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현장에선] 막 내린 ‘박원순 서울’ 시대와 건설 주택업계의 기대감

이상호 기자 입력 : 2020.07.15 05:05 ㅣ 수정 : 2020.07.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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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 최천욱 기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을 역임한 故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생을 마감함에 따라 ‘박원순표(表) 서울시정’도 막을 내렸다. 박원순 전 시장은 도시의 외형적 모습을 결정하는 건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개발을 철저히 억제하고 환경과 보존을 중시하는 시정 철학을 고수해왔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층고를 최고 35층으로 규제하고 재임 9년동안 월드컵대교 건설 공사를 미뤄왔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도로 확충을 통한 교통난 해소 방안에 대해 ‘1970년대 개발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해왔다.
 
서울시내 재건축사업은 '35층 룰'에 의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100년 200년 된 유럽의 도시를 칭송해온 극단적인 보존주의자로서 그의 철학은 2012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기록되고 싶다”는 말을 통해 잘 드러낸바 있다. 박 시장 사후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서울시 구청장들은 일제히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 가치는 유지 발전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아파트 35층 규제 풀릴까? 건설 부동산업계 초미의 관심
 
하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새 인물이 서울시정을 이끌게 된다. 정치권이나 건설·부동산 업계에서는 여야 불문, 누가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박원순 전 시장 만큼 극단적인 개발억제, 보전주의 정책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주택업계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부동산 정책과 박 전 시장의 이런 철학으로 최대의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인 서울에서 조차 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 시대가 막을 내리자 건설·주택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 건설사의 토목분야 관계자는 “지난 몇십년 간 토목 건설 분야에서도 많은 기술혁신이 이루어진 만큼 건물과 도로,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최우영 씨도 “시민의 표를 얻어 당선된 시장이라면 지난 10년 이상 도로확충을 하지 않아 빚어지고 있는 극심한 출퇴근길 정체를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서울 부동산값 폭등과 맞물려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 같던 '아파트 35층 층고 규제'가 그대로 유지될 지 여부다. 소위 '35층 룰'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서울시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의 재정비가 미뤄져 왔다.
 
‘35층 룰’은 서울시 어디에서나 남산(270m), 관악산(632m), 북한산(835m) 등의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형을 가리지 않고 서울시 전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가 하면 제한된 토지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짓지 못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서울시내 주요 ‘금싸라기 땅’ 재건축...부동산 경기 살아날까 기대감도
 
박 전 시장이 인위적으로 억눌러 왔던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추진이 앞당겨질 지도 주목된다. 특히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주공 5단지'의 앞날도 관심거리다.
 
잠실 재건축 최대어라고 불리는 주공 5단지는 일찌감치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서울시의 별도 요구사항이던 '국제설계공모'와 같은 조건도 충족시켰다. 하지만 최종허가권자인 박 전 시장이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마지막 단계에서 불허해 왔다.
 
이 때문에 잠실 주공 5단지 소유주들은 박 전 시장 재임 중 아파트 외벽에 박 전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초대형 현수막을 내걸었고,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인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주민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희생을 당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및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을 아우르는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SID)' 역시 사업추진 전망이 주목된다. 이 지역은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서정협 대행체제 하에서는 이해관계를 풀고 사업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정부와 갈등 빚었던 여의도 용산 마스터플랜은 먹구름?
 
반면, 박원순 전 시장이 차기 대권플랜의 하나로 구상해 왔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추진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직후 발표됐다.   
 
한강을 낀 여의도와 용산을 싱가포르와 같이 국제업무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동으로 보류됐었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 때문이었다.

부동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전철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친 이듬해인 2019년 비강남권에 경전철 6개 노선을 신설 또는 연장하는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19년)'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