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국감, 기업인 안 부르는 까닭

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0.06 07:36 ㅣ 수정 : 2020.10.08 15:12

고위층이 숙지했을 가능성 없다고 판단 /야당 ‘추미애 방탄 국감’에 화력 집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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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군사기밀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기밀 26건이 해군 중령 등에 의해 현대중공업에 불법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한영석 사장 등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에 기밀유출에 관여된 정부부처 및 기관을 중심으로 해당 사안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밀을 유출한 군측과 불법적인  방식으로 기밀을 받은 현대중공업측이 개입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유출한 측에 대해서만 국정감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 조사를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실이 5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몽준회장, 정기선 부사장 등과 같은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홍영표 의원이 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사실과 무관함. [사진제공=연합뉴스]
 

■ 유출사건 조사한 홍영표 의원실, “사건은 중하지만 기업 대표를 불러 호통 칠 일 아냐” / “잘못된 관행 바로잡기 위한 경영진의 의지 중요” 지적도


우선 최고경영자(CEO) 등이 인지하지 않은 가운데 실무선에서 이루어진 비리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밀 유출사건을 조사해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5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안보지원사령부(기무사 후신)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결과를 보고 받았다”면서 “방산업체(현대중공업)가 무기개발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영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신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건은 중하나 증인을 국감자리에 불러서까지 추궁하거나 확인하려면 그만한 정황이나 증거가 있어야하는데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방위산업에 대해 숙지하거나 관장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들이 그만한 사안을 보고 받고 혹은 지시하고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물론 이와 같은 사건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기업대표를 불러서 호통을 칠 일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출석대상자가 아닌 기관 외 증인은 필요 없다”면서 “주요부처나 산하기관장 이상의 증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인신청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방산업계의 입장도 비슷하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군 인사가 무기개발에 필요한 기밀을 유출해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관행화된 구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CEO 등이 인지하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명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나 오너의 단호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국방위 여당 간사 황희 의원실, “현대중공업 비리 이슈는 관심 있는 의원이 알아서 할 것”


국회 국방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에 대한 의혹에 대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다른 이슈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도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7일부터 시작되는 국방위 국감으로 추장관과 아들  서모씨 그리고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자 등 증인 10명의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북핵 대응, 4차 산업 기술 국방분야 적용 등 국방 과제에 대한 정책 국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증인 신청에 대한 여·야 간사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증인 없는 국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여당 간사인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방위 증인신청에 합의된 내용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아직 어떤 증인도 채택되지 않은 것은 증인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7일 이후의 국감은 합의를 하면 증인 채택할 수도 있는데 현재로써는 양측에서 여야 증인신청한 것도 합의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 사건은 이미 무혐의 처리 된 것이고 다른 논의해야할 것도 많은데 (야당은)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자는 것”이라면서 “국감에서는 정책적인 부분을 더 논의하자는 게 우리당의 취지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기밀유출 사건에 대한 국감계획에 대해서는 “안건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니 현대중공업 방산비리 이슈 등에 관심 있는 위원은 알아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방탄 국감’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이 군사기밀 유출사건에 대해서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 현대중공업 직원 요청으로 해군 중령이 3급 비밀 유출 / 현대중공업 서버에서 군 비밀 26건 발견돼 / 현역장교,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현대중공업 직원  등 25명 군검찰 및 검찰에 송치돼
 
한편 홍영표 의원측에 따르면, 군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개념 설계도 등이 유출된 사건으로 인해 현역 장교,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현대중공업 직원 등 혐의자 25명이 군 검찰과 민간 검찰로 송치됐다. 단일 군사기밀 유출사건으로 최대 규모다.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 직원 A씨는 업무상 교류가 잦던 해군본부 B중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2차 사업추진전략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틀 뒤 B중령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흡연실에서 “본 다음에 파기하라”며 출력해 간 사업추진전략 한 부를 A씨에게 건넸다.

2차 사업추진전략은 ‘장보고Ⅲ’의 작전운용성능, 새로 도입된 신기술, 1차 때보다 향상된 성능 등이 기록된 3급 비밀사항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를 파일로 만들어서 특수선 사업부 서버에 보관했다가 2018년 4월 기무사의 방산업체 보안감사에서 발각됐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비밀 서버에서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장교와 방사청 직원들을 접대하고 정보를 얻은 뒤 이를 상세히 기록한 보고서도 발견됐다.


현대중공업의 이 비밀 서버에서는 군 비밀이 모두 26건 나왔고 이 가운데 해군 차기 구축함 KDDX, 차기 잠수함인 ‘장보고Ⅲ, 다목적 훈련 지원정과 훈련함 관련 비밀 16건은 유출 혐의자 25명이 특정됐다.


안보지원사령부는 2019년 2~6월 방위사업청 해군대령을 포함한 현역 장교 3명과 국방기술품질원, 용역업체 직원 등 민간인 10명에 대해 ‘업무상 비밀누설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군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월에는 ‘불법탐지·수집’ 등 혐의로 현대중공업 전·현직 직원 12명을 울산지검으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