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조용준 한국화이바 창립자③ 성과 : 기술 국산화 통해 복합소재 분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

김한경 기자 입력 : 2020.04.13 13:35 ㅣ 수정 : 2020.04.13 14:19

해외 플랜트 수출에 이어 그라스페이퍼, 유리섬유 파이프, 철도 차량 내장재, LNG화물창 자재 등 개발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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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조용준 회장은 복합소재 분야에서 관련 기술과 필요한 생산설비까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모두 국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새롭게 개발한 복합소재 기술을 토대로 지금까지 연관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이뤄내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우뚝 섰다.

 

조 회장은 부산에서 밀양으로 회사를 옮겨 본사와 제1공장을 건립했고, 이어 인근에 밀양 제2공장도 완공했다. 2006년에는 함양 공장을 짓고 계속 증설하면서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플랜트 수출, 그라스페이퍼 및 유리섬유 파이프 개발, 철도 차량 내장재와 LNG화물창 자재 개발 등에 성공해 관련 사업들은 순항 중이다.  

 
지난 2007년 10월 16일 거행된 함양 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 기공식(왼쪽 열 번째가 조용준 회장). 이 날 행사에는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 공창석 경상남도 행정부지사, 천사령 함양군수, 채남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한국카본]
 

1987년 가을, 조 회장은 인도네시아 G.F.I.사로부터 유리섬유 플랜트 수출 제의를 받았다. 처음 겪는 일이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그는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중역들과 협의를 거듭한 끝에 수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988년 1월 체결된 계약에 따라 연간 4,500톤의 유리섬유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과 기술자 교육까지 2년 만에 완료했고, 플랜트 사업의 성공으로 상당한 달러를 벌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라스페이퍼 국내 시장서 일본 누르고 아시아 시장으로 약진

 

1998년에는 아르헨티나에 유리섬유 원사 1만 4천 톤을 수출했다. 국내 H그룹의 무역상사가 가 수주한 물량을 납품한 것인데, 이 과정에 해프닝도 있었다. 최초 물량 1천 200톤을 보내자 불량률이 75%에 이른다는 말이 나왔다. 급히 기술진을 파견해 원인을 알아보니 아르헨티나 관수로 프로젝트의 파이프를 만드는 이탈리아 설비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자 아르헨티나 정부 담당관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설비 운용기술의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유리섬유로 만드는 종이인 그라스페이퍼도 개발했다. 90년대 초부터 국내 비닐장판 제조업체들은 온도에 따라 팽창·수축하는 비닐장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에서 그라스페이퍼를 수입해 고급 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그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그라스페이퍼를 개발했고, 1999년부터 생산 라인을 설치해 훨씬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더 싸게 팔았다.

 

그러자 일본 제품을 수입하던 국내 업체들이 조 회장이 만든 그라스페이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에 생산 공장까지 건설해 호황을 누리던 일본 업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본으로 철수했다. 그가 생산하는 그라스페이퍼는 이후 인도네시아, 터키,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어 외화 획득에 기여하고 있다.

 

1998년 10월 코엑스에서 오스트리아의 호바스, 미국의 오웬스 코닝 등 세계적인 유리섬유 파이프 제작업체들이 참여한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제작기술을 확인하던 조 회장은 유리섬유 파이프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호바스사를 직접 방문해 제작기술을 확인했고, 미국과 일본 회사에서 기계 도면 등을 구해 설비 및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세계적 수준의 유리섬유 파이프·맨홀 생산해 내수 시장 평정

 

하지만 처음 2년 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물줄기의 거센 압력을 오랜 세월 견딜 수 있는 상·하수도 파이프를 유리섬유로 만드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백 번의 테스트를 거쳐 시제품을 완성하고, 생산설비까지 독특한 기술로 제작하여 2005년 직경 150㎜에서 3,500㎜까지 각종 크기의 유리섬유 파이프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함양 공장에 갖추었다. 

 

조 회장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래가 없는 시설에서 뛰어난 유리섬유 파이프를 생산한데다, 파주 신도시 등 일부 지자체의 상·하수도관과 영산강 농업용수관에 이 제품이 사용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7년 11월 정부는 상·하수도 분야에 신기술을 적용한 공적을 인정하여 조 회장에게 상·하수도인상 중 최고 영예인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2006년 어느날 3,500㎜ 유리섬유 파이프를 절단하고 남은 자투리가 공장 한 구석에 나뒹구는 것을 본 조 회장은 맨홀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 맨홀은 콘크리트로 제작돼 무겁고 방수처리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물이 새는 단점이 있는데, 유리섬유 맨홀은 가볍고 물도 새지 않으며 설치 과정에 콘크리트 양생시간이 필요 없어 설치도 쉬웠다.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고 6개월 동안 미비점을 보완해 유리섬유 맨홀 제품이 만들어졌다.

 

유리섬유 맨홀은 울산시에서 최초로 시공해 호평을 받았고, 이후 여러 곳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이제는 새로 시공하는 맨홀은 물론 보수 작업을 하는 곳까지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조차 유리섬유 맨홀이 실용 단계에 이르지 않아 외국에서 구입도 늘고 있다. 맨홀에 이어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 제작 공법을 이용한 유리섬유 복합재 저장탱크도 개발했다.

 

가볍고 불타지 않는 철도 차량 내장재 개발해 국내외서 호평

 

조 회장은 1998년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이 수주한 홍콩 지하철 차량 제작에 참여하면서 철도 차량 경량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홍콩 측은 차량 내장재로 당시 가장 까다로운 영국 지하철 기준(BS)의 불연 소재를 사용하고 상당히 경량화된 차량무게 조건을 제시했다. 당시 현재정공은 차체는 물론 여러 부품들이 무거운 금속으로 돼있어 무게를 줄이기 어려웠고, 특히 내장재의 불연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정공은 이탈리아 등 외국 회사를 전전하다가 한국화이바의 뛰어난 기술력을 알게 돼 내장재를 부탁했고, 조 회장은 철도 차량 사업부를 신설해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수십 번의 실험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항공기의 경량 내장재 기술을 접목하여 기존 차량에 장착된 1.25톤의 무게를 0.65톤으로 줄이면서 불연성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내장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어 현대정공의 추가 요청에 따라 복합소재를 이용한 공기제동탱크 경량화 개발에도 착수했고, 난해한 8가지 테스트를 거쳐 홍콩의 까다로운 인증을 받아냈다. 차량 1량에는 스틸강으로 만든 공기제동탱크가 4개 장착돼 있고, 1개의 무게는 40㎏이나 됐다. 하지만 조 회장이 개발한 탱크 1개의 무게는 14㎏에 불과했다. 결국 홍콩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지하철 108량을 제작하는 사업은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조 회장은 지하철 차량 내장재를 생산하는 와중에 차량에 부착된 도어와 에어컨 제작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2002년 로템(구 현대정공)은 인도의 철도 차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호주에서 수입하던 도어 패널에 문제가 생기자 조 회장에게 도어 제작을 의뢰했다. 이렇게 도어 사업을 시작한 그는 도어 엔진과 차량 에어컨까지 개발해 인도 철도 차량 240량 내부 일체를 턴키로 수주해 장착했다. 

 

이후 기술과 실적을 인정받은 한국화이바는 광주와 대전 지하철에도 납품했고, 캐나다·유럽· 브라질 등에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조 회장이 개발한 내장재를 쓰지 않은 대구 지하철에서 2003년 2월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고, 내장재가 불에 타며 내뿜는 유독성 가스가 참사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후 대구 지하철도 조 회장의 내장재로 전면 교체했다.

 

LNG화물창 자재 개발로 LNG 운반선 소재서 세계시장 석권
 
조 회장은 2000년 LNG 운반선의 LNG화물창 자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LNG는 주성분이 메탄가스로 상온에서는 기체이나 섭씨 –162도 이하에서만 액화된다. LNG 운반선은 이러한 극저온의 액체를 해상 운송하는 극한 조건에서 완벽한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국내 조선소들은 그동안 프랑스 GTT사로부터 최첨단 복합소재로 만든 제품을 수입해 LNG화물창을 만들고 있었다.

 

이에 한 평생 복합소재에 매달려온 조 회장은 자존심이 상해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최고의 재료와 초정밀 기술이 필요해 개발 과정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LNG화물창 설치 패널인 ‘유리섬유강화우레탄폼(R-PUF)’이 나오기까지 그는 10여 년의 시간과 엄청난 테스트 비용을 들였고, 초도 제품에서 불량품이 나와 5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게다가 이 제품은 품질 검사가 대단히 까다롭고, 설사 검사를 통과해도 LNG화물창에 사용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그동안 숱한 시련을 넘어 끊임없이 품질 향상에 노력한 결과, 한국화이바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유리섬유강화우레탄폼을 생산하며 LNG 운반선 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화이바는 유리섬유로 만든 파이프와 맨홀, 건축용 보강재 등을 생산하기 위해 2006년 5월 함양 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2007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인 TTX 열차, 경전철, 초저상버스, 굴절버스 등을 생산하기 위해 함양 지방산업단지에 공장을 증설하면서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고자 주력하였다. (4편에 계속)