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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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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찰력 _ Clairvoyance _ Rene Magritte, 1936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운수가 불리하니 하는 일마다 형통함이 없고, 재앙이 따르며 근심이 그치지 않는다. 특히 1월에는 집안에 근심이 있어 부모상을 당하기 쉬우며, 3월에는 마귀가 서로 침노해 집안에 슬픔이 깃든다. 이것 말고도 좋은 일마다 마가 붙는다느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해를 입게 된다느니, 아무리 봐도 악담에 속하는 말들이 수두룩했다. 토정비결로 본 나의 2016년 사주팔자다.

사주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해도 이런 말을 대놓고 들으면 찝찝한 것이 사람 마음이기에, 나는 2015년 나의 운세를 뽑아보기로 했다. 당연히 - 그리고 다행히 - 들어맞는다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북쪽에서 재물을 얻지도 않았고 북쪽에서 귀인을 만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나는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의 의도와 달리 사주나 예언에 대한 나의 불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예언은 굉장히 쓸데없는 행위다. 가령 내가 예언을 통해 내일 큰 사고를 당할 운명임을 알게 된다면, 나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볼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사고를 피할 수 있다면 애초에 사고가 내 운명이라는 예언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예언은 조언이 아니라 통보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내일의 일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 '진정한' 예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정 구슬을 통해 미래를 보는 것이 예언이라면 예측은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를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언과 달리 예측은 일상적이다. 우리는 예측을 통해 밖을 오래 돌아다니면 목이 마를 것과 밤새 술을 마시면 내일 아침 숙취로 고생할 것을 짐작한다. 내일도 해가 동쪽에서 뜰 것이라는, 적중률이 100%에 가까운 예측도 있지만 무한히 많은 변수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에 그 어느 예측도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이 완벽하지 않음에서 미래를 바꿀 가능성이 생겨난다. 목이 마를 것이 예측된다면 집에서 물을 들고 나가면 되고 내일의 숙취가 예상된다면 숙취해소제를 먹고 술자리에 가면 된다. 예측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꾼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설명하지 않고 미래를 통보하는 예언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예언이 아닌 예측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몇몇 그림들은 두 개의 제목을 가진다. 알을 보고 새를 그려내는 화가가 등장하는 마그리트의 그림 <통찰력 Clairvoyance>에는 <자화상 Self portrait>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이 그림에서 마그리트는 두 가지를 동시에 꿰뚫어본다. 하나는 단단한 껍데기에 감춰진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 너머의 미래다.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과 시간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가운데 진정한 의미에서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후자이다.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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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읽기] (26) 통찰력 : 예언과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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