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성·LG의 세탁기·건조기 홍보 문구로 본 현대인의 자화상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6.12 17:07 |   수정 : 2020.06.12 17:07

‘셔츠 한 장’ 세탁건조 시간 35∼36분,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 강박관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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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월과 4월 각각 2020년형 세탁기 · 건조기를 선보였다. 제품을 먼저 선보인 삼성전자는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를, LG전자는 건조기와 세탁기가 상·하로 합쳐진 일체형 제품인 ‘워시타워’를 각각 출시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양사는 기존 제품과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 등을 알리는 기자간담회 등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올해 삼성과 LG전자가 내세운 특장점 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바로 ‘긴 팔 셔츠 한 장’의 세탁 시간. 양사 모두 자사의 2020년형 세탁기 건조기를 사용하면 셔츠 한 장을 세탁에서 건조까지 35분(LG), 36분(삼성)이 걸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라온 ‘인공지능 탑재된 뇌섹가전, 삼성 그랑데 AI를 만나보자’ 제목의 게시글에는 첨부된 영상 하나가 있다. 삼성 측은 이 영상에서 긴 팔 셔츠 한 장(폴리에스테르 65%, 면 35%)을 세탁에서 건조까지 단 ‘36분’이면 모두 완료된다고 강조한다.

 

LG전자는 이보다 1분 이른 ‘35분’ 이내에 세탁과 건조를 모두 마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LG전자 홈페이지를 보면 ‘워시타워’는 긴 팔 혼방 셔츠 한 장(폴리에스터 65%, 면 35%)을 셔츠 한 벌 코스로 세탁할 시 세탁에서 건조까지 35분 이내로 처리한다고 돼 있다.

 

양사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바쁜 아침 세탁 시간을 단축해주는 유용한 가전제품이라는 것일 테다. 35분이든 36분이든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 시간은 물리적으로 편하고 쾌적한 일상을 가져다주는 특장점을 지닌 가전임을 드러내는 데 더없이 유용한 수치임은 분명하다.

 

달리 생각해보면 양사가 강조하는 35분, 36분 여기에 도심 속 직장인들이 매일 같이 입는 셔츠의 세탁 시간을 앞세운 것은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다.

 

대부분의 가전 업체들은 제품의 방향성을 정할 때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이번 양사가 강조한 ‘셔츠 한 장’의 세탁 시간은 1분 1초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이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밤엔 피곤해서…아침에 급하게 빨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둘 중 어느 것이 더 빨리 세탁이 되죠?” 오래된 세탁기 교체 겸 건조기 구매를 위해 가전 매장을 들른 기자는 세탁 성능보다는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다음날 아침까지 세탁물을 미루는 게으름을 상쇄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된 제품 앞에서 이런 생각에 잠긴 소비자가 기자만은 아닐 것이란 '합리적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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