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 첫번째 사채권자 집회서 99% 찬성 가결

정진용 기자 입력 : 2017.04.17 13:20 ㅣ 수정 : 2017.04.21 21:27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17일 오전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관계자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기관투자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등 주요 사채권자 찬성 동참

대우조선 기사회생 기회 얻었지만 회생 여부가 관건


(뉴스투데이=정진영기자) 17∼18일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의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줄줄이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정상적인 기업운용을 통해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됐다.

17일 오전 서울 다동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첫번째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7월 만기(3000억원)와 관련해서 참석 채권액 2403억5800만원(전체 채권 중 참석율 80%)중 2403억4700만원이 찬성(찬성률 99.9%)해서 채무재조정 안건이 가결됐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큰 고비를 넘겼지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당초 반대입장에서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채권자집회 앞두고 찬성으로 입장 선회한 국민연금=국민연금이 반대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데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시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한 이행확약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국민연금이 16일 오후까지 채무재조정안에 계속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자 상환유예 대상 사채를 신규대출(2조9000억원)보다 먼저 상환해주겠다는 당근책을제시했다.

대우조선이 갚아야 할 CP를 포함한 회사채는 1조5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채무재조정안은이 중 절반인 7500억원은 대우조선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되고 나머지 7500억원은 3년 거치 3년 분할상환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 4월 만기 회사채 4400억원 중 1900억원을 쥐고 있다. 이 중 절반(850억원)은 2020년 4월까지 1%의 이자만 지급되고 이후 3년간 원리금 분할상환이 이뤄지게 된다.

산은과 수은은 기관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상환유예 대상 사채를 대우조선이 우선적으로 상환하도록 중재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은 분할상환 대상 채권의 상환 기일 전월 말에 상환 예정 원리금 전액을 별도 에스크로(별도 입금) 계좌에 예치하여사채권자에 지급할 원리금 상환액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도록 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와 별도로 대우조선 명의 별도 계좌에 사채 청산가치(실사보고서 기준 회사채 등 채권액 6.6%)에 상응하는 1000억원가량을 입금하고 이 계좌를 사채권자들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이 잘못되더라도 회사채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보장책을 얻은 셈이어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사채권자들도줄줄이 찬성 입장=채권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이어 대우조선 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역시 회사채와 CP 채무재조정에 모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첫 번째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17일 오전 현재 회사채 보유량이 500억원 이상인 신협(900억원), KB자산운용(600억원), 수협중앙회(600억원), 산업은행(600억원)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은행·금융투자·보험 관련 기관투자자 가운데선 하이투자증권(400억원), 교보생명(400억원), 전북은행(200억원), 현대해상(200억원), 동부생명(100억원), 동부화재(100억원)가 채무 재조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400억원)와 증권금융(200억원)은 채무 재조정 찬성 의사를 밝혔다.
사채권자집회는17일 3차례, 18일 2차례 등 이틀 간 모두 5차례 집회가 예정돼 있다.5회의 집회 중 단 1번이라도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되면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마지막으로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대우조선은 산은·수은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다시 한 번 정상화를 위한 항해를 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18일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 반발, 대우조선 회생 못하면 결국은 국민이 손실 떠안아야= 국민연금이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17일 각종 온라인에서는 국민연금의 결정을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cyw3423은 “결국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하면, 국민연금의 추가부담이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돈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itonic113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은 이미 깨졌다”면서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에 국민혈세를 계속해서 쏟아 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부정적이었던 근본적인 요인은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감사법인이 지난해 대우조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한정’ 의견을 낸 것도 걸림돌로 지적됐었다.

하지만 결국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하게 돼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쏟아질 비난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보다 자율적 구조조정이 연금가입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국민연금의 궁색한 변명이 통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