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설 풍속도?…‘포트럭식’ 설 준비 가정 늘어

정진용 기자 입력 : 2017.01.26 16:08 |   수정 : 2017.01.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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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상승으로 설음식 준비비용이 늘어나면서 각자 음식을 준비해서 명절을 쇠는 가정이 늘고 있다. ⓒ뉴스투데이


설음식 각자 싸갖고 모여서 나눠 먹어

경기불황-설비용 부담 증가에 신풍속도

(뉴스투데이=정진용/강소슬기자) “동서들한테 각자 음식 해오자 했더니 너무들 좋아라 하네요. 명절전날 다들 모여서 하루종일 붙이고 지지고 힘들어 죽으려 해요. 음식준비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각자 해오자 했지만 이 많은 식구들 다 먹이려면 각자 해오는 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련지…” ” “올해 설에는 각자 음식 한 가지씩을 싸가지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큰집에서 모든 것을 다 준비하려면 죽어날 텐데 십시일반 음식을 갖고 가면 조금이라도 힘을 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설을 앞두고 카페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들이다. 27일부터 설 연휴에 들어가지만 올해도 예외 없이 주부들은 괴롭다. 설음식 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라면 일은 일대로 하고, 설음식 준비는 설음식대로 준비해야 하는 여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다른 양상은 각자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만나자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런 음식 각자 준비하기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서양식 포트럭파티, 과연 대안이 될까 =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란 미국, 유럽에서 보편화된 파티형태를 말한다. 모임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한두 가지 종류의 요리를 준비해서 어느 장소에서 다같이 즐기는 문화다. 초대한 집에서는 주로 음료나, 과자, 후식 등을 준비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요리를 갖고 와서 함께 나눠먹는 식이다.

파티가 잦은 서양권에서는 이런 포트럭파티가 일상화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포트럭파티가 과연 우리나라에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온라인상에는 음식 나눠 준비하기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지만 대부분 주부들의 의견이다.

실제 우리나라 명절이 철저히 가부장적 남성 중심임을 고려하면, 나이든 세대에서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중견기업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혜선(41)씨는 “올해 설을 앞두고 동서들간에 음식을 각자 준비해 가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이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조금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한 집에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자는 취지에서 포트럭식 설준비를 적극 옹호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인천 송도신도시 거주 정인선(52)씨는 “5형제가 있는데, 3년 전부터 음식을 나눠서 준비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명절 때마다 각자 음식을 싸오는 게 너무 편해졌다”고 말했다.

탤런트 사강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가족끼리 각자 음식을 준비해서 설 때 나눠먹는 것이 가족만의 전통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설음식 비용 부담도 한몫 = 최근 이런 음식 각자 준비하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비용부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각종 생필품 가격들이 크게 오르면서 설음식 준비가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 사이트에 집계되는 주요농축산물 소매가격을 확인한 결과, 올해 1월 첫째주였던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일부 채소품목의 식자재 가격은 지난해 1월 첫째주(2016년도 1월4일~7일)와 비교했을 때 2배이상 올랐다.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식재료는 당근(141.62%), 양배추(136.84%), 무(135.68%), 계란(59.17%)등이 있다.

aT 조사에 따르면 전국 19개 지역, 45개소의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 차례상 관련 성수품 가격을 조사했더니, 전통시장에서의 올해 설 차례상 구입 비용은 24만8084원, 대형유통업체가 33만99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지난주 조사 때보다 각각 1.8%, 0.2% 하락했지만 여전히 비용적 부담이 작지 않다.

음식값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종 선물과 용돈까지 합치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좀 시간이 지난 조사결과이지만, 지난 2013년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지역 성인남녀 3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들의 설 명절 소요 비용은 평균 93만3531원이었다.

선물비용이 24만4987원으로 가장 부담이 컸고, 이어 부모님 용돈(22만7951원), 아이들 설빔·세뱃돈(15만593원), 상차림·설음식 준비 비용(14만1590원) 등의 순이었다. 4년전과 비교하면 설음식 준비 비용이 75% 가량 늘어났다.


◇ 즐거운 명절 만들기 노력 필요 =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언제부턴가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특히 명절을 계기로 가정불화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자들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곤 한다. 이런 가운데 명절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음식을 직접 준비하기 보다 아예 쇼핑몰을 통해 통째로 설음식을 배달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추석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석기간 차례상 완제품 주문량을 분석한 결과, 한해 전 추석보다 주문량이 51% 증가했다.

최근에는 50대 이상 나이 많은 연령층의 설음식 주문도 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온누리마켓에 따르면 지역특산품을 주문하는 세대는 30대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50대 이상 이용객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G마켓의 경우 50대와 60대의 차례상 구매는 작년보다 각각 두 배 이상 늘어나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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