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살인마’된 고속버스, 브레이크 걸어라

이지우 기자 입력 : 2017.07.18 15:53 |   수정 : 2017.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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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 운전기사 A씨, ‘18시간 근무’ 일상화

운수업체의 탈법경영 뿌리뽑지 못하면, 언제라도 ‘졸음 운전 참사’ 재연 가능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때문에 끝없는 욕구와 욕망을 갖고 있다.
 
매슬로(Abraham Maslow)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애정과 소속의 욕구-자기 존중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 순서로 피라미드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욕구 단계의 시작은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한다. 하위 단계를 충족해야 다음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중 생리적 욕구인 ‘수면’의 결핍이 지난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사고의 원인이다. 
 
딱 1년 전인 7월 17일 발생했던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던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5중 추돌 사고도 수면욕을 철저히 무시한 탓에 발생한 참사였다.
 
올해 7월이 시작되면서 여름 휴가와 오는 10월 황금 연휴를 앞두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가까운 곳 아니면 차라리 해외를 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1차로 사고 영상에 경악했고, 운전기사의 하루 일과를 알고나서 2차 충격에 빠졌다. 
 
YTN이 보도한 사고 버스기사 근무일지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8일 18시간 9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시간은 하루 이틀 근무시간이 아니었다. 5일에도 15시간 30분, 6일도 18시간 15분을 근무했던 것.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 A씨(51)는 하필이면 9일 사고당일에 피곤이 몰려온 것이 아니었다. 장시간 근무의 일상화로 피로는 수일에 걸쳐 누적된 상태였다. A씨 진술에 따르면 6회 왕복을 기준으로 1회 운행을 마치면 휴게시간이 15분 정도 주어지는데 식사시간 때와 겹치면 40분 정도 쉴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A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다른 동료 버스기사의 운행기록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7시 25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꼬박 17시간을 넘게 운전했는데 이 가운데 밥을 먹고 쉬고 기름 넣는 시간까지 모두 더해도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즉 이러한 운수업체 근로자들의 일과가 운수업체 내부에선 당연한 사실처럼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결국 작년 발생한 봉평터널 사고와 이번 경부고속도로는 같은 이유에서 발생한 참사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러한 '고속도로 위의 살인'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관련 법안은 시행 중이다. 봉평터널 사고 이후 심각성을 깨닫고 버스 운전사에게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악순환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운전기사 A씨를 ‘살인’으로 내몰고 수수방관한 것은 정부부처와 운수업체라고 볼 수 있다. 결코 A씨를 위한 변명을 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운수업체가 탈법이나 편법을 일삼고, 감독기관인 정부부처가 이를 사실상 묵인해주는 것은 제2, 제3의 A씨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관련조사에 따르면, 운수업체에서 근무 중인 운전기사들 다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시행된 이후 근무행태 개선등과 같은 효력을 느낀 적이 없다고 답할 정도이다.

현재 버스 안전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 이후, 대대적인 현장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A씨 조사와 별도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이 버스소속 업체인 오산교통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고 배경에 대해 수사 중이다. 관할 경찰서가 아닌 서울경찰청이 교통사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에 버스운수업체에 만연한 운전기사에 대한 노동착취를 뿌리 뽑아야한다. 그것이 다수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버스운수업체들도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해 자신의 죄를 희석시키려고해서는 안된다. 악은 악일 뿐이다.

버스운수업체는 법을 지키고 정부는 원칙에 따른 처벌을 함으로써, 바야흐로 본격화되는 피서철에 또 다른 졸음 운전 참사 소식을 듣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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