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개그맨들은 왜 무대를 잃었을까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7.04 05:05 |   수정 : 2020.07.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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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대한민국 최장수 개그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달 26일 10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1999년 9월 정규 편성된 개그콘서트는 한때 일요일 밤을 알리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다가 결국 21년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개콘’의 마지막 방송에는 박준형, 신봉선, 박성호, 김대희, 안유미 등 KBS가 배출한 기존 개그맨들과 이제 막 개그를 시작한 후배들이 함께 출연했다. ‘개그콘서트의 장례식’이라는 컨셉으로 짜여진 이날 코너에서는 조문을 온 ‘갈갈이’ 박준형이 북받치는 울음 속에서 마지막 무를 갈자 다른 개그맨들도 울먹이며 땅을 치며 곡을 하는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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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방송을 시작해 21년간 일요일 밤 웃음을 책임진 KBS2 ‘개그콘서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KBS 2TV 제공]

 

이로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에 이어 지상파에 남아있던 개그맨들의 마지막 무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그맨들로서는 아직까지는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인 지상파 무대를 잃어버린 것이다.

 
■ 2013년부터 시청률 큰 폭 하락.. 미디어 환경‧가치관 변화가 원인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상징이었다. 1999년 편성당시 개그맨 전유성의 제안으로 대학로에서 운영되던 공연 형식의 코미디 쇼를 TV로 옮겨온 뒤, 콘서트 같은 무대효과와 개그를 섞은 새로운 무대로 반향을 일으켰다.
 
개그콘서트는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개그’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퍼트렸다. ‘갈갈이 삼형제’, ‘박성호의 뮤직토크’, ‘사랑의 카운슬러’, ‘3인 3색’, ‘달인’ 등 셀 수 없이 숱한 인기 코너와 개그맨들이 활약했다. TNMS가 전국 시청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부터 ‘개그콘서트’는 13년 동안 2~3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남녀노소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해 10%로 내려앉았고, 2019년에 5%대 이하로 떨어졌다.
 
마지막 방송 시청률 조차 3.3%로, 2.5%를 찍었던 직전 주보다는 다소 상승했지만 초라한 성적이었다. 더욱이 ‘KBS 공채 개그맨 몰카 사건’으로 심란한 가운데 쓸쓸한 마무리를 지었다.
 
개그콘서트의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미디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1박2일에서 런닝맨, 놀면 뭐하니 같은 버라이어티나 관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한정된 무대에서 짜여진 극을 연출하는 개그프로그램은 점점 시청자의 흥미를 잃어갔다.
 
또 한편으로는 유튜브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대체 콘텐츠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예능과 웃음을 찾아 굳이 TV를 켤 필요성도 없어져갔다.
 
더불어 여러 가지 코너에서 외모비하나 성인지감수성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에대한 시청자의 가치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개콘, 웃찾사, 개그야 등 지상파 공개 코미디가 봉착한 한계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방송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받는다.
 
규제 뿐만 아니라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사회정치적 배경과 가치관이 다양한 계층에게 모두 노출된다. 개그 소재를 다룰 때 어떤 특정 계층에라도 불쾌감을 유발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게 된다. 웃음을 주기 위해 다룰 수 있는 소재와 표현에 제약이 많다. 또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단막극 형식을 유지해야한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보다 자유로운 소재를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장삐쭈’는 우스꽝스러운 더빙과 내용을 담은 성인향 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별 내용 없이 ‘삑삑’ 소리를 내는 풍선 닭인형의 배를 눌러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빅마블’같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코미디 콘텐츠가 다양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정규 방송에 소속된 개그맨들은 스스로 변신하거나 적응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미디보다 더 웃기는 정치, 사회적 현실도 한몫한다. 미디어의 발달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터지는 사건사고들까지 보고 있으면, 굳이 억지로 만든 개그나 몸짓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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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만 구독자를 보유한 웃찾사 출신 흔한남매[사진캡처=유튜브]

 

■ 사라지지 않는 코미디 본능,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무대
 
TV무대를 잃은 기존 개그맨 중 유튜브에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든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는 199만 구독자를 보유한 ‘흔한남매’다. SBS 웃찾사 출신으로 TV 무대에서 진행한 꽁트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게임, 여행, 먹방 등의 소재를 섞어 훨씬 다채롭게 연출한다.
 
‘일주어터’ 김주연은 다이어트 도전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며 2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개그콘서트 출신인 강유미와 김준호도 40만대 구독자를 확보한 상태로 유튜브에서 보다 자유로운 개그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예능, 오락 분야는 개그와 게임이 융합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오리지널 개그 프로그램은 닫히지만 개그 무대로 양산된 개그맨들이 활약하기에 좋은 상황인 것이다. ‘봉숭아 학당’은 끝났지만 개그맨들이 설 무대는 남아있다.
 
개그의 형식이 달라지고, 프로그램이 사라졌지만, 개그와 코미디의 본능, 콘텐츠는 죽지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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