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3)] 태풍의 눈 'ESG경영’ 중심에 선 최태원 SK회장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8.05 07:27 |   수정 : 2020.08.05 07:27

ESG경영은 윤리경영의 ‘21세기 판본’ / ‘소재 국산화’ 통해 상생이 ‘공론(空論)’ 아닌 ‘룰 메이커’의 길임을 입증/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KB금융 윤종규 회장 등 금융권도 합류/한국 정부와 국회, ESG경영 '룰 메이커'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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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글로벌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는 3개의 가치를 추구한다. 친환경(Environment)경영,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경영, 지배구조(Government) 개선 등이다. 이 같은 지향점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즉 ESG경영은 공허한 도덕론이 아니다. 대단히 현실적인 논의이다.공식석상에서는 위선에 찬 선의(善意)를 주장하다가 뒤켠에서는 비천한 이익에 매달리는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 절박한 실천적 강령이다. ESG의 강자가 된다면,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대신에 여유로운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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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SK하이닉스 캠퍼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처럼 기업의 공익적 행보와 윤리성이 생존과 발전에 핵심변수가 된 것은 여론형성체제의 격변과 그에 따른 여론의 지배력 강화와 직결돼 있다. 신문과 방송을 장악한 전통적 엘리트들이 여론을 주도하던 20세기에는 기업의 탄생과 성장에 ‘윤리적 요소’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정부 및 금융자본과의 밀월관계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의 지배자가 된 프로슈머와 개인 언론기관의 출현으로 상황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들은 부도덕한 장사꾼을 순식간에 파멸의 길로 몰고가는 ‘실질적 권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윤리경영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게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ESG경영은 윤리경영의 ‘21세기 판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대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가치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중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경영이라는 ‘태풍의 눈’ 복판에 서있다. 새로운 가치를 선점했다는 뜻이다. 
 
최태원 회장은 매년 주요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확대경영회의에서 새로운 경영화두를 던져왔다. 지난 6월 23일 열린 올해 회의에서는 CEO들에게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될 것을 주문했다.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를 포괄하는 토털밸류를 설정하고, 이를 소비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설파하라는 지시였다.
 
이 토털밸류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올해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개념이 특히 강조된 느낌이다. ESG는 수년 전부터 최 회장이 무게를 실어온 경영전략이지만,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ESG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추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추구해야 할 가치는 매출과 영업과 같은 재무적 성과와 이를 토대로 한 배당정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ESG경영의 출발점이다.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 3박자를 갖춰 나갈 때,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장기적 발전이라는 선순환구조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구성원 행복’과 같이 최 회장이 던져온 화두를 집대성하는 개념이 될 가능성도 있다. ESG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은 한일경제갈등의 극복과정에서 ESG경영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중소 및 중견기업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추구가 ‘도덕적 공론(空論)’이 아니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룰 메이커’가 되는 길임을 확인한 것이다. 
 
우선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본사에 있는 공유 인프라 플랫폼인 ‘분석·측정지원센터’가 그것이다. 1대당 30억~50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 600여대를 소부장 협력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시중가의 30% 수준이다.
 
업체들은 개발중인 반도체 소재등의 성능을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동안 1만4000여건의 분석이 이뤄졌다고 한다. 용인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1조 7000억여원을 투자, 50여개 협력업체들이 소재 및 부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10일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기업의 자산을 내부에서만 쓸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업체들이 정말 큰 도움을 받았겠다”면서 “(SK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 1년간 소부장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고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일본의 3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항마로 부상한 SK머티리얼즈의 경우도 그렇다. SK머티리얼즈는 3대 소재중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초고순도 불화수소(HF)양산에 성공했다.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다른 핵심 소재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국산화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역량을 중소기업과 공유함으로써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포석을 두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1월 경북 영주 본사에 연구개발(R&D)기관인 ‘통합분석센터’를 설립했다. 이 기관을 통해서 국내연구기관들과 함께 중소기업에 소재관련 기술 분석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ESG경영을 추구한다면, 금융권도 변신이 불가피하다. ESG투자가 대안적 투자전략으로 주목받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과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기관으로선 유일하게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의 '책임은행원칙'에 서명했다. ESG중 환경의 가치 실천을 다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윤종규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사내·외이사 9명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견인해온 ESG경영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ESG경영을 중심축으로 삼아나가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누가 ESG경영 및 투자의 기준과 원칙을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최 회장과 조 회장은 지난 7월 소셜벤처 공모전을 열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임팩트 유니콘’ 6개 기업을 선정했다. 그 선정 기준은 사회적 가치 계량화 작업을 진행해온 SK측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주),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 등은 최근 수년 동안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 가치 실현 부문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아 ESG 최우수 기업 평가를 받았다. 그 평가 주체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다.
 
SK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관이지만, ESG경영에 대한 평가기준들이 공개돼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 공적 가치를 규정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정부와 국회가 ESG경영의 개념을 정비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규제개혁 입법 등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이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코리아 매뉴얼’을 글로벌 전범(典範)으로 만들었듯이, ESG경영의 기준을 선점한다면 그 정치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 한국이 ESG경영 시대의 룰메이커가 된다면, 한국기업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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