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13)] 짝퉁 단속이 뜨면 상가 노래가 바뀐다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7.07 05:05 |   수정 : 2020.07.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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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짝퉁 상품을 살 수 있다. 누가봐도 짝퉁인 줄 알 수 있는 조잡한 상품도 있고, 진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짝퉁도 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브랜드 보호 위해 짝퉁단속, 수사 불가피

세계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각광받는 브랜드가 많이 생겼다. 우리 브랜드가 외국에서 보호받으려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브랜드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침해받을 때 항의할 근거가 약해진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상품의 퀄리티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우리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외국 브랜드도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할 때 지식재산권 전담 수사를 맡고 있었다. 영화 속 검사는 현장에 많이 나가지만 실제로는 검사가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주로 수사관이 현장에 나가서 단속, 적발하면 그걸 토대로 사무실에서 조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나는 검사도 현장에서 수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야 수사지휘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무실 외부에서 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으면 종종 수사관을 따라 나갔다.

짝퉁 수사는 거의 야간에 이뤄진다. 주로 밤 10시 이후, 더 늦은 시간에 하기도 한다. 당시는 동대문 시장이 짝퉁의 메카였다. 조잡한 상품은 리어카에서 팔고, 퀄리티 있는 상품은 안에 있는 매장에서 진열대에 올려놓기도 했다. 혹은 책상 서랍 같은 데에 숨겨놨다가 손님이 찾으면 슬며시 내놓고 파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수사관들은 동대문에서 짝퉁을 많이 단속했는데, 나는 좀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수사를 해보기로 했다. 보통 수사관 두 명이 짝퉁단속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한꺼번에 다수의 적발을 하기가 어려웠다. 두 명이 한군데를 적발하는 순간 다른 사범들은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직접 나가고, 다른 검사실의 수사관도 요청을 하고, 실무수습 중이던 사법연수원생들까지 합쳐 열 명의 수사 인원을 확보했다. 두 명씩 한 팀을 이뤄 지역을 나눠서 오후 8시부터 누가 짝퉁을 팔고 있는지 30분간 파악한 뒤, 8시 30분에 일시에 단속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 작전이 얼마나 탁상공론이었는지 수사를 시작하고 금방 깨달았다, 나는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그동안 짝퉁사범을 수사해오던 기존 수사관팀의 뒤를 따라가 봤다. 8시에 수사팀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사관 두 명이 시장 앞을 지나가는데, 수사관들의 앞 쪽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나가고 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황급히 전화기를 들고 분주하게 이곳저곳 전화를 했다. 이 수사관들은 이미 시장 사람들에게 신분이 노출돼 있었기에, ‘단속 떴다’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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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직원들이 압수한 짝퉁 제품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은 연합뉴스.

 

■단속이 뜨면 시장 스피커의 노래가 바뀐다
 
사람들이 단속을 알았기 때문에 팀과 약속한 8시30분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8시15분쯤에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만 가지고 단속할 것을 각 팀에 황급히 지시했다.
 
하지만 좀 전까지 리어카에서 짝퉁을 팔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리어카에 비닐을 덮어놓고 도망가 버렸다. 짝퉁 물건은 있는데 그것을 판매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짝퉁 물건은 범죄행위로 인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압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행위를 한 사람을 입건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짝퉁 물건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번 판매상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만약 단속을 당해 검거되면 일단 팔고자 했던 물건은 다 압수당한다. 그것만으로도 경제적으로 큰 손실인데, 잡히면 과거에 동종전과가 있느냐에 따라서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벌금 500만원, 1,000만원이 나오기도 하고, 재판이 청구되는 사람도 있다.
 
짝퉁 판매상은 보통 하던 사람이 계속 하기 때문에 초범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동종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벌금이 나오게 되면 한동안 장사한 게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속을 피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필사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상가 건물 내에서 짝퉁 물건을 파는 경우 단속이 떴다하면 노래가 바뀌기도 한다. 만약 스피커에서 갑자기 어떤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수사관이 나타났다는 신호로 사전에 약속해 두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검사들이 짝퉁 판매상에게 처분을 내릴 때는 압수된 물건의 시가총액이 기준이 된다. 진품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옷의 경우 양은 많지만 큰 금액이 안되는데, 가장 큰 액수가 나오는 것은 시계다. 시계는 유명브랜드 하나에 몇 천만원씩 하니 한 열 개, 스무개만 압수당해도 몇억 넘어가는게 금방이다. 그래서 시계는 짝퉁을 파는 사람들도 매우 조심하는 편이다.
 
■가짜 명품상표 단 강아지 옷 판매상...강아지 옷도 법률적으로 의류에 해당할까?
 
이런 일도 있었다. 짝퉁 판매상들이 리어카를 방치하고 도망치는 가운데 한 사람은 유독 리어카를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뭔가 이상해서 수사관과 쫓아가서 멈추게 한 뒤 리어카에 있는 물건을 확인했다. 안에 있는 것은 강아지 옷이었다. 강아지 옷에 아디다스, 구찌, 샤넬 같은 유명 상표들을 붙였다.
 
단속을 하긴 했는데 고민이 됐다. 상표를 등록할 때는 용도를 기재하게 되어있는데, 보통 의류로 등록을 한다. 그런데 강아지 옷이 의류인지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 의류는 기본적으로 사람 입는 걸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과연 강아지 옷을 의류라고 할 수 있을지 검사나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다행이 그 짝퉁 강아지 옷을 팔던 분은 전과가 전혀 없는 초범이어서 논의 끝에 이번에는 용서 해주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그 분을 사무실로 불러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형사처벌은 하지 않았다. 그 분은 참 순박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사실에서 반성도 많이 하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강아지 옷이 의류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짝퉁 브랜드에 대한 수사는 지금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짝퉁 시장은 중국이나 동남아 쪽에서 훨씬 더 크게 번창하고, 우리나라는 사실상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루이비통 본사 사람이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서구권에서는 일본이나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다르게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데, 이 사람이 동대문시장을 가보더니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짝퉁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짝퉁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당시 북부지검에 있는 나를 찾아와 강력한 단속을 요구한 적이 있다.

단속을 당한 상인들의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을 알기에 단속을 하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짝퉁 물건을 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브랜드가 외국에서 인정받고 보호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외국 브랜드를 인정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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