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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1.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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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운동 _ Perpetual motion _ Rene Magritte, 1935.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군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경계 근무지, 그러니까 초소가 비워지는 일이 없었다. 전 사단이 훈련 중이든 북한의 정권이 바뀌든 경계 근무자들은 묵묵히 근무표에 적힌 대로 한 시간 삼십분 동안 경계를 섰고 교대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간혹 교대자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해 제 시간에 오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 때도 어김없이 근무자들은 초소를 지켜야 했다.

그러니까 어디보자, 1948년에 국군이 창설되었으니 어림잡아 70년 동안 군대의 모든 초소는 단 일초도 비워진 적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70년 정도는 우스울 세월동안 근무자들은 초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지속성에 -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군대의 근무 체계에 - 경이로움을 느꼈다. 한 백배쯤 거창하게 말하자면, 영원을 엿본 느낌이었다.

24시 뼈다귀 해장국집을 되돌아보게 된 것은 군을 제대한 직후였다. 입대 전 그곳은 식사와 술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그러나 제대 후 그곳은 군대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3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연중무휴 뼈다귀 해장국집의 가마솥은 그 오랜 세월동안 단 한 순간도 불이 꺼진 적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 만들어졌던 순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식어봤던 적이 없는 그 가마솥은 어쩌면 불이 꺼지더라도 차가워지는 법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나같이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사람들이 술 마시러 가기 딱 좋은 허름한 24시간 해장국집에서 해장국이 아닌 영원을 맛봤다고 한다면 그건 십중팔구 허세 혹은 기만일 것이다.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그 오랜 세월동안 꺾이지 않은 지속성은 정말로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쉬지 않고 해나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도 영원히 일하는 장치를 영구기관(Perpetual motion machine)이라고 한다. 영구기관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영구기관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물리학의 법칙이 영구기관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기에 여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영구기관이 발명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패배가 확정된 싸움을 영원히 이어나갈 그들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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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읽기] (30) 영구운동 : 24시 뼈다귀 해장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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