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6.02.17 09:03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살아남은 것 _ The survivor _ Rene Magritte, 1950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1막에 장총이 등장했다면, 2막이나 3막에서는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

다른 버전으로는 한국 드라마나 소설에서 '약혼이 등장하면 반드시 깨진다'는 법칙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등장해 유명해진 '체호프의 법칙'은 언제나 유효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그 창조주인 작가의 안배에 의한 것이다.

의도치 않은 소품의 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그 소품이 한 번만 등장한다 하더라도, 이는 독자들을 허망함에 빠뜨리려는 작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버젓이 체호프의 법칙을 언급해 놓고서 <1Q84>의 권총은 결국 발사되지 않았다.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듯하나 사실 체호프의 법칙을 완벽하게 따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소한 러시아 작가의 이름을 들먹이며 작품 초반부에 법칙을 등장시켰던 것은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마침내 반전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체호프의 법칙을 모범생처럼 따를 것이었다면 굳이 체호프의 법칙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에는 '약속은 깨져야 제맛'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악당의 대사처럼 보이는 저 말은 놀랍게도 우리의 주인공 피터 파커의 대사다. 그리고 약속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현실에서 더욱 비일비재하게 깨지는 것 같다.

신문을 보고 있으면 '지킬 수 있으면 공약이 아니다'라는 법칙을 확신하게 되고, 다시 슬그머니 담배를 꺼내드는 사람들을 보면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라는 명언에 수긍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 약속에 삼십 분 늦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이 만나기로 한 사람은 오십 분 늦었다.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초현실주의 그림읽기] (35) 살아남은 것 : 체호프의 법칙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