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닮은 꼴’ - 살아 있지 않은 인간은 존재나 실체를 논(論)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

윤재은 수석전문기자 입력 : 2014.02.18 10:14 |   수정 : 2014.02.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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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기자


‘닮은 꼴’ –살아 있지 않은 인간은 존재나 실체를 논(論)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

(뉴스투데이=윤재은 수석전문기자) 
‘닮은 꼴’이란 비슷하거나 유사한 성질을 이야기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서로가 서로를 닮았거나 닮아가려는 성질들의 원인과 결과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이 원인 없이 일어난 것이 없듯이, 모든 결과는 원인에 의해서 일어난다. 원인과 결과의 과정에는 ‘사건(事件)’의 시간이 있으며, 이러한 시간의 진행 과정에 따라 그 결과가 각각의 객체들에게 다르게 나타난다. 자식은 부모를 닮고, 장미꽃은 장미를 닮으려는 성질이 바로 자연의 ‘닮은 꼴’이며, 생성력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닮은 꼴’의 생성에서 소멸(消滅)로 이어진다.

세상에는 ‘닮은 꼴’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집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는 나무라는 보편성을 닮았고, 들판을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는 나비의 보편성을 닮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무와 나비는 서로 ‘닮은 꼴’을 하면서도 서로 다르고, 서로 다르면서도 보편적으로 같다. 세상을 이루는 많은 물질들이 서로를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것은 그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구조가 비슷하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보편성을 갖는 물질들은 서로 유사한 원자(原子)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열과 운동을 통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물질로 태어난다.

고대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kritos, B.C. 460~370)는 세상을 이루는 많은 물질들의 구성을 원자(Atoma)들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으며, 삶과 죽음 또한 이러한 원자의 결합과 해체라고 보았다. 삶은 원자들의 활발한 결합을 통해 태어나고, 죽음이란 결합된 원자들의 해체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인간이 느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나 동, 식물들의 감정도 원자의 운동에 의해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이라 보았다. 각각의 보편성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원자들의 보편적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조합을 통해 조금씩 다른 성질로 변화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삶(生)과 죽음(死)은 실체의 문제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살아 있지 않은 인간은 존재나 실체를 논(論)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 활발한 원자들의 활동이 삶의 방향으로 운동을 지속할 때 인간은 삶의 문제위에서 ‘있음(有)과 없음(無)’을 논할 수 있고, 죽음 또한 논할 수 있다. 결국 살아있는 삶만이 모든 존재의 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B.C. 485~414)는 “사람은 모든 것의 척도이다. 사람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있다고 말 할 수 있고, 없는 것들에 대해 없다고 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한다. 이는 우주만물의 다양체중 인간이라는 보편자의 속성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것으로서 결국 세상의 중심에는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나’의 존재만이 살아있는 실체라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타고라스의 말은 틀림없는 말일 것이다.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모든 사물과 현상의 있고 없음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문제는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각자의 수명을 다하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존재했던 생명체가 사라지고 나면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또 다른 생명체이다. 각각의 생명체가 지속되어지면서 세상의 근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삶을 지속하려는 생명체들의 ‘닮은 꼴’ 속성 때문이다. 생명이란 태생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멸되는 촛불과 같다. 활발한 원자의 활동을 통해 사랑과 열정을 꽃피우고 그 힘을 다하면 생명의 불꽃은 시들어 소멸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촛불과 같이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소멸되는 찰나(刹那)의 존재인 것이다.

보편적 인간으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각자의 인생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뿐 아니라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사(歷史)의 한 과정이다. 모든 만물의 척도인 인간이 누군가를 닮아가려는 의지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연의 의지’이다.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를 닮고 싶다면 그 ‘닮은 꼴’은 이상적(理想的)이어야 한다.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가 바라는 ‘닮은 꼴’의 이상적 인간일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간이 있다. 이기적이고, 자신 밖에 모르며, 탐욕적이고, 물질적인 인간이 있는가하면,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 있음 자체에 행복하고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인간이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편적 인간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닮은 꼴’은 누구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시간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거대한 물질문명(物質文明) 속에 살아가는 탐욕(貪慾)의 괴물(怪物)(Monster)이 되어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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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Design Program, 홍익대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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