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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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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_ Homesickness _ Rene Magritte, 1940 [출처 : renemagritte.org]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불행한 인간이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은 두 가지다. 불행이 그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는 과거의 자신을 미워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는 과거를 그리워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후회라고 부르고 후자를 향수(鄕愁)라고 부른다.

지난 몇 년간 행복한 일들은 별로 없었다. 반면 불행한 일들은 많았다. 체감물가지수와 가계부채가 치솟았고 소비자 신뢰지수와 종합주가지수는 추락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중동에서 온 전염병이 유행했다. 불행에 빠진 우리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나 흙수저 등 자조적인 단어들이 쉽게 퍼져나갔다.

우리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불행이 너무나도 깊고 만연했다. 권고사직과 해고는 청년과 장년을 가리지 않았고 영업이익의 감소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른바 사회 구조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후회가 아닌 향수를 택했다. 2012년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로 시작된 과거에 대한 향수는 2014년 <국제시장>과 <토토가>에서 무르익었고, 마침내 최근의 <응답하라 1988>에서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일련의 현상으로부터 그 사회를 통찰해내는 것은 사회학자의 몫이다. 하지만 굳이 사회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향수에 잠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향수에 잠긴 사람은 과거의 잘 나가던 시절을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그런데 그들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열심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서글퍼진다. 남은 인생동안 예전과 같은 시기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한 사람일수록 과거의 영광을 음미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수에 잠긴 자는 사냥을 암사자에게 맡기는 수사자처럼 나태하다. 현실의 문제에 등 돌린 채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는 늙은이처럼 무기력하다.

남의 일처럼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각 생명체마다 나이가 있듯 국가에도 나이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어느새 늙어버린 것 같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 더욱 심각한 현상이다. 그것은 육체의 늙음이지만 향수에 취하는 것은 마음의 늙음이기 때문이다.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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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읽기] (33) 향수 : 마음의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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