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5.12.02 09:2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집합적 발명 _ Collective invention _ Rene Magritte, 1934.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상식적이라고 해서 다 사실은 아니다. 지구가 평평하며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진다는 오랜 상식은 결국 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상식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필요하기 때문에 발명했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어떤 물건이 존재하기 전에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티브 잡스도 말하지 않았는가. '대중은 새로움을 원하지만 어떤 새로움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필요가 발명을 낳는 것이 아니라 발명이 필요를 낳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발명을 낳는 것은 무엇일까. 로맨틱한 자는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고 인간적인 자는 실수라고 말할 것이다. 모두 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적인 자라면 게으름을 지목한다. 모든 발명은 '어떻게 하면 좀 덜 고생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이 게으를수록 발명에 소질이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발명을 하기 위해서는 게으른 한편 무언가를 발명할 만큼은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명이 어려운 것은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재미있게도 게으름에서 시작된 발명은 더 큰 게으름을 낳는다. 이것은 발명의 대표적인 기법인 '더하기 기법'에서 잘 드러난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던 두 물건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물건을 발명해 낸다는 것인데, 컴퓨터와 휴대폰을 더한 스마트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연필과 지우개를 더한 지우개 달린 연필, 변기와 샤워기를 더한 비데 등 더하기 기법이 실현된 발명품은 수없이 많다. 둘 이상의 절차를 하나로 단축시키는 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발명품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드는 수고를 크게 줄여준다. 즉 우리는 이런 발명품이 하나 나올 때마다 조금 더 게을러질 권리를 얻는 것이다.

사람이 원래 의무에는 소홀하나 권리에는 충실한 법이기에, 우리는 실제로 게을러진다. 사물 인터넷이니 웨어러블 디바이스니 하는 신기술들이 일상 속으로 퍼지면 우리의 게으름은 더욱 비대해질 것이다.

이 게으름을 원동력 삼아 새로운 물건을 고안하는 발명가들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점점 게으름뱅이가 될 뿐이다.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넘어 할 줄 아는 게 없어져가는 지금, 인간은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있을까.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초현실주의 그림읽기] (24) 집합적 발명 : 발명과 게으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