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7)] 업체 관점으로 획득제도 재편해야 ‘업체 주관 연구개발사업’ 성공 가능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7.07 17:33 |   수정 : 2020.07.07 20:49

획득 단계마다 이해관계자별 상호 협력 및 제도 개선 사항 등 정립해 법규에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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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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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0년 설립 이래 최근까지 주요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을 주관해온 국방과학연구소(ADD).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9월부터 2020년 착수 예정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무기체계 연구개발 사업 중 8개 사업을 업체 주관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다. 지난달 26일 방사청은 8개 사업 가운데 4개는 업체 주관으로 전환하고 4개는 ADD 주관을 유지하는 조정 방안을 마련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보고했다.

 

방사청은 보고 결과를 발표하면서 ADD가 불가피하게 주관하는 4개 사업도 ‘업체 주관’ 수준의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연구 수행의 구조나 방법을 적극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ADD는 신기술·핵심기술 연구 및 비닉 사업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업체에게 맡기는 ‘국방R&D 체계 개편’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ADD 역할까지 업체가 수행해 방사청 책임과 부담도 증가

 

이와 같은 내용과 관련하여 SBS는 지난 2일 방사청이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을 조정하는 과정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ADD의 밥그릇을 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며, 이를 통해 조직의 권한 강화를 노린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에 방사청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자료를 내고, SBS의 왜곡 보도내용에 대한 ‘정정 보도’를 강력히 요청한 상태다.

 

이로 인해 이슈로 등장한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은 수행 주체에 따라 ADD 주관과 업체 주관으로 구분된다. ADD 주관 사업은 방사청 통합사업관리팀(IPT)이 조정·통제하되 ADD가 제반 개발업무를 주관하고 업체가 시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반면 업체 주관 사업은 ADD의 역할까지 업체가 모두 수행하는 방식이어서 업체는 물론 IPT의 책임과 부담이 매우 증가한다.

 

지난 1970년 ADD가 설립된 이래 최근까지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은 ADD가 제반 개발업무를 주관하고 업체가 시제품 제작 및 양산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역할 분담으로 인해 방산업체의 기술 경쟁력이 축적되지 못하고 ADD가 첨단·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2000년 이후 ADD 재구조화와 병행하여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은 업체 주관을 우선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일례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운영된 미래기획위원회는 ‘국방 선진화를 위한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 전략의 일환으로 일반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업체 주관으로 방침을 정했고, 방사청은 ‘2013∼2017 방위산업육성 기본계획’에서  9개 사업을 업체에 이관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업체 주관 확대 표명해 왔지만 ADD 주관 비중 오히려 늘어

 

이처럼 정부가 업체 주관 사업 확대를 상당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표명해 왔음에도 여전히 ADD 주관의 사업 수행이 빈번히 이루어졌다. 지난 5월 감사원이 발표한 ADD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8년에는 ADD 주관 사업 수는 16개에서 19개로, 예산액은 3235억원에서 8340억원으로 증가해 ADD 주관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게다가 방사청이 업체에 이관할 계획이던 9개 사업도 제대로 이관이 이루어지지 못했거나 업체 주관으로 전환되면서 당초 목표대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충분한 준비도 없이 업체 주관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업체 주관 사업을 확대하게 되면 각 군, 방사청, ADD, 업체 등 이해관계자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무기체계 수요자인 각 군은 전력화 시기가 지연되거나 요구 성능을 제대로 충족할 수 있을지 우려하게 된다. 방사청 IPT는 사업관리 부담이 크게 증가해 기존에 관리하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게 된다. 이와 관련, 최근 강은호 방사청 차장도 ADD에서 업체로 수행 주체가 바뀌면 사업관리 업무가 4배 이상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ADD도 수행하는 사업이 축소되는 상황이므로 해당 사업의 연구 인력을 타 사업이나 기술개발 과제로 전환해야 하는 인력조정 문제가 발생한다. 업체 또한 사업비와 사업기간 증가 없이 사업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고 적기에 종료하지 못하면 지체상금 부과와 부정당업체 제재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게 된다. 

 

획득제도 재편 없이 업체 주관 전환하면 부작용 발생 우려

 

이에 대해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업체 주관 연구개발사업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업체 주관 관점으로 획득제도 자체를 재편하지 않고 개별 사업만 급하게 업체 주관으로 전환하여 추진할 경우 오히려 사업 위험도가 크게 증가하게 돼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개정된 ‘방위사업관리규정’에 “국내 연구개발사업은 업체 주관 연구개발로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문구만 선언적으로 추가됐을 뿐 획득제도 자체는 여전히 관련 이해관계자 간 협조가 원활하고, 인건비를 정부가 전액 출연하며, 국방기술과 시험시설의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ADD가 주관해 개발하는 관점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ADD 주관에서 업체 주관 사업으로 전환된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2)와 경어뢰 성능개발, 130㎜ 유도로켓-2,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등 4개 사업도 현재와 같은 여건이 지속될 경우 당초 목표대로 차질 없이 전력화될 수 있을지 일부 방산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업체 주관으로 전환된 4개 사업의 개발 위험도와 개발업체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정책사업 지정을 포함하여 현실적인 사업추진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필요시 사업비와 사업기간 또는 ROC를 조정하거나 진화적 개발 방식을 적용하는 등 목표를 재설정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지원 중요…업체 주관 전환 위험도 진단해야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업체가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ADD로부터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며, 시험평가 과정에서도 각 군, ADD, 방사청 등과 원활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업체가 사업을 주관하더라도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내 일처럼 협력하고 지원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걸려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당시 이 분야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ADD 주관을 업체 주관으로 굳이 전환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색다른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소요기획 단계부터 업체 참여가 가능해야 업체 주관이 의미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업체가 기술 개발부터 새로이 시작해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업체가 연구개발사업을 주관한다는 전제로 획득 단계마다 각 군, 방사청, ADD, 업체 등 이해관계자별로 추진할 사항과 상호 협력할 사항,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법규에 반영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며, 아울러 ADD 주관 사업의 업체 주관 전환이 초래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밀 진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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