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방위사업청장 교체설 속 3가지 후임 인선 기준 주목

김한경 기자 입력 : 2020.08.26 10:38

대안 조정 능력, 결정하고 책임지는 도덕적 용기, 조직 보호하는 직업적 사명감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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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국방부장관 인사와 함께 취임 2년을 맞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의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돼 군 내부는 물론 방산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임 청장으로는 박재민 국방부차관과 강은호 방위사업청 차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박 차관은 행시 36회로 줄곧 국방부에서 근무하며 국방 예산 및 조직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고, 방위산업 분야 최고 직위인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을 비(非)군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역임했다. 강 차장은 행시 33회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에서 방산기술통제관, 기획조정관, 지휘정찰사업부장,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등 다양한 핵심 요직을 경험했다.

 

이외에도 최근 언론에 직접 거명된 인물들은 아니지만 이창희 국방기술품질원장이나 강태원 국방과학연구소(ADD) 부소장 그리고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을 역임했던 일부 인사들도 얼마든지 방위산업 분야의 전문성 면에서는 방사청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왕정홍 현 방사청장이다. 그는 방위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었음에도 발탁됐고, 나름대로 여러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감사의 시각으로 업무에 접근하면서 감독 기능만 비대해져 실무자들이 소신껏 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직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결국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방산업계와 관련 학계에서는 후임 방사청장 인선 기준으로 방위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토대로 발휘되는 ‘대안 조정 능력’과 사업 진행 간 문제에 봉착하면 결정을 내리고 이에 책임지겠다는 ‘도덕적 용기’ 그리고 방사청 조직을 보호하여 실무자들이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만드는 ‘직업적 사명감’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방사청의 존재 목적은 군이 필요한 무기체계를 원하는 시기에 획득해 제공하는데 있다. 이 일을 잘하려면 방위사업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문제된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대안들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법규에 입각한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 부각에만 전문성이 활용되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원하는 때에 획득하는 ‘적기 전력화’에선 발휘되지 않고 있다.

 

‘적기 전력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소요를 제기한 군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책임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에만 신경 쓸 뿐 사업 진행에 필요한 결정은 유보하고 나중에 책임질 일이 없는지만 관심을 갖는다. 청장 또한 조직을 보호하면서 사업이 추진되도록 역할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된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방사청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차기 방사청장 인선은 사업 진행 간 봉착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을 조정할 수 있는 ‘대안 조정 능력’과 적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도덕적 용기’에 두어야 한다. 또한 방사청 조직을 보호하여 실무자들이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만드는 ‘직업적 사명감’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 방위산업이 발전하려면 이런 사람이 꼭 필요하다.

 

책임 문제와 관련, 최근 방사청은 K11 복합형 소총 양산사업 해제를 결정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설계상 결함이 주원인이었고 드러난 문제가 거의 보완된 상황이었음에도 그 책임을 계약업체에게 떠넘긴 것이다. 국익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사업을 사장시킨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방위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고, 더 이상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뛰어들 업체도 없다.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방사청장이 그 역할을 실무자들에게 위임한 결과가 빚은 참사다. 오로지 사업의 투명성만 강조되고 적기 전력화는 잊혀진지 오래이며, 실무자가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아무도 사업의 진척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책임을 면할 생각에만 몰두한다. K11 복합형 소총 양산사업을 담당한 실무자들도 자신들이 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이와 같이 실무자들은 감사 받을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을 해제 또는 지연시키거나 법적 소송을 유도하는 행태가 벌어진다. 사업관리를 하는 팀장들이 필요한 결정은 하지 않고 선행연구만 계속 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죽어나는 것은 방산업체다. 정부는 업체의 속사정도 모르고 방산 수출이 블루오션이라는 등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감사원을 참여시키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방위사업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인 ‘방위사업협의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해에 발족한 이 협의체는 국방부차관과 방사청장이 공동 주관하기 때문에 회의 준비 과정부터 많은 소통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와 같이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방법은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부터 몇몇 세미나에서 필요한 방안들이 언급됐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를 막으려는 노력보다 실무자의 어려움을 듣고 해법을 구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차기 방사청장은 대안 조정 능력을 토대로 필요한 결정을 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도덕적 용기’가 있고, 조직 보호에 앞장서 실무자들이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만드는 ‘직업적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자세가 구비되지 않은 사람은 적임자가 아니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거쳐 가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