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 인터뷰 (18)] 반려동물장례식장 ‘펫 오케스트라’ 안채현 부사장, 무용학도의 ‘간판 없는 맛집’ 도전기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4.19 05:12 |   수정 : 2020.04.19 05:12

상업성을 뛰어넘는 ‘반려동물 장례문화’ 추구/작곡과 발레를 전공한 자매의 창업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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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에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은 ‘상실 위기’에 봉착해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신주류'가 되고, 산업화시대의 직업들은 소멸된다는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주류직업의 실체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는 신주류 직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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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오케스트라 대표가 16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뉴스투데이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만이 미래산업은 아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고 저출산이 대세가 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또 다른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푸드 뿐만 아니라 호텔, 미용, 장례식장 등 다양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추세를 살펴보면서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인허가 조건을 충족시키고 상당한 초기 자본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특히 반려동물 장례식장 사업은 그렇다. 죽은 반려동물을 화장해야 하므로 주변에 인가가 없어야 하고 상당한 규모의 토지도 매입해야 한다.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펫 오케스트라’는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무용과 작곡을 전공한 자매가 지난 해 설립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및 문화기업이다. 안현경 사장(29)과 안채현 부사장(27)이 그들이다. 안 사장은 작곡을, 안 부사장은 발레를 각각 전공했다. 

 

안채현 부사장은 지난 16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펫 오케스트라가 만들어가는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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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오케스트라 안채현 부사장은 발레 전공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펫 오케스트라]

 

■ 언니는 작곡, 동생은 발레 전공한 예체능 자매...'비전'보고 반려동물 사업 도전

 

예·체능 계열을 전공한 자매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창업하고, 그 중에서도 장례식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안 부사장은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생 때 매일 같이 놀던 옆집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생각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더불어 안 부사장은 “무용을 전공했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미래 산업이라 판단했다”면서 “반려동물 사업 중 가장 어려운 장례부터 시작해 앞으로는 반려동물을 위한 사업으로도 확장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사장의 판단은 맞는 것일까.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해 기준으로 미국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91조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먹고, 입고, 잠자고, 죽는 과정에서 인간이 지출하는 비용이다. 중국은 34조원, 일본은 14조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시장은 2027년에 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 음악과 춤을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접목

 

안 사장과 안 부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인 ‘펫 오케스트라’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사업부지 선택, 차별화된 서비스, 정부 허가 등을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1년 넘게 사업을 준비했다. 차별화를 위해 연관성이 적어보인 음악과 발레를 사업에 접목해 펫 오케스트라만의 색깔을 짙게 했다.

 

안 부사장은 “음악과 춤은 사람의 여러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며 “그 중 상실로 인한 마음을 치유하는데 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바로 이 점이 펫 오케스트라의 차별화된 서비스이다. 안 부사장은 “사업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음악이 어디서든 들리기 때문에 보호자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보호자를 위해 지루하지 않고, 잔잔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음악을 선정하는데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보호자를 고려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더불어 노래를 통한 마음 치유 행사를 개최한다. 안 부사장은 “일년에 두 번, 가족을 잃은 반려인들이 슬픔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자리인 추모 연주회를 진행한다”며 “또한, 앞으로는 강아지와 보호자가 함께 춤을 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례절차가 끝나고 나서도 보호자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행사이다.

 

사업장 이름인 펫 오케스트라에도 안 자매의 ‘문화적 취향’이 담겨있다. 오케스트라 구성원들이 서로 마음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것처럼 장례지도사, 보호자, 반려동물의 시너지를 담겠다는 다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펫 오케스트라의 회사 로고에 있는 8분 쉼표는 ‘한 박자 쉬어가라’는 음악 용어를 의미한다.

 

■ 최장 5시간 동안 보호자 맞춤 서비스를 위한 한 가정 한 장례사 전담 체계

 

또 다른 차별화는 1대1 맞춤 서비스이다. 일반적으로 보호자는 사업장을 방문할 때 슬퍼하고 경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획일화된 절차보다는 보호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 맞춤 서비스는 보호자를 향한 상당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펫 오케스트라는 전담 서비스를 구축했다. 한 명의 장례지도사가 상담부터 염습·추모식·화장·유골 인도·안치·추모까지 약 3시간 동안 한 가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 화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형견의 경우 5시간이 소모된다.

 

안 부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 전담 마크하다보니 어느 순간 보호자 입장에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무리한 장례를 절대 강요하지 않고 보호자 입장에서 최우선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호자를 위한 장례 절차 또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펫오케스트라는 염습, 단독 추모실, 생활 꽃장식, 개별화장, 기능성 황토 유골함, 조각보 유골함 싸개를 제공하는 ‘오케스트라’가 기본이다. 다음 단계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패키지에 포인트 수의와 최고급 오동나무관이 추가된다. 패키지는 보호자 상황과 성격에 맞춰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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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펫 오케스트라 건물 [사진제공=펫 오케스트라]

 

■ 경쟁치열한 반려동물 장례시장에서 ‘간판 없는 맛집’으로 승부수

 

안 부사장에게 펫 오케스트라는 대학 졸업 후 첫 창업인 만큼 의미가 깊다. 그러나 창업에는 항상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고난이 있기 마련이다.

 

안 부사장은 “외부에서 보시기에 허가를 취득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해 부를 누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종업계 상황 등을 감안한 실제 내부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병원을 둘러싼 영업경쟁이 과열되어 있고, 반려동물 장례식장 업체가 과다해 가격출혈 경쟁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안 자매는 펫 오케스트라만의 색깔을 찾아냈다. 이를 ‘간판 없는 맛집’으로 표현했다. 안 부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반려동물 아트 클래스, 전문가 심리상담, 음악을 통해 펫 로스 ‘치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사업을 더 확장해 반려동물과 함께 레크리에이션, 여행, 야외음악감상, 미용선발대회 등 반려동물 전용 이벤트 사업을 도전해 색깔을 짙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는 사랑과 체력이 요구돼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했다. 안 부사장은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가짐이다”며 “단순히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는 사랑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안 부사장은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기 전 놓칠 수 있는 부분으로는 유동적인 스케줄을 꼽았다. 안 부사장은 “장례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보호자를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출퇴근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 예시로, “반려동물이 죽는 시간이 새벽인 경우 혹은 보호자의 추모식이 길어져 밤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한 체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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