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두산중공업에 올인한 박정원의 ‘큰 그림’ 나왔다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6.05 07:17 |   수정 : 2020.06.05 07:17

친환경에너지기업 전환으로 두산그룹 재도약 기반 모색 / LNG가스터빈과 풍력발전기 터빈이 새로운 주력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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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두산그룹 박정원 (58)회장의 ‘큰 그림’이 나왔다.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대전환함으로써 그룹 전체가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두산건설에서 출발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박정원 회장은 알짜 신성장 사업인 두산솔루스 매각, 사재 출연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던지면서 두산중공업 살리기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속에서 핵심사업 부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와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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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제공=두산그룹]

 

물론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곧 두산그룹 전체 위기로 이어진다. 두산중공업의 자산은 총 11조3422억원으로 그룹 전체 자산(28조339억원)의 40%가량 차지한다. 두산그룹이 위기에 빠진 최근 3년 간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17년 2263억원에서 지난해 877억원까지 급락했다. 두산중공업을 살려야 그룹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문제는 탈원전정책 기조 속에서 현실적인 돌파구가 무엇이냐였다. 박 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 및 협조를 받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라는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초불확실성 시대에서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신념이 이제 실천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 정부, 두산중공업에 추가로 1조 2000억원 지원···총 3조 6000억원 / 두산에게 석탄·원전 사업 비중 낮추도록 주문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1일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1조 2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앞서 지원하기로 한 2조 40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 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채권단에 보고했다. 또한, 채권단은 두산에게 석탄과 원전 사업 비중을 낮추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크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가스터빈과 풍력발전기 터빈 등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삼아 사업체제를 개편하게 된다. 박 회장은 과거부터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전환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지난 1월2일 신년사에서 “가스터빈 사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만큼 그 노력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단계마다 만전을 기해달라”며 “전력저장시스템(ESS),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18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 먼지가 석탄 화력보다 훨씬 적게 배출되는 발전용 가스터빈의 독자개발을 세계 다섯째로 성공했다. 당시 박 회장은 “격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당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대 기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은 2023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의 풍력터빈 또한 아직 글로벌회사들과 기술 격차가 나는 상황이다.
 
■ 그린뉴딜에 1조4000억원 추경 투입, 수혜자인 두산퓨얼셀은 매각 대상서 제외
 
정부 차원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전환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등 두 개 축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76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3차 추경안에는 그린뉴딜에만 1조4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 예산은 태양광, 풍력,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5800억원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4800억원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에 3700억원을 투입한다.
 
더불어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두산퓨얼셀이 그린뉴딜의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두산퓨어셀은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친환경 발전인 수소연료전지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두산퓨얼셀의 실적 급등이 두산그룹 전체 유동성 확보로 연결될 지 주목된다.
 
■ 유동성 확보 위해 두산솔루스·두산밥캣 매각 추진 / 매각 장기화에 탈원전 재검토 지적까지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의 지원 대가로 3조원 이상의 자구안 마련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사재출연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를 매물로 내놨다.
 
유력한 매각 대상은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혀온 두산솔루스이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자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업체로, 최근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와 1000억원대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동반 성장이 가능해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단, 두산솔루스 매각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한 두산솔루스 예비입찰에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롯데그룹과 SKC 모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입찰 참여가 예상됐던 글로벌 사모펀드(PEF)들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측은 매각가로 1조5000억원 정도를 원하는 반면, 원매자 측은 1조원 이하로 평가하면서 발생한 입장 간극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대체안으로 두산밥캣의 매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건설기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이다. 현재 두산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며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매각에 ‘빨간불’이 켜지자 일각에선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국내 유일의 원자로 주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근로자, 지역일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창원 성산)은 4일 두산중공업과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의 ‘탈원전 피해보상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두산의 DNA에 있는 경험과 역량을 믿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약하는 2020년을 만들자”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해 두산그룹에게 힘을 실어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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