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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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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화스포츠 에디터) 책에서나 보았던 필리버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눈물 때문이다.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내려와 쓰러질듯 동료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밤을 지샌 눈에 눈물이 고인게 보였다. 10시간 18분. 며칠 후 정청래 의원이 11시간을 넘기기전까지만 해도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이라고 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눈물은 기폭제로 작용했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발했다. 연단을 내려간 은수민 의원에게 소액 후원금이 밀려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필리버스터는 의회내 약자의 선택이었고, 눈물로 표현됐다. 강기정, 박영선 의원이 눈물을 보였고, 마지막 주자 이종걸 의원은 12시간을 넘기더니 눈물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국회의원 38명이 나서 장장 9일간 진행됐던 필리버스터는 3월 2일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첫 경험 필리버스터, 새로운 문화 현상

필리버스터는 모두에게 첫 경험이다. 새로운 현상, 문화를 낳았다. 지난 주말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필리버스터가 가져다준 대표적인 풍경이라고 할만하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말에 귀기울이고, 발언시간에 관심을 갖고, 다음 토론주자가 누구인지에 그렇게 큰 관심을 보였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지 모르겠다.

덕분에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한 국회방송은 한시적이나마 인기방송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 마국텔(마이국회텔레비전)이란 애칭도 얻었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약자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장렬한 저항 또는 항복이다. 여야가 격돌하는 국회. 거대여당 새누리당과 분열된 야당의 전력, 힘의 차이는 크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선 야당은 과거의 육탄방어 대신 필리버스터를 선택했다.

언더독 효과란게 있다.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을 경우 약팀을 응원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말한다. 국회에선 야당이 소수이고 약자이다. 필리버스터는 흥행에 성공했다. 전통적인 여야지지층이 아닌 중도층 또는 무당파가 보낸 응원과 박수 덕분이다.

강자의 선택, 약자의 선택

강자의 선택은 비판여론 뭉개기와 버티기다. 너무 자주 봐왔다. 위장전입, 탈세, 병역면제 3종세트를 갖고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에겐 시간이 힘이자 약이다. 이 정부가 즐겨 해오던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를 아예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나라에도 없을 기막힌 상황’이라고 책상을 치며 호통을 쳤다. 화를 내는건 대통령이 가진 품격의 문제라고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불법과 탈법은 구분할 줄 알아야 되지않나 싶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의 영역이다.

강자는 비정하다. 새누리당은 끝내 버텼다. 야당이 법 2조에 규정된 ‘테러예비음모, 선전, 선동을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자’ 가운데 인권침해를 이유로 ‘상당한’이라도 빼자고 간청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테러방지법은 그들의 말대로 한점 한획도 고쳐지지 않은채 통과됐다.

국정원은 이제 더 강고한 집단이 되었다. 그렇지않아도 국민들이 보기에 국정원은 깜깜이다. 국민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제 그 법이 말 그대로 테러를 방지해서 국가의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지, 아니면 테러를 빙자해 국정원의 힘을 강화시킬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평가 또한 관전자의 몫으로 남았다. 필리버스터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누가 얼마나 긴 시간을 얘기했는지, 몇 명이나 나섰는지 중요한게 아니다, 그들이 왜 필리버스터에 나섰고, 테러방지법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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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원의 세상만사] 필리버스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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