘남자1’부터 ‘남자13’까지의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입니다”라며 성폭력을 방관하는 문단 문화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성폭력이 마치 '예술의 자유'인듯 왜곡되는 것과 부실한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  
  
김현 시인은 인터뷰에서 문단 내 성폭력이 계속된 이유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원로시인이 대중강연 도중 주최 측의 여성 관계자를 불러 술을 가져오라고 했고, ‘술은 역시 여자가…’라는 발언을 했다”며 “그때 그 말이 원로시인의 위트 있는 말이나 농담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 “그 시인이 그게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대중이 보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술자리에서 농담하고 희롱하는 것을 ‘예술의 자유’로 잘못 인식한 문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의 가해자들은 가해를 저지를 당시 그것이 문제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이후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김현 시인은 “단적으로는 술자리가 줄어든 것 같다”며 “선배 문인들도 전혀 인식이 없다가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큰일난다’거나 ‘시대가 바뀌었다’는 인식 정도는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고발한 당사자들이 무고나 명예훼손 등 소송에 휘말려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피해자들이 상담하고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구가 없다”며 근본적인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승철, 황정산 시인등은 문단 내 '미투'운동의 부작용 강조해 논란 키우기도
   
성폭력 폭로에 대해 남성이 입장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이후, 각계 남성 인사들이 이에 대해 의견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것이 또다른 논란의 씨앗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황정산 시인은 지난 6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용기 있는 고발에 경의를 표하지만 발언에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성희롱성 발언과 행위가 그간 만연했던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청탁과 작품 조망이 모두 그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칫 지금 조망받고 있는 모든 여자 시인들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용인했거나 그런 것을 이용했다고 여겨질 수 있고, 최영미 시인이 성희롱을 참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문단에서 사장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내부고발을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황정산 시인은 7일에 “서투른 생각을 했다”며 “피해받은 여성의 입장에서 뿌리 깊이 통감하지 못한 남성 관찰자의 입장이었고 깨달은 바가 크다”며 사과했다.
  
현재 황정산 시인이 지난 6일에 올렸던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지난 7일 이승철 시인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승철 시인은 “인터뷰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며 “최영미 인터뷰는 한국문단이 마치 성추행 집단이 인식되도록 발언했기에 난 까무러치듯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En’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조금도 납득할 수 없다”며 고은 시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8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김현 이외에 김명인 평론가, 류근 시인등도 '내부고발자'로 참여한 남성 문인들 
 
김현 시인 뿐만 아니라 류근 시인이나 <황해문화>의 편집주간인 김명인 문학평론가 또한 최영미 시인의 ‘미투’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류근 시인은 지난 6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반응이 놀랍다”고 말했다.
  
김명인 평론가 또한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최영미 시인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며 지난해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여 “이른바 문단밥을 먹고 살아온 모든 남성 작가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전부 잠재적 용의자이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다고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 시인의 ‘미투’ 운동 동참은 최영미 시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뿐만 아니라 ‘내부고발자’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폭력 폭로 다른 남성 문인에 비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한국의 대표 작가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문단 내 성폭력 징계 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2017년 1월에 제명 6명, 자격정지 1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징계 대상 회원 전원이 스스로 탈퇴서를 제출해버려 실질적인 징계 조치는 0건이었다.
  
김현 시인의 ‘미투’ 운동 참여가 다시 문단 개혁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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