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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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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제트 마그리트 _ Georgette Magritte _ Rene Magritte, 1934 [출처 : wikiart]


(뉴스투데이=김준홍 객원기자) '여성 흡연'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소방관을 fire fighter가 아닌 fireman, 경찰관을 police officer가 아닌 policeman이라 부르던 구시대적 성차별의 잔재가 '여성 흡연자'라는 말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들과 함께하느냐의 여부가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는 식사와 달리, 흡연의 만족은 오롯이 혼자서 즐기는 쾌락이다. 그래서 혼자 피우든 여럿이서 피우든 담배의 맛은 변함이 없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담배를 흡입하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오직 나와 담배만 남고 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들 때문에 담배 맛이 떨어진다는 일부 남성 흡연자들의 불평은 설득력이 없다.

여성의 쾌락에 대한 경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왔다. 기원전 600년경의 고대 그리스에 레스보스 섬(Lesbos) 출신의 '사포라'는 여류시인이 있었다. 아름다운 서정시를 남겨 호메로스와 명성을 견주었고 훗날 플라톤은 그녀를 9명의 뮤즈에 더해 열 번째 예술의 여신이라고 칭송했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만으로도 당대 남성들의 시기를 받았다. 하지만 남성들이 그녀를 매도해 자살에 이르게까지 만든 것은 바로 그녀가 동성애자였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항구도시인 미치레네에서 그녀를 따르는 처녀들에게 시와 음악, 무용을 가르쳤다. 그리스의 수많은 처녀들이 미치레네로 몰려가자 남자들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가 필요 없는 여자'라는 개념은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여자로부터의 인정과 존경, 사랑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남자라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포와 그녀를 따르는 여자들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사포가 매번 다른 처녀들과 잠자리를 가진다는 소문이 그리스에 퍼졌다. 시와 음악이 들려오는 그녀의 학당이 문란한 여성들의 매음굴이라고 소문나는 식이었다.

그러자 세계 최초의 여성 시인이었던 사포의 명성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남자들의 중상모략에 고통 받던 사포는 결국 레우카스 바위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마흔 둘의 나이였다. 그 이후로 '레스보스 섬(Lesbos)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레즈비언(Lesbian)'이라는 단어는 여성 동성애자를 뜻하게 되었다.

여성 흡연자를 보는 것은 남자들에게 레즈비언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을 들게 하는 모양이다. 남자 없이 충만한 쾌락을 느끼는 여자, 그래서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 고대 그리스의 희곡 '류시스트라테'에는 남자들이 하도 전쟁을 일삼자 여자들이 남자들과 잠자리를 갖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섹스 파업으로 인해 결국 남자들은 평화동맹을 맺는다.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는 그토록 위협적인 존재다.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이 우월한 사회가 왔다고 하는 주장도 더러 들려오는 요즘이다. 하지만 흡연에서만큼은 구시대적 인식이 여전한지 아직까지도 많은 여자들은 구석진 곳에서 뒤돌아선 채 담배를 피운다. ‘여성은 흡연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름답고 당당하게 흡연하는 아내를 그린 <조르제트 마그리트>를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김준홍 객원기자
=lookane@gmail.com)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정치를 재미있어 하는 20대 청년. 2014년에는 정치 팟캐스트 '좌우합작'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흡연문화 개선을 위한 잡지 '스모커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
http://www.thesmoker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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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읽기] (21) 조르제트 마그리트 : 여성의 흡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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