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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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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적 친밀 _ Elective affinities _ Rene Magritte, 1933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찬바람이 불 때면 나는 네가 감기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소나기가 쏟아질 때는 네가 우산을 챙기지 못했기를 바랐다. 그럴 때 나는 너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곧 오지 않을까 하면서 휴대폰을 바라보곤 했다. 그날 너에게 오늘따라 힘들어 보인다고 넌지시 말했던 것도 그렇게 하면 네가 나한테 기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행한 일종의 최면이었다.

맞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너를 사랑하는 동안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어떻게 하면 네가 불행을 느낄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네가 스스로 불행해서 나를 필요로 할 때를 기다렸다.

네가 힘들어한다면 나는 그저 네가 한없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약해진 사람을 넘어오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옆에서 위로하는 척 몇 마디 해 주면서 내게 기댄다는 선택지를 은근히 흘려주면, 너는 그 유일한 선택지를 택하게 된다. 이건 내게 있어서 가장 적은 수고를 들여 너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나를 필요로 하도록 독을 마련했다. 너를 중독 시켰고 내가 유일한 해독제인양 행동했다. 이렇게 나의 사랑은 뒤틀려 있었다. 사랑이라고 굳이 말하는 이유는, 사실 어느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에게 중독 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네가 다른 놈과 있을 때 웃는 것은 싫었다. 나는 네가 나만을 바라봐주기를 원했기에 질투했고 나로써만 행복하기를 바랐기에 내가 없을 때 행복한 것에 서운해 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어느새 내가 너에게 중독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너 역시 나를 중독 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다만 자각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이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표절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오랜 시간 약물로부터 멀어질 경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약물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금단증상이다. 나는 네가 나에게 중독되어 금단증상을 느끼기를 바랐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길 원했고 나 역시 그런 너를 필요로 했다. 그뿐이고, 그것이 사랑의 전부다. 역시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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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읽기] (23) 선택적 친밀 : 미저리의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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